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PF 정상화 펀드' 발빠른 저축銀, 노력하는 여신업권

      2023.11.22 18:12   수정 : 2023.11.22 21:37기사원문
부실 우려에 처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재구조화를 지원하는 '여신전문업권 PF 정상화 지원펀드'가 사업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총 4000억원 규모로 출범해 지난 10월 말 1호 펀드 결성을 목표로 했지만 결성 시점이 계속 미뤄지고 있다. 출범 1개월이 지났지만 금융감독원과 여신금융협회가 기대한 부실사업장을 신속하게 정리하는 '배드뱅크'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반면 같은 시기 1000억원 규모의 'PF 부실채권 정리 및 정상화 지원을 위한 펀드' 출범을 선언한 저축은행 업계는 당초 계획보다 90억원가량 자금을 더 끌어모으며 이르면 올 연말 부실 PF사업장을 매입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과거 PF 사태에 대한 학습효과로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는 평가다.


■여신업권 PF, 아직 1호 펀드 미결성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9월 여신금융협회가 구성한 '여신전문업권 PF 정상화 펀드'는 현재까지 단 하나의 사업장 부실도 정리하지 못했다. 당시 신한·하나·KB·우리금융·IBK·메리츠·BNK·NH농협·DGB 등 9개 캐피털사가 1600억원을 투입하고, 2400억원 규모의 재무적투자자도 끌어들인다는 구상이었으나 성과가 없는 상태다.

이는 사업장별 상황이 다른 데다 '캐피털 콜' 방식의 펀드 특성이 자금집행을 늦추고 있기 때문이다. 캐피털 콜은 투자기관이 출자를 약정하고 투자대상 사업이 확정됐을 때 자금을 납입하는 방식이다. 지난 9월 9개 캐피털사는 16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약정하고 2400억원 규모의 재무적투자자를 끌어들인다는 방침을 세웠으나 투자대상 확정이 늦어지고 있다. 수많은 부실사업장 중 어느 곳을 먼저 정리할지는 물론 협상 중인 사업장의 담보물 등을 얼마에 처리할지 논의가 길어지고 있다.

펀드 결성을 주도한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정상화 펀드에 참여한 9개 캐피털사 모두 금융지주 소속 계열사로, 여신전문회사이긴 하지만 기초체력이 (금융지주 비계열사와) 다르다"며 "캐피털 콜 방식의 특성상 늦어지고 있지만 조만간 1호 펀드 자금이 집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1호 펀드가 이뤄져야 운용사든 대주단이든 대략적인 가격과 시점 등의 기준이 생기는 것"이라며 "조만간 1호 자(子)펀드가 자금을 투입하면 이후 상시적으로 펀드가 굴러갈 수 있다"고 말했다.

대주단과 펀드 운용사가 각각 생각하는 가격 차이가 커 '막판' 협상이 길어지고 있는 점도 펀드 결정이 늦어지는 이유 중 하나다.

■저축은행 PF, 87억3000만원 증액

여전업계와 비슷한 시기에 시작한 저축은행업계의 'PF 부실채권 정리 및 정상화 지원을 위한 펀드'는 약 330억원 규모의 1차 펀드를 구성한 데 이어 최근 약 750억원 규모의 2차 펀드 조성을 완료했다. 2차 펀드 규모는 당초 670억원에서 87억3000만원 늘어난 757억3000만원이다.

지난 9월 저축은행 업계는 올해 말까지 펀드 총액을 1000억원까지 확대하기로 했는데 2차 펀드 규모가 늘어나면서 총 1087억원 규모의 PF 지원펀드를 마련하게 됐다. 분담방식은 중앙회 분담금 30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지난 9월 말 기준 부동산 PF 익스포저(위험노출액)에 비례해 1차 펀드에 참여한 11개 투자자가 분담한다. 재원은 올해까지 저축은행 10곳이 중앙회에 예치한 지준예탁금의 내년 3월 기준 이자수익으로 충당할 예정이다. 1차 펀드는 지준금을 활용하지 않고 저축은행과 중앙회가 각각 30억원씩 갹출했다.

이미 재원이 확보된 1차 펀드는 부실채권 정리에 속도를 내기 위해 빠르면 내달, 늦어도 연초까지 사업장을 매입하는 등 투자를 실행할 계획이다.
현재 1차 펀드에 참여한 저축은행 10개사 및 중앙회는 부실채권 정리펀드 설립위원회를 통해 자산운용사를 선정했다. 운용사는 매입 대상사업장 예비실사를 진행 중이다.
저축은행업권이 이처럼 속도를 내는 이유는 타 업권 대비 PF 대출 부실 리스크가 커지고 있어서다.

mj@fnnews.com 박문수 김동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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