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델라 소년학교
2023.11.22 18:31
수정 : 2023.11.22 18:31기사원문
남아프리카공화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자 인권운동가인 넬슨 만델라 대통령의 유명한 명언이다. 일생을 백인정권의 인종차별에 대항했던 만델라 대통령은 대통령으로 선출되기까지 기나긴 시련을 겪었다.
지난 16일 만델라 대통령의 정신이 교훈으로 걸린 곳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졌다. 대학 입시의 중요한 관문인 수능은 매년 치러지지만 올해 이곳의 시험은 조금 특별했다. 장소는 서울남부교도소, 응시자는 파란색 수감복을 입은 10명의 소년 수용자였다.
법무부는 지난 3월 교도소 내 '만델라 소년학교'를 열고 만 14세 이상 소년수들에게 교육과정을 운영 중이다. 수능반까지 만들어 소년수들의 학업을 지원한 결과 지난 3월 36명으로 개교한 뒤 지난 8월 27명이 검정고시에 합격했고 이달에는 수능까지 치렀다.
법무부가 만델라 소년학교를 설치한 것은 소년수들의 교정·교화에 교육이 필수요소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소년범 재범률은 성인의 약 3배로, 학업 단절은 특히 소년범들의 재범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소년범죄가 날로 늘고 흉포해지는 상황에서 이에 상응하는 처벌은 당연하다. 그러나 소년범죄의 경우 현실적으로 영원히 사회에서 격리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제대로 된 교화 역시 필수적이다. 교화가 없다면 소년범죄는 흉악범죄로 이어질 가능성만 커진다. 실제로 지난 7월 서울 신림역 인근에서 무차별 흉기난동을 벌인 33세 조선은 소년부로 14번이나 송치됐었고,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가해자도 미성년자 시절 소년원을 여러 차례 오갔다.
촉법소년 범죄가 나올 때마다 전문가들이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다"라는 말을 빼놓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만델라 소년학교의 역할이 기대된다. 비록 절도, 폭행 등 각종 범죄를 저질러 교도소에 수용됐지만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새로운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첫걸음이 되길 바란다.
yjjoe@fnnews.com 조윤주 사회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