수출 플러스 전환, 경제 재도약 계기로

      2023.11.21 18:29   수정 : 2023.11.21 18:29기사원문
금년 9월까지 감소세를 보인 우리 수출은 10월엔 전년동월 대비 5.1% 늘어난 551억달러를 기록하면서 13개월 만에 플러스로 전환되었다. 기저효과, 글로벌 반도체 시장 회복 조짐, 자동차 수출 호조 지속 등에 기인한다는 평가이나 그동안 민관의 수출회복 노력도 상당한 기여를 한 것으로 판단된다.

단기로만 볼 때 그동안 우리 수출부진은 세계 정보통신기기 시장 침체에 기인하였다.

금년 세계 경제는 3%대 성장률을 보이는 데다 세계 교역 증가율도 4.9% 감소세를 보인 반면 각국의 정보통신기술(ICT) 제품 수입은 크게 감소한 것이다. 미국의 경우 금년 상반기 5대 ICT 제품 수입이 15.7% 감소한 반면 비ICT 제품 수입은 4.8% 감소에 그쳤고, 중국의 ICT 제품 수입도 상반기 20.6% 감소했으나 비ICT 품목 수입 감소는 3.7%에 그쳤다.
유럽연합(EU)도 ICT 품목 수입이 9.8% 감소하면서 8.5% 감소세를 보인 비ICT 품목보다 더 감소했다.

글로벌 ICT 시장 침체는 우리 수출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ICT 품목 수출급감의 직접적 원인이 되었다. 금년 9월까지 IT 품목은 전년동기 대비 수출 감소액이 461억달러에 달해 총수출 감소액의 76.4%를 차지하게 된다. 반도체는 전년동기 대비 334억달러나 감소해 총수출 감소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게 된다.

정부와 기업들은 특단의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한다. '대통령 주재 수출전략회의' '산업부 장관 주재 민관합동 수출확대 대책회의' 등을 개최하여 구조적·제도적 수출애로들을 해소해가는 한편 원전, 방산, 플랜트 등 굵직한 수출전략도 마련한다. 금융위원회는 이례적으로 업계 수출애로를 수렴한 후 '수출금융지원대책'도 발표한다. 한편 정부는 범부처 합동 '원스톱 수출·수주지원단'과 산업부의 '수출현장방문단'을 발족, 수출현장의 작은 애로 해소에도 나선다. 해외 인증, 전시회 참가, 자금난과 고금리, 생산인력 부족 등 현장의 문제들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된다.

기업들도 수출회복에 총력을 기울인다. 특히 반도체 업종의 경우엔 생산감축이나 재고관리에 나서고 자동차 업종 등에선 노사가 합심,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등 고가화와 고부가가치화에 나선다. 이에 따라 반도체의 경우 금년 3·4분기 단가가 소폭 상승하기 시작하는 등 수급이 개선되면서 4·4분기 들어선 업황 반등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다. 자동차의 경우엔 고가화·고부가가치화 전략이 효과를 발휘하면서 차량 수출단가가 큰 폭으로 상승한다. 금년 1~8월 기준 대당 수출단가는 2만5291달러로 2017년 1만6477달러 대비 53.5%나 상승한다. 전기차, 배터리, 양극재 등 전기동력화 품목도 신수출성장동력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금년 9월까지 이들 3대 수출품목은 전년동기 대비 40%나 증가한 267억달러를 기록했다.

이런 요인들에 힘입어 금년 4·4분기부터는 수출플러스 성장 기조가 정착될 전망이다. 코로나19와 그로 인한 정보통신기기 과다구매의 부정적 효과가 해소되면서 시장회복이 빨라질 전망이다. 세계 무역도 빠르게 정상화될 전망이다. 세계무역기구(WTO)에 따르면 내년 글로벌 무역은 그동안 위축 추세에서 벗어나 3.3% 증가할 전망이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금년 4·4분기 이후 우리 수출은 완연한 증가세를 띨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구조적 수출기반 약화다. 2017년 이후 우리의 수출산업기반은 입법규제 확대, 노동유연성 악화, 근로시간 급격한 단축, 해외 산업이전 가속화 등으로 많이 약해졌다. 반도체, 2차전지 등에 대한 각종 세제지원 도입과 연구개발(R&D) 혁신, 기업규제 해소 등 신정부는 수출산업기반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으나 정부 단독으로는 역부족이다.
국회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해 보인다. 최소한 외국과 동등한 비즈니스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우리 수출은 물론 경제 재도약이 가능할 것이다.
여야가 함께 수술산업기반을 강화하는 데 나서주길 기대한다.

정만기 한국무역협회 상근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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