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기부왕좌' 뒤집혔다...추경호 "땡큐" 외쳤던 현대차·기아 1위

      2023.11.23 06:30   수정 : 2023.11.23 06:3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재계 서열 3위(자산 총액 기준)인 현대자동차그룹이 올해 역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반으로 '기부왕좌'에 올랐다. 통상 '삼성 다음'을 외쳤던 현대차그룹의 기부 활동이 한층 과감하고 빠르게 전개되면서, 현대차·기아 양사 합산을 기준으로 삼성전자보다 더 많은 기부금을 푼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그룹이 성장세와 더불어 재계 위상 역시 한층 강화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 위상 달라졌다...삼성, 반도체 한파에 갇혀

22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국내 500대 기업 중 기부금액을 공시한 264개 기업의 기부금 내역 및 실적을 조사한 결과, 현대차·기아가 올들어 3·4분기까지 2099억원을 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양사 합산 기부금은 전년 동기보다 3.2배(1454억원)증가한 것이다. 현대차의 3·4분기 누적 기부금은 1362억원(전년비 179.9%증가)이었으며, 특히, 기아는 무려 365.9% 폭증한 736억원이었다.
법인세 등 세수 기여도 역시,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 당시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현대차의 역할에 사의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의 위상이 달라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도체 한파로 실적이 악화한 삼성전자는 전년 동기 대비 19.4% 줄어든 1796억원을 기부했다. 기부금 규모는 줄었지만, 개별 기업 단위을 기준으로는 1위다.

현대차가 올해 기부금 출연을 크게 늘린 것은 실적 개선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올해 1·4분기 처음으로 상장사 분기 실적에서 삼성전자를 제친 데 이어 3·4분기까지 내리 3분기 연속 국내 상장사 1위 자리를 지켰다. 사실상 연간 실적 1위 자리를 예약한 상태다. 현대차의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11조652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0.4% 증가했고, 기아도 98.4% 급증한 9조142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미 양사 합산 누적 영업이익은 사상 처음으로 20조원을 넘어섰다. 현대차는 남은 4·4분기에도 순항, 당초 올해 제시한 실적 전망치 상단 수준(예상 영업이익 12조9980억원~14조5610억원 구간)을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기아 역시, 현대차의 뒤를 이어 분기 실적 2위를 기록하면서 기부금 출연에 여유가 생긴 것으로 풀이된다. 각종 국가적, 글로벌 재난사고에 대한 기부와 관련된 의사결정도 속도감있게 전개되고 있다. 지난 7월 집중 호우 피해 당시, 현대차그룹은 삼성과 같은 날 동일한 30억원을 기부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누적적자 45조원 한전, 한전공대에 천억원대 기부

기부금 출연 규모가 큰 기업으로는 한국전력(1185억원), 하나은행(745억원), LG생활건강(601억원), SK하이닉스(416억원), 포스코(378억원), HMM(263억원),우리은행(238억원) 등의 순이다. 누적 적자 45조원이 넘는 한전의 1000억원대 기부실적은 대부분 한국에너지공대(한전공대) 출연금인 것으로 파악된다. SK하이닉스의 기부금은 전년비 27.3% 감소했는데, 삼성전자와 마찬가지로 반도체 업황 악화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하나은행은 전년비 257% 기부금을 늘리며 은행권 1위를 기록했다.
은행 이자이익이 역대 최대를 기록하면서, 은행들의 기부액도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올해 기부금을 가장 많이 줄인 곳은 교보생명으로 나타났다.
3·4분기까지 교보생명의 누적 기부금은 16억원으로 전년 동기(455억원) 대비 439억원(96.5% 감소)급감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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