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해외직구 속 '매의 눈'으로 짝퉁 잡아낸다
2023.11.23 18:08
수정 : 2023.11.23 18:08기사원문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가 인기를 끌자 바빠진 곳이 있다. 물건이 들어오는 과정에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세관'이다. 특히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연말 대형 쇼핑 행사)라고 할 수 있는 '광군제'가 있는 시기인 11~12월은 가장 바쁘다고 한다. 중국발 직구 물품이 급증하면서 지식재산권 침해 물품, 이른바 '짝퉁' 제품 유입도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 22일 기자가 가본 인천 중구 인천 중구 인천공항본부세관 우편통관센터 검사장은 짝퉁 색출의 최전선으로 꼽힌다. 검사장에 모인 우편물들은 일일이 세관 공무원들의 감시를 거쳐 화물 수령인에게 도달한다. 이날 세관 공무원들도 지난해부터 짝퉁 적발 건수가 급격하게 늘었다고 입을 모았다.
■작년 짝퉁 우편물 6만2326건 적발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특송물품 중 적발된 짝퉁 우편물 건수는 6만2326건이다. 전년(3만4624건)과 대비 2배, 4년 전인 2019년(1만3742건)대비 약 4.5배 늘었다. 올해 1·4분기~3·4분기의 적발 건수가 4만6424건에 이른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적발 건수가 지난해 수준을 넘어설 수도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날도 지재권 침해 의심 제품이 대거 적발됐다. 포장은 중국 블루투스 이어폰 브랜드인데 내용물은 애플, 삼성 등 글로벌 업체 제품의 짝퉁으로 보이는 제품이 나왔다. 명품도 외부 포장까지 비슷했지만 제품 자체는 조잡해 보였다.
인천공항본부세관에서 만난 세관 공무원 A씨는 "1인당 하루에 100여개의 짝퉁 의심 우편물을 현장에서 적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짝퉁이 들어간 우편물은 뜯기 전에도 감이 온다고 한다. 중국 등에서 발송된 고가 유명 브랜드 상품인데, 송장에 적힌 상품 가격이 지나치게 낮은 경우다.
이날 세관 공무원 B씨의 손에 잡힌 우편물 역시 마찬가지였다. 송장에 18달러 상당의 '여성 가방'이라고 적혀있던 한 우편물에는 가죽띠가 직교한 형태로 마감된 고가의 한 브랜드 상품처럼 생긴 손가방이 들어있었다. 하지만 더스트백 이외의 어떠한 상품 보호 장치도 동봉돼 있지 않았다. 짝퉁이 아니라면 약 500만원을 호가할 상품이다. 우편물을 검수하던 B씨는 "진짜 브랜드 상품이었으면 이런 식으로 배송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짝퉁, 폐기돼도 보상 없다"
짝퉁 판별에는 포장을 뜯지 않은 상태로 살피는 투시 작업과 개봉 후 확인작업이 함께 진행된다.
첫 단계는 바코드 인식과 엑스레이 촬영이다. 송장의 바코드에 기재된 우편물 내용물에 대한 정보를 엑스레이로 투시한 화상과 일일이 대조하는 작업이다. 두가지 정보가 일치하면 반출장으로 옮겨지지만, 두 정보가 일치하지 않으면 검사장으로 이동한다. 그동안 세관에서 짝퉁을 색출한 사례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알고리즘으로 걸러낸 짝퉁 의심 우편물도 개봉대로 보내진다.
그렇지만 고된 업무는 여기서부터다. 개봉대에 모인 화물을 세관 공무원이 일일이 뜯어 확인해야 한다.
내용물이 비(非)브랜드 상품이면 재포장해 반출장으로 보내지만 브랜드 상품, 이른바 명품의 외형을 하고 있으면 감정장으로 보낸다. 해당 상품이 짝퉁인지 아닌지를 판별하기 위해서다.
감정장에서는 각 브랜드사에서 나온 감정사들이 개봉장에서 분류된 상품에 대한 짝퉁 여부를 판단한다. 또는 각 브랜드사부터 감정 교육을 받아 감정권을 위임받은 무역관련지식재산권보호협회(TIPA) 직원들이 대리 감정을 한다. 이날 찾은 감정장에는 짝퉁으로 의심되는 상품들이 상자 단위로 성인 남성의 키만큼 쌓여있었다. 이 정도 공간이 마련된 것도 지난주에 짝퉁 우편물을 대량 폐기한 덕이라고 했다.
세관 공무원 C씨는 "폐기 처분하는 짝퉁 상품에 대해 세관이 보상하지 않고 구입처로부터 환불도 어려울 것"이라며 "구입할 때 가격을 보고 너무 저렴하면 의심하고 출처가 불명확한 곳에서는 구매를 피해 달라"고 말했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