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들 93%가 육아휴직 씁니다, 법이 그래요"..노르웨이가 일군 '성평등'

      2023.11.24 16:28   수정 : 2023.11.24 16:39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노르웨이는 여성이 국가 번영에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석유나 가스보다 훨씬 더 많은 매출을 일으키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여성들 75%가 일하는 나라, 노르웨이의 주한 대사가 전한 말이다.



안네 카리 한센 오빈 주한 노르웨이대사는 지난 23일 "성평등에 대한 투자는 매일 이뤄져야 하고, 계속해 나가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빈 대사는 이날 오후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다양성과 평등한 기회 : 노르웨이의 경험'을 주제로 열린 '한국여성기자협회 2023 포럼W'에서 "성평등은 기본인권이며, 한 국가의 가능성을 완전히 다 열어줄 수 있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노르웨이 육아휴직 49주 중 15주는 반드시 아빠가 써야

노르웨이는 15∼64세 여성의 75%가 노동시장에 참여해 유럽에서 일하는 여성 비율이 가장 높은 국가다. 여성 임금은 정규직 기준으로 남성의 90% 수준까지 올라갔다. 또 의회의 45%가 여성 의원으로 구성돼 있다.

오빈 대사는 "직면한 사회의 도전과제들을 볼 때 앞으로도 여성들을 더 많이 참여시킴으로써 사회의 능력, 창의력, 자신감을 더욱 늘려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빈 대사는 여성 사회참여 장려를 위한 제도로 육아휴직을 꼽았다. 노르웨이에서는 부모에게 49주의 유급 육아휴직이 주어지는데 그중 15주는 반드시 아빠가 써야 한다.

오빈 대사는 2020년 기준 아빠가 된 남성의 93%가 육아휴직을 썼다며, "노르웨이의 육아휴직 체계도 도입 이후 계속 진화해 왔다. 긴 시간 시행착오를 겪으며 도입한 제도를 수정하고 변화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민간기업 이사회도 여성비율 40% 할당 법제화 추진

노르웨이는 2003년 세계 최초로 공기업 이사회 여성 비율을 40% 이상으로 의무화하는 할당제를 도입하고 이를 시행하지 않으면 해당 기업의 해산까지 가능하도록 '회사법'을 개정했다. 내년에는 이를 민간 기업으로 확대 적용하는 것이 노르웨이 정부의 목표다.

할당제 도입 당시에는 노르웨이에서도 회의적인 분위기였다고 오빈 대사는 전했다.


이에 제도를 처음 제안한 교역산업 분야 담당 장관은 "다양성을 적용하면 이사회에 자산이 되고 사회 전반에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며 정부·의회와 기업을 설득했다고 한다.

흥미로운 것은 당시 제안한 장관이 성평등 등을 담당하는 여성 장관이 아닌 남성 장관이었으며, 굉장히 보수적인 정당의 일원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행사를 주최한 김경희 한국여성기자협회 회장은 “양성평등 문제를 ‘통합과 발전의 기회’로 만든 노르웨이의 경험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됐다”면서 “저출생과 저성장을 걱정하는 한국에서도 이런 노력이 더 많아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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