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어보니 질소만 한가득"..고물가에 서민 울리는 과잉포장
2023.11.24 06:00
수정 : 2023.11.24 06: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최근 고물가로 서민들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정부가 품목별 관리담당관까지 지정해 힘을 쏟고 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하는 모습이다.
특히 농식품 가격이 많이 올라 파와 배추를 집에서 직접 키우는 사람까지 늘고 있다.
정부는 슈링크플레이션 실태 조사 등 물가 잡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연구기관은 내년에도 여전히 고물가로 인한 내수 회복세 둔화를 전망하는 등 한국경제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너무 비싸...집에서 파·상추 키워 먹자"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농수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전날(22일) 기준 대파(상품 등급) 1kg의 소매가격은 평균 3993원이다. 1년 전(3331원)에 비해 20% 가까이 뛰었다. 적상추는 100g당 1124원로 전년 대비 33.3%(843원 대비) 상승했다.
식품 물가가 계속해서 상승 조짐을 보이자 홍두선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23일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 종합도매시장을 방문해 "모든 부처가 물가 안정을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두고 범부처 특별 물가안정 체계를 가동하는 한편, 현장 방문·업계 간담회 등을 통해 신속한 현장 애로 해소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식품 가격이 고공상승하면서 아예 집에서 작물을 길러 먹는 '홈파밍'족이 늘고 있다. 이들은 파, 상추, 방울토마토 등 가격이 많이 뛴 작물들을 직접 기르면서 식비를 절약하고 있다.
재테크하듯이 파를 재배해 식비를 아낀다는 의미의 '파테크'라는 단어도 생겼다.
정부 물가 안정에 온힘 쏟지만...경제전망은 '우울'
정부는 물가 안정을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우선 내년에도 주요 품목의 할당관세를 유지한다. 지난해(101개)에 비해 가짓수는 76개로 줄였지만 민생과 산업 부문의 주요 원재료는 그대로 포함시켰다. 할당관세는 기본 관세율의 40%p 범위 내에서 탄력적으로 관세를 적용하는 제도다. 정부는 그동안 수입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자 할당관세를 통해 우회적으로 가격 인하를 유도해왔다.
물가안정 측면에서는 인플레이션의 주요인으로 꼽힌 식료품과 에너지 관련 품목을 내년에도 반영했다. 식품용 감자변성전분·설탕·조제땅콩·닭고기·계란가공품 등 식품 관련 항목과 LNG·LPG(부탄, 프로판)·원유(나프타용, LPG용) 등 에너지 관련 품목이 대상이다. 특히 산업·발전원료는 국제유가 변동 등으로 수급불안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점을 고려했다.
다만 변동성이 큰 LNG·LPG 및 나프타 등 유류 관련 품목 지원은 내년 상반기 중 지원규모만 우선 결정했다. 하반기 지원연장 여부는 내년 상반기에 다시 검토할 예정이다.
'질소과자' 박멸, 공정위가 나선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가격 대신 용량을 줄여 실질적인 가격 인상 효과를 내는 '슈링크플레이션'에 칼을 빼들었다. 조홍선 공정위 부위원장은 전날 슈링크플레이션 관계부처와 소비자단체, 한국소비자원 공동으로 간담회를 열고 업계의 가격인상 움직임에 대응 방침을 밝혔다.
이달 말까지 73개 품목에 대해 슈링크플레이션 실태 조사를 완료하고 12월 초에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조사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품목은 한국소비자원에 신고센터를 설치해 대국민 제보를 받는다.
조 부위원장은 "소비자원을 중심으로 사업자 간 자율협약 체결을 추진해 업계가 숨은 가격인상을 자제하도록 유도하겠다"고 강조했다. 소비자 단체에도 "감시 및 견제활동을 통해 용량조정 등의 숨은 가격인상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 달라"고 요청했다.
정부의 이같은 노력에도 상황은 녹록지 않다.
국회예산정책처가 펴낸 '한국경제 진단과 대응 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2023~2027년 한국경제의 연 평균 경제 성장률은 2.2%로 전망됐다.
예정처는 생산성 둔화,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노동공급 여력 위축과 탄소중립 경제로 이행과정에서 늘어나는 기업 부담, 고금리·고물가로 인한 내수 회복세 둔화 위험이 제기된다고 분석했다.
honestly82@fnnews.com 김현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