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 "세계 1등이 만든 군함은 다르다"

      2023.11.22 15:30   수정 : 2023.11.23 15:47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울산=정상균 기자】국내 최대 이지스구축함 '정조대왕함(배치Ⅱ 1번함)'은 지난해 8월부터 동해 근해에서 통합 탐지체계, 하이브리드엔진 등 성능을 시험 평가 중이다. HD현대중공업이 2년여간 건조해 지난해 7월말 진수한 함정이다. 울산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부에서 내년 11월까지 500여 항목을 시험 평가, 완벽한 성능으로 해군에 인도된다.



"세계 1등이 만들면 다르다"


지난 20일 오후 정조대왕함은 짧은 뱃고동을 울렸다. 나흘간 시험 항해를 위해 동해로 출항했다.
한 번 출항에 HD현대중공업 및 전투체계 업체, 방위사업청, 해군 관계자(시험평가관)와 승무원 등 150여명이 승선한다. 이날 오전 출항에 앞서 함정 안팎에선 식재료 및 연료 보충 등 항해 준비에 분주했다.

출항 직전 기자가 승선했다. 8200t급 스텔스(탐지 은폐 기술) 선체의 정조대왕함(길이 170m 폭 21m)은 단단하면서도 용맹한 호랑이처럼 날렵해 보였다. 출항 전 함수(艦首)에 설치된 5인치 함포와 지상 5층 높이의 고정형 육각 360도 레이더망이 시원스럽게 솟아있다. 최첨단 무장기술이 격납된 함정 내부는 촘촘했다. 500개가 넘는 격실 구조다. 유도탄수직발사대, 근접발사대는 함정 앞뒤에 쌍으로 탑재된다. 함대함 유도탄은 선체 가운데 은밀하게 장착된다. 현장에서 만난 박용열 HD현대중공업 특수선 생산·기획부문장은 "대잠수함 방어·요격 작전이 가능한 국내 최초의 이지스구축함"이라고 했다.

HD현대중공업은 구축함, 호위함, 잠수함 등 특수선 사업 매출을 오는 2030년 2조원대로 키우겠다는 목표다.

함정 설계·건조·통합 기술의 역작


정조대왕함은 HD현대중공업의 함정 건조사(史)의 획을 긋는 역작이다. HD현대중공업은 척당 1조원대 규모의 이지스구축함 총 6척 중 5척을 했다. 8200t급 2번함은 현재 건조, 3번함은 설계 중이다. 앞서 HD현대중공업 건조한 7600t급 이지스구축함 3대(배치Ⅰ, 1대는 한화오션 건조)는 실전에 투입됐다.

정조대왕함의 강점은 획기적 무장 및 하이브리드 추진 체계다. 모든 게 한국 함정 최초다. 구체적으로 저주파 다기능 통합소나(Sonar) 체계는 기존 고주파 소나보다 탐지거리가 크게 늘어났다. 추진 체계는 가스터빈 엔진 4대에 하이브리드 전기추진체계(HED) 2대가 추가 탑재됐다. 여기에 △지상 최대 12㎞ 고고도 탄도를 식별하는 레이더 △탄도탄 요격미사일 2종(SM-3, SM-6) 동시 탑재는 국내 최초다. 한국형수직발사체계(KVLS-Ⅱ), 장거리 대잠어뢰, 국산 함대지유도탄 탑재 및 일명 '시호크' 해상작전헬기(MH-60R) 이착륙도 가능하다. 최태복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부 이사는 "해상 기동형 3축 체제(탐지-추적-요격)를 모두 갖춘 전투체계 통합은 한국 최초"라고 했다. 정조대왕함 한 척에 대잠·대항·대공·대지 능력이 총집결됐다는 얘기다.



군함은 통합과 연결의 총체적 결과물이다. 이는 함정 설계·건조 기술에 전투체계통합 능력을 한치의 오차없이 일체화하는 것이다. 최 이사는 "함정 건조·설계 단계부터 무장운영체계를 구현, 이를 검사·시험하는 전 과정을 아우르는 최고난도 기술"이라고 했다. 독자 설계해 정조대왕함 탑재에 성공한 다기능위상배열 레이더가 그 중 하나다. HD현대중공업이 수십년 축적한 설계·건조 기술력이 있어 가능했다. HD현대중공업이 미래 무기체계 유무형복합체계 개발·상용화로 영역을 확장하겠다는 힘의 배경이기도 하다.

