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준위폐기물법 몽니 부리며 선심정책 남발한 野

      2023.11.23 18:29   수정 : 2023.11.23 18:29기사원문
발의한 의원들의 대립으로 3년간 공회전을 거듭했던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처분장(방폐장) 특별법안이 지난 22일 여야 합의가 불발돼 결국 여야 원내지도부의 결정에 맡겨졌다. 이는 다른 법들과 묶여 정치적 타협의 대상으로 전락했다는 뜻이다. 중차대한 법안을 이렇게 타협으로 결정할 일은 아니다.



가동되는 원전에서 배출되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은 위험성 때문에 특수한 처분시설을 지어야 하고, 시설 건설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린다. 1차로 원전 안에 임시저장하는데 한빛, 한울, 고리 등 여러 원전에서 10년 안에 임시저장시설이 포화 상태에 이른다.
지금 당장 시작해도 늦을 판이다.

여야가 이렇게 오래 대립하고 있는 이유는 발의자인 국민의힘 이인선 의원과 민주당 김성환 의원의 명확한 입장 차이 때문이다. 김 의원은 저장고의 설비용량을 원전 수명을 기준으로, 이 의원은 원전의 계속운전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맞서왔다. 계속운전을 기준으로 하면 더 큰 용량이 필요하다.

이런 시각차는 결국 원전정책과 연관돼 있다. 민주당 김 의원은 원전의 정해진 수명으로 가동을 중단해야 한다는, 기본적으로 탈원전의 견지에서 특별법을 바라보니 원전 지향적인 여당과 의견이 맞설 수밖에 없는 것이다.

원전 수명은 보통 40년인데 이를 설계수명이라고 한다. 즉 원전이 가동할 수 있는 최소한의 수명을 말하는 것으로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40년이 끝난 뒤 정밀점검 후 20년 이상 더 가동하고 있다. 40년만 가동하고 중단하는 사례는 거의 드문데, 탈원전정책을 편 문재인 정부는 40년 설계수명이 끝난 고리원전 1호기 가동을 영구히 중단하고 해체 수순을 밟고 있다.

탈원전에 매몰돼 20년 이상 써먹을 수 있는 멀쩡한 원전을 없애버린 셈인데, 그 손실이 엄청나고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로 돌아온다. 원전 폐기로 발전비용은 높아질 수밖에 없고, 이는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여야 지도부의 손으로 넘어간 고준위방폐장특별법의 운명을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극한대립을 계속 중인 여야의 상황으로 볼 때 폐기될 가능성이 더 크다고 한다.

서로 잡아먹을 듯이 으르렁거리다가도 여야는 이번 예산 국회에서 선심성 예산 앞에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 손을 맞잡고 있다. 교통수요가 거의 없는 대구~광주 철도, 이른바 '달빛고속철도' 건설에는 한마음이 되어 합의했다. 고속철도보다 겨우 몇 분 늦을 뿐이라는 비난이 일자 일반철도로 바꿨지만, 그렇게 해도 건설예산이 4조5000억원으로 추산되는 거대 프로젝트다. 비용 대비 편익 비율이 0.483으로 경제성이 없다는 결론이 났지만 여야는 예타를 건너뛰고 연내 처리에 합의했다.

민주당은 '청년 3만원 패스' '지역사랑상품권' 등 선심정책을 남발하면서도 원전 생태계 조성 관련예산 1820억원을 전액 삭감했다.
정부 정책에 노골적으로 반기를 드는 입법 폭거가 아닐 수 없다. 정부와 국회의 정책 기조가 엇박자를 내면 나라가 갈지자 걸음을 하게 된다.
두 사공이 바라보는 방향이 다른데 어떻게 배가 똑바로 가겠는가. 몽니를 부려도 이런 식으로 훼방을 놓듯 부린다면 국가와 국민이 피해를 보는 것뿐만이 아니라 나라를 위기에 빠뜨릴 수 있음을 직시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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