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찰위성에 이은 탄도미사일 추가 도발 시도, 北 속내는?

      2023.11.27 06:00   수정 : 2023.11.27 07:28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북한은 우리 정부와 국제사회의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지난 21일 늦은 오후 3차 군사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탑재한 '천리마-1형' 로켓을 발사했다.

우리 정부는 그 대응 차원에서 2018년 '9·19합의' 중 일부인 군사분계선(MDL) 일대 '비행금지구역' 설정에 관한 제1조 3항의 효력을 5년2개월여 만인 22일 오후 3시부로 당분간 정지한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당일 심야에 북한은 동해상으로 미상의 기습적인 탄도미사일을 발사를 추가로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이어 북한 국방성은 다음날인 오전 사실상 9·19합의 '파기'를 선언했다.

북한 국방성은 "지상·해상·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취했던 군사적 조치들을 철회한다"며 "지금 이 시각부터 우리 군대는 9·19합의서에 구속되지 않을 것"이라고 북한 선전 매체를 통한 성명을 발표했다.


이어 "9·19북남군사분야합의서는 이미 사문화되여 빈껍데기로 된지 오래"라며 "군사분계선(MDL) 지역에 보다 강력한 무력과 신형군사 장비들을 전진 배치할 것"이라고 위협하면서 자신들의 거듭된 합의 위반 사실은 언급하지 않고 특유의 적반하장식 주장을 펼쳤다.

전문가들은 "이번에 실패한 북한의 미상의 탄도미사일 도발이 액체연료이든 고체연료이든 간에 작전운용 다변화라는 방향성을 고려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며 "정찰위성에 이어 곧바로 탄도미사일 발사에 나선 것은 북한의 군사적 공세가 정찰위성에서 그치지 않고 지속될 것임을 시사해 상대방을 강압하려는 현상타파형 군사전략의 일환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우리 정부 '9·19합의' 중 일부 MDL 일대 '비행금지구역' 설정에 관한 효력 정지의 당위성

'9.19 남북군사합의서’(공식명 '판문점선언 군사분야 이행합의서')는 지난 2018년 9월 18~20일 기간,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 간 열린 '남북 3차 정상회담(북한 '제5차 북남수뇌상봉')의 결과 발표인 평양공동선언(공식명 '9월 평양공동선언' Pyongyang Joint Declaration of September)의 부속합의서다.

지난 2018년 9월 19일 오전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남북 정상이 지켜보는 가운데 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과 노광철 전 북한 인민무력상이 합의문에 서명한 뒤 교환함으로써 공식 발효됐다.

앞서 남북 정상은 같은 해 4월 27일 오전 10시부터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남북정상회담을 진행하고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문’에 서명하고 공동으로 발표하면서 “한반도에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며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렸음”을 전 세계에 천명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에도 군사외교 안보 전문가 일각에선 9.19 군사합의서 내에는 북한의 핵 개발 프로그램이나 미사일 개발 제한과 폐기 등에 관해 명시적으로 다루지 않았으며 남북 간 긴장완화 조치를 정규적으로 상호 확인 검증할 수단과 합의 위반시 재발방지 대책이 포함되지 않아 한반도 평화에 기여한다는 당시 정부의 설명과 달리 유명무실한 합의란 비판이 일었다.

이후 북한은 한동안 잠잠했지만 2020년부터 2022년 5월 문 정권 퇴임 시까지 우리 군 통수권자를 대상으로 한 북한 특유의 욕설에 가까운 거친 표현과 함께 총 51회의 미사일 도발을 벌었다.

그간 정부는 북한의 숱한 대형 도발과 위반에도 군사합의를 남북이 함께 지킬 때 의미가 있다며 준수를 촉구하고 신중한 입장을 취해왔으나 북한은 2022년 12월 26일 소형 무인기 5대를 군사분계선(MDL) 넘어 수도 서울 상공까지 침투시킴으로써 또다시 9·19 군사합의를 위반했을 뿐 아니라 크게 선을 넘어섰다.

전문가 일각에선 북한이 무인기에 소형미사일이나 북한이 자랑하는 화학·생물학 무기를 달고 살포했다면 서울 시민은 물론 군 통수권자가 있는 용산대통령실도 크게 위협받을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을 연출할 수 있었다는 분석과 우려를 내놓기도 했다.

이어 특히 이번에 북한의 3차 정찰위성 발사는 거듭된 우리 정부와 국제사회의 유엔 안보리 위반에 따른 경고에도 아랑곳 않고 도발을 감행한 것으로 북한은 고도화된 핵 투발 능력과 함께 감시정찰 능력을 갖추게 됐다는 의미에서 김정은은 스스로 "만리 보는 눈과 주먹 다 가졌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상황에 따라 정부는 그동안 독소조항으로 지목됐던 1조 3항, 즉 휴전선 부근에서 북한군의 움직임을 감시하거나 정찰하지 못하도록 막아온 조항에 대한 군사정찰활동 재개와 효력정지는 그 당위성을 충분히 확보한 조치라는 국내외 전문가들의 평가를 받는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이번 효력 정지를 "우리 국가안보를 위해 꼭 필요한 조치이자, 최소한의 방어 조치"라며 "또한 우리 법에 따른 지극히 정당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제23조엔 "대통령은 국가안전보장에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남북합의서 효력을 정지시킬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北 만리경 1호, 하루 최소 2회 한반도 상공 통과...지구 15바퀴 돌아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22일 보도에서 만리경 1호가 다음 달 1일부터 정식 정찰 임무에 착수한다면서 김정은이 이날 오전 9시 21분 만리경 1호에서 수신된 괌 앤더슨 미 공군기지 등을 촬영한 항공우주 사진을 봤다고 주장했다.

