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 같은 사랑, 결혼 후 왜 헤어졌을까
2023.12.02 10:00
수정 : 2023.12.02 15:21기사원문
"너 아니면 같이 살 수 없다"던 커플
[파이낸셜뉴스] 부부, 참 특별한 인연이면서 이해 불가한 조합이다. 보통은 한 번의 선택으로 50년, 60년을 함께 살다가 죽는다고 하니, 내 인생의 전부를 바치는 특별한 사람이기도 하면서, 왜 이 사람이었을까 하는 의문을 평생 남겨주는 사람이기도 하다.
필자가 수임한 이혼 사건 중 연애 얘기와 결혼 얘기가 가장 대비되는 사건이 있었다.
아이 낳고 소원해진 부부, 결국 이혼
아이를 낳고, 부부싸움을 하지 않은 날이 없었다. 연애 때는 항상 밥을 함께 먹고, 잠시도 떨어져 있고 싶지 않다며 집에 데려다주고 혼자 돌아갈 상대방의 시간에조차도 함께 있고 싶다면서 다시 상대방의 집으로 함께 향하던 밤이 숱했는데, 이제는 아이가 밥을 먹는 시간, 아내가 밥을 먹는 시간, 남편이 밥을 먹는 시간이 제각각이었고, 밤이 되면 아무런 말 없이 아내는 아이 옆에서, 남편은 안방에서 따로 자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대화가 줄었다. 서로의 생각을 알지 못하고, 알기 위해 노력하지 않으니, 이해심도 줄었다. 이해할 수 없으니 조금만 길게 대화해도 답답했다. 답답한 마음이 상대방에 닿으니, 상대방도 말을 줄였다. 대화는 더 줄어갔고, 결국 대화가 사라졌다.
이 부부는 대화를 단절한 채 3년간 한 집에서 각방을 쓰면서 살았다. 아내는 퇴근 후 집에 왔을 때 남편이 없으면 마음이 편했지만, 남편이 누르는 현관문 도어록 소리만 들어도 불편하고 불안했다. 남편이 집에 있는 동안에는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방문을 잠그고 있다가 아이가 엄마를 부를 때만 거실로 나왔다. 남편이 때리는 것도 아니고, 화를 내는 것도 아닌데, 함께 있는 것이 불안했다고 한다. 집은 가장 안정되어야 하는 공간인데 그렇지 못한 게 너무 힘들다고 했다. 불편한 사람이라는 인식이 오래되다 보니, 집에 함께 있을 때 마음이 안정되지 않은, 불안한 마음의 상태로 발전하였다. 함께 있는 것 자체가 고통이었던 것이다.
아내의 의뢰로 이혼 조정을 신청하였고, 원만하게 이혼하였다. 재산분할에서 약간의 의견 차이가 있어서 협의이혼을 하지 못했다, 는 일반적인 조정신청 사유인데, 이 사건은 서로의 의견을 알지 못해서 협의이혼을 하지 못했다. 각방을 쓰고 대화하지 않으니 혼인 생활을 유지할 의사가 없다는 것은 말하지 않아도 너무나 잘 알겠는데, 재산분할에 대해서는 알 길이 없었다. 그렇지만 이혼 조정절차에서 남편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아내와 의견 차이가 거의 없었다. 두 사람이 한 번만 대화했어도 변호사 수임료는 아낄 수 있었겠지만, 3년 동안 하지 못했던 그 어려운 대화가 변호사를 통해서 쉽게 이루어졌으니 수임료 정도의 가치는 충분히 찾았으리라.
부부 인연, 축복이기도, 고통이기도
부부의 인연이라는 것, 한 번의 맺은 인연은 축복이기도 하고, 고통이기도 하다. 부부로 평생을 살기 위해서는 배우자 선택을 잘해야 했던 걸까. 아니면 잘 참고, 잘 참는 척 살아야 하는 걸까. 자녀가 다 크고 나면 달라질 수 있을까. 어느 순간 다시 예전처럼 대화할 수 있을까. 백년해로를 약속할 때의 특별함은 왜, 어떻게, 언제 사라져 버린 것일까. 누굴 선택했어도 같았을까. 결혼을 경험한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싶다. 하지만 답이 있거나 없거나 상관없다. 확실한 것은, 부부는 상대 배우자 때문에 결혼하고, 상대 배우자 때문에 이혼한다는 것이다.
[필자 소개]
박주현 변호사는 사법연수원을 수료하고, 법무법인 중용의 대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형사 및 이혼 전문 변호사로서, ‘내변호사 박변호사’ 유튜브 채널도 운영하고 있다. 변호사는 공익성을 가진 특수한 직업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고, 의뢰인에 대한 최선의 법률서비스와 변호사로서의 공익적 사명감이 조화되기를 바라고 있다. 국민은 누구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박주현 변호사의 신념이라고 한다.
ksh@fnnews.com 김성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