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몰수 마약, 폐기가 이렇게 어렵다니
2023.11.26 13:57
수정 : 2023.11.26 13:58기사원문
마약류 폐기 처분은 전국 시·도지사에
26일 검찰, 경찰, 법조계 등에 따르면 검찰이 압수한 마약류는 일단 전국 검찰청별에 마련된 특수 금고에 보관한다. 이후 법원의 판결로 피의자가 마약사범으로 확정되고 압수한 마약류의 몰수가 확정되면 이를 관할 시·도지사에게 인계한다. 예컨대 서울중앙지검은 몰수해 보관하는 마약류를 서울시에 인계하는 것이다.
검찰이 몰수 마약류를 시·도지사에게 인계하는 이유는 몰수 마약류의 폐기 권한이 다름 아닌 시·도지사에게 있기 때문이다. 이는 마약류관리법 시행령과 식품의약품안전처 훈령인 '몰수마약류 관리에 관한 규정'(몰수 마약류 규정)에 근거한다. 대검 관계자는 "마약류관리법에 따르면 몰수 마약류는 지자체가 폐기하도록 돼있다"고 설명했다.
몰수 마약류 규정 제9조에 따르면 시·도지사는 몰수 마약류를 인계받으면 폐기 등 처분을 해야 한다. 폐기할 땐 보관 책임자를 비롯한 2명 이상의 공무원 입회 아래 소각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또한 중화·가수분해·산화·환원·희석 등의 방법으로 마약류를 재생할 수 없도록 폐기해야 하고, 소각장이나 산업폐기물처리장 등 보건위생상 위해가 발생할 염려가 없는 장소에서 폐기해야 한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은 사진 촬영해 5년간 보존해야 한다
폐기 이외의 처리 방법도 있다. 마약류를 취급하는 학술 연구자에게 연구용으로 분양하거나 공무상 시험용 등으로 쓰기 위해 분양하는 경우도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탐지견 훈련 등 공익을 위해 마약류를 사용해야 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몰수 마약류 일부를 분양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현금수송 버금가는 '마약 수송'
몰수 마약류가 검찰에서 시·도지사로 인계하는 것 역시 간단하지 않다. 마약류가 운반되는 것을 관계자 이외의 사람이 모르게끔 보안을 유지하거나, 운송 중 사고를 방지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검찰은 몰수 마약류 호송을 위해 무장 경찰관을 파견받거나 직원 2명 이상이 인계 과정에 참여해 도난 또는 유실을 막는 데 노력한다.
검찰이 지자체에 몰수 마약류를 넘기기 전까지 보관하는 과정도 까다롭다. 대검찰청 예규인 '마약류 압수물 처리지침'에 따르면 마약류 압수물은 금고 또는 견고한 이중 장치의 용기에 보관해야 한다. 또 습기를 차단해 변질화와 감량 등을 방지해야 한다. 각 마약류 특성에 따라 담당 직원이 매일 이상 유무를 확인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다.
더욱이 경찰이 압수한 마약류도 대부분 검찰로 인계되므로 몰수 마약류 보관에 따른 검찰의 부담이 가중된다. 검찰은 경찰에서 마약류 사건을 송치할 때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압수물도 송치받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몰수 마약류의 증가에 따라 애로사항이 있을 수 있지만, 구체적 내용은 말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