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넘어 안보와 미래로 나아가는 140년 한·영 관계

      2023.11.21 18:29   수정 : 2023.11.21 18:29기사원문
수교 140주년을 맞은 한국과 영국이 경제교류를 넘어 군사안보와 미래로 협력의 지평선을 넓히기로 했다. 두 나라는 기존 '포괄적·창조적 동반자 관계'에서 '글로벌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외교관계의 격을 올렸다. 군사동맹은 아니지만 사실상 최고 수준의 협력관계를 맺었다.

1883년 조선이 유럽 국가 중 처음으로 영국과 수교한 이래 괄목할 만한 전기를 맞은 것이다.

영국을 국빈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20일 밤(현지시간) 리시 수낵 영국 총리와 수교 140주년을 기념해 양국 간 미래 협력 방향을 담은 '다우닝가 합의(Downing Street Accord)'를 채택했다.
영국이 미국 외 나라와 양국 관계를 포괄적으로 규정하는 문서를 체결하는 경우는 드문 일이다. 영국은 한국전쟁 당시 미국 다음으로 많은 8만명의 병력을 파병, 이 중 1000명 넘는 전사자를 냈을 만큼 대한민국의 오늘이 있기까지 크게 기여한 나라이다.

윤 대통령은 영국 국왕 찰스 3세가 초청한 첫 국빈이다. 찰스 3세는 지난 7일 즉위 후 첫 '킹스 스피치(의회연설)'에서 "이달 말 국빈방문하는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맞이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깜짝 소개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영국이 그만큼 한국과의 관계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방증이다. 실제 수교기념일과 같은 달, 같은 주에 방문일정을 맞춘 것도 예사롭지 않다.

영국이 이처럼 우리나라에 손을 내민 직접적인 이유는 경제에 있다. 영국은 브렉시트(유럽연합 탈퇴) 이후 새로운 글로벌 전략을 놓고 고민해왔고, 인도태평양 지역의 핵심 협력국으로 한국을 선택했다. 반도체와 2차전지, 바이오, 원전, 방산, 통신, 조선, 자동차 등 거의 모든 산업에서 우리만큼 독보적 기술력과 제조능력을 갖춘 나라는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영국 시장에 진출하려는 우리와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 세계 6위·유럽 2위의 경제대국이자 반도체·인공지능(AI)·바이오 등 첨단산업 분야 원천기술을 보유한 영국과 협력 수준을 높여 신시장을 확보하고 공급망·기술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번에 한영 자유무역협정(FTA) 구조를 업그레이드하는 신규 협상 돌입을 앞두고 있다. 양국 기업은 이미 210억파운드(약 33조8000억원)의 투자를 이뤄냈다.

무엇보다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자 주요 20개국(G20) 및 주요 7개국(G7) 멤버인 영국과 국제무대에서 공조가 기대된다. 두 나라는 방위력 협력 파트너십 의향서 및 방산 공동수출 양해각서(MOU) 체결을 통해 방산협력을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경제협력을 넘어 안보·군사 분야에서 협력을 한층 강화하기로 했다. AI·디지털·원전·우주과학·바이오·양자기술·해상풍력·청정에너지 등 미래 산업분야의 경제협력도 논의 테이블에 올라 있다.

오는 28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국제박람회기구(BIE)의 2030년 엑스포 개최지 선정 투표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점쳐진다. 윤 대통령은 각국 주재 BIE 대표들과 오찬·만찬 및 리셉션 행사를 통해 부산엑스포 유치에 막바지 총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이때 영국연방에 속한 52개국의 지지와 부동표 흡수도 염두에 두고 있다.


두 나라는 협력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면서 또 한 단계 도약시키는 발판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수낵 총리는 "영국과 한국이 다음 세대를 위해 관계를 재정립하고 강화하기 위해 새로운 파트너십에 합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140년 전 불평등 조약으로 출발한 두 나라의 관계가 미래지향적 핵심 우방으로 상향 조정된 데서 격세지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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