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의 저주?' HMM 인수, '혹한기' 견딜 체력 관건
2023.11.24 05:00
수정 : 2023.11.24 05:00기사원문
HMM 두고 동원·하림 2파전
24일 업계에 따르면 HMM 채권단 KDB산업은행, 한국해양진흥공사, 매각주관사 삼성증권이 이날 본입찰을 실시한 결과 하림그룹-JKL파트너스, 동원그룹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예비입찰에서 적격인수후보(숏리스트)로 선정돼 이달 초까지 실사 과정을 거쳤다.
업계에서는 해운업 다운사이클을 버텨낼 수 있는 재정건전성을 적격인수자의 필수 요건으로 꼽고 있다. 특히 해운업은 10~20년 주기로 호황과 불황을 극적으로 오가는 대표적인 사이클 산업이다. HMM도 해운업 불황기인 지난 2011년~2019년까지 약 10년 간 적자를 기록했고 결손금만 4조원에 달할 정도로 위기를 겪었다.
앞서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 역시 자기자본 비율을 인수기업 선정에 고려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강 회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HMM 매각과 관련해 "자기자본 비율이 얼마나 높은지를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삼을 것"이라고 밝혔다.자기자본 비율은 총자산 대비 총자본 비율로, 자기자본 비율이 높을수록 그만큼 부채가 낮다는 의미다.
해운업황 침체기, 3년간 회복 쉽지 않아
특히 당분간 HMM의 수익성 개선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해운업체들은 잠시 특수를 누렸지만, 현재 다시 침체기에 접어든 상황이다. 해운시장의 구조적 수급 불균형으로 해운운임이 낮아졌다. 글로벌 해운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이달 17일 기준 999.9를 기록해 지난해 초의 5분의 1수준으로 하락했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에도 실질적인 컨테이너 선복량은 올해 대비 6.8% 정도 늘어나는 반면 글로벌 경기 침체로 물동량은 둔화되고 있다"며 "향후 몇 년간 해운업계 수익성이 크게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일부 업계에서는 전통적 해운 기업이 아닌 후보들이 인수에 나선 상황은 다소 아쉽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HMM은 해운업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큰 기업이라 대량 화물을 운송하는 화주들이 직접적으로 선사를 보유하는 것에 과연 전체 해운업계 경쟁력에 도움이 될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며 "선사의 독립적인 지위가 퇴색되지 않을까 하는 분위기도 있다"고 설명했다.
yon@fnnews.com 홍요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