미국의소리(VOA)방송도 미 우주군 소속 제18우주방위대의 위성 추적 웹사이트 ‘스페이스 트래커’를 인용해 만리경 1호에 위성번호(SATCAT)와 인공위성 식별번호(COSPAR ID) 등이 부여됐다고 전했다.

실시간 위성 추적 웹사이트인 엔투요(n2yo)가 미 우주군이 수집한 정보를 토대로 지난 23일부터 공개한 위치 정보에 따르면
만리경 1호는 고도 507km 내외에서 초당 7.61km의 속도로 지구 한 바퀴를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이 94.7분, 하루에 지구 15바퀴를 돌고 있다. 한반도 인근 상공에도 하루 최소 2차례에서 최대 4차례 출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것이 만리경 1호의 정상 작동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정찰위성의 실제 작동 여부가 이번 발사의 성공 여부를 판가름될 전망이다.

합참도 북한의 위성체는 궤도에 진입한 것으로 평가된다면서 "위성체의 정상작동 여부 판단에는 유관 기관 및 한미 공조 하 추가적인 분석이 필요하여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정찰위성의 정상 작동 여부는 인공위성과 지상 기지국 간의 정상적인 교신과 인공위성이 촬영한 사진, 영상 자료에 대한 성공적인 수신 등을 통해 알 수 있기 때문에 북한이 만리경 1호에서 촬영한 사진 자료 등을 공개하지 않는 한 외부에서 정확한 성공 여부의 파악은 제한된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도움, 집요한 시도 끝 일단 궤도 진입 관측

북한이 명목상 위성을 궤도에 올리기 위한 로켓 발사 시도는 지난 2016년 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북한은 지구관측을 위한 위성을 탑재한 로켓이라고 주장하면서 평안북도 동창리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을 위한 우주발사체 광명성 4호를 발사했다.

미사일 발사 바로 다음 날 오전 북한 경비정 한 척이 NLL을 침범했고, 우리 군이 경고사격으로 대응하자 북상했다.

이 날 미국 전략사령부는 북한 주장 광명성 4호가 미국 시간 7일 미국 최대 스포츠 행사인 NFL 결승전 슈퍼볼 경기 종료 후 한 시간 뒤 경기장 상공을 지나갔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미 정보 당국은 이 위성이 궤도를 돌고 있을 뿐 불안정한 상태로 기능을 못 하는 상태로 판정했다.

전문가들은 당시 북한이 장거리 탄도미사일 기술개발 실험을 인공위성 발사로 포장, 성능 실험에 목적이 있었다고 분석했다.

한동안 잠잠하던 북한은 지난해 3월 말부터 한달 새 화성 17형 4발을 잇따라 발사했다. 같은 해 3월 14일엔 고도 6200km 상공에 도달한 데 이어 11월엔 고도 6100km 상공에 쏘아 올리고 12월엔 정찰위성을 시험 발사했다며 해상도가 크게 떨어져 조악한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는 촬영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후 북한은 올해 4월까지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공언했지만 지체되어 올해 5월과 8월에 두 차례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북한은 다시 올해 10월 말까지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공언했지만 이번에도 지연되면서 올해 3차례의 시도 끝에 탑재한 위성의 궤도 안착엔 일단 성공한 셈이다.

국가정보원은 지난 23일 국회 정보위원회 비공개회의에서 "북한 발사체 성공에는 러시아의 도움이 있었을 것으로 판단한다"며 "북러 회담 당시 푸틴이 북한의 발사체 자체를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혔고, 회담 후 북한이 설계도 및 1·2차 발사체와 관련한 데이터를 러시아에 제공하고 러시아가 그 분석 결과를 (북한에) 제공한 정황이 확인됐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찰위성 발사 직후 탄도미사일 도발, 비난국면서 긴장국면 전환 시도

반길주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 국제기구센터장은 이날 통화에서 "북한이 정찰위성 발사에 성공했다며 자축과 대대적인 선전전을 펼치는 가운데 숨가쁘게 탄도미사일 도발까지 나선 것은 표면적으로는 한국의 9.19 군사합의 일부 효력정지에 대한 반발 성격으로 보이지만 그 이상의 전략적 셈법도 깔려있다"고 짚었다.

반 센터장은 "정찰위성 발사로 인한 국제사회의 비난의 눈길을 전환하기 위해 비난국면을 긴장국면으로 돌려 이슈를 주도하려는 전형적인 셈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북한은 ICBM에 고체연료를 탑재해 시험한 것을 시작으로 이제는 중거리미사일에까지 그 적용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며 "탄도미사일 작전운용 다변화라는 로드맵에 따라 고체연료 방식의 탄도미사일을 다양한 사거리대에서 운용 가능토록 함으로써 기습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인프라를 구축하려는 포석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반 센터장은 "각각의 도발에 대한 특화형 대응과 병행해 중장기적 대응방안 마련도 촘촘하게 챙겨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북한의 소위 우주개발 드라이브는 이제 겨우 시작되었을 뿐이다. 군사정찰 위성 개발에 집요한 국력을 기울이는 북한의 움직임은 우리에게 많은 과제를 안겨 주고 있다.
북한은 앞으로 계속적인 군 정찰위성 발사 시도를 공언한 만큼 북한의 타격정보 수집 능력이 강화되면서 핵·미사일 위협도 더욱 고조될 것이므로 미사일 방어를 위한 미일과의 협조체계도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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