'강대강' 특수선 매출 2조원대로 키운다


울산 조선소 6, 7번 도크에선 특수선(군함, 잠수함)을 생산한다. 등록된 인원만 입장하는 통제구역이다. 기자가 방문한 이날 사업장은 활기에 넘쳤다. 곳곳에서 용접 불꽃과 함께 후판을 절삭하는 소리가 울렸다.

7번 도크에는 내년 진수를 앞둔 필리핀 수출용 초계함(2척) 건조가 한창이었다. 이 초계함은 가스터빈 엔진이 장착된 폭이 좁은 날렵한 초고속 함정이다. 박 부문장은 "엔진, 발전기 등 핵심설비가 들어가는 배의 뼈대인 용골을 건조 중"이라고 했다. 앞서 HD현대중공업은 3200t급 초계함 및 2400t급 원해경비함(OPV) 6척을 건조하는 필리핀 해군 현대화사업을 수주했다.

바로 옆 특수선 선체 조립공장에선 H자 모양의 대형 소나 블록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정조대왕함 후속함(2번함)의 핵심 블록이다. 박 부문장은 "함수 아래 수중에 위치할 이 블록에 타지장치 소나가 장착된다"고 했다. 잠수함 전용 6번 도크 옆 은폐된 공장에선 1년 전 인도된 잠수함 정기 수리·보수가 진행 중이다.

HD현대중공업은 세계 1등의 상선 건조와 달리 특수선 사업에선 보수적이면서 신중한 전략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호위함 선도함을 설계·건조하고도 경쟁사인 한화오션에 밀려 후속함 수주에 모두 실패하자 충격이 컸다. 강력한 경쟁 상대가 등장하면서 특수선 시장의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해진 것이다. HD현대중공업이 특수선 사업장을 언론에 전격 공개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HD현대중공업은 수상함·잠수함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장하겠다고 선언했다.

주원호 특수선사업 본부장은 이날 기자들을 만나 "특수선 매출을 2030년 2조원 이상으로 현재의 배 이상 높이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기준 HD현대중공업의 특수선 사업 매출은 7073억원이다.



HD현대중공업 특수선 사업 확대 전략은 크게 두가지로 요약된다. △수상함 경쟁 우위 강화 △잠수함 수출형 모델 개발이다. 중점 타깃은 내수를 넘어 동남아, 중동, 미주 등 글로벌 시장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수상함 부문은 '필리핀 초계함 수출 모델'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주 본부장은 "기술력, 납기, 공정 안정 등에서 인정을 받으며 재발주가 들어오고 있다"며 "성공적인 '필리핀 수상함 모델'을 토대로 동남아, 남미, 유럽까지 시장을 확대하는 데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잠수함 사업에선 향후 수년내 '수출 1호 잠수함'을 수주하겠다는 각오다.

HD현대중공업은 2005년 장보고II 1800t급 잠수함 선도함(1번함)을 수주, 잠수함 사업에 첫발을 내디뎠다. 경쟁사보다 늦은 출발이다. 이후 잠수함을 수출한 적은 없다.

주 본부장은 "HD현대중공업은 3000t급 이하 중·소형 잠수함 건조 기술을 모두 갖고 있다"며 "내년부터 본격적인 글로벌 마케팅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HD현대중공업은 3000t급 장보고III 3번함(신채호함) 잠수함을 건조, 현재 시험평가 중이다.

잠수함의 리튬배터리 전원공급체계를 국내 최초로 상용화한 업체가 HD현대중공업이다. 잠항 지속시간을 1.5배 이상, 수중 최대속력 지속시간을 3배이상 높인 기술이다.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한 1800t급 잠수함 6척에 탑재, 실전에서 성능 신뢰성을 확보했다.
HD현대중공업이 잠수함 사업에 자신하는 이유다.

주 본부장은 "2000t급 잠수함은 우리 기술 라이선스로 영업을 시작했다"며 "교체 수요가 있는 동남아가 새로운 시장으로 집중 공략할 것"이라고 했다.
나아가 캐나다, 폴란드 대규모 잠수함 도입 프로젝트 입찰에도 적극 참여한다는 계획이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