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 개최지 '리야드'에 내줬지만...韓 외교자산 남겼다
2023.11.29 01:57
수정 : 2023.11.29 02:2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2030 세계박람회 개최지는 사우디 아라비아의 리야드에 돌아갔다. '오일머니'를 앞세운 홍보의 벽을 넘지 못했다. 유치위원회는 지난 17개월 간 182개국 대부분을 포함하는 교섭활동을 펼쳐왔다.
29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BIE) 제173차 총회에서 투표 결과 사우디 아라비아 리야드는 3분의 2 이상을 득표하며 개최지로 선정됐다. 총 165개국이 던진 표 가운데 사우디 아라비아는 119표(72%), 한국은 29표(18%), 이탈리아는 17표(10%)를 얻었다.
"거의 따라잡았다"...막판까지 접전
본격적인 최종 프레젠테이션(PT)과 투표를 앞두고 한덕수 국무총리는 “최후에 끝이 났다는 종이 울릴 때까지 정부와 민간이 함께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며 "정부와 민간, 국회가 모두 열심히 해서 어느 정도 따라왔다고 느껴진다”는 각오를 밝혔다.
사우디 아라비아 역시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오일머니'를 앞세워 지지 국가들에 적극적인 투자를 약속했고 투표 당일에도 한국 대표단에 대응해 홍보를 지속했다.
투표 당일까지 극비에 부쳐진 최종 PT에는 한덕수 국무총리,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 회장), 박형준 부산 시장, 나승연 부산엑스포 홍보 대사 등 총 5명이 출연해 큰 호응을 얻었다. 특히 한국전쟁 참전 노병과 참전 용사 손녀의 이야기를 통해 전달한 '세계 최초 공여국 전환' 희망의 메시지에 곳곳에서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특별 연사로 나선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은 "대한민국이 희망의 땅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여러분과 같은 전 세계인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우리는 그 도움을 이제 되갚으려 한다”고 강조했다.
높은 '오일머니' 벽...표심 잡기는 '고배'
2030 세계박람회 개최지 투표를 앞두고 열린 마지막 프레젠테이션에서 사우디 아라비아는 "국제 협력과 발전을 위한 헌신"을 약속했다. 이탈리아는 예술·스포츠인들을 위주로 로마 막판 홍보를 꾸렸다.
사우디 아라비아는 '오일머니'를 앞세운 리야드의 첨단 기술과 엑스포관 조성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현재 사우디 아라비아 프로축구 리그에서 활동중인 세계적인 축구 선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홍보 영상에 등장해 리야드의 우수성을 전파했다. 에펠탑, 만리장성 등 각국 랜드마크를 한 곳에 모은 파빌리온 조성도 약속했다.
최근 사우디 아라비아 반대표를 만들어낸 여성 인권 탄압 문제도 정면으로 돌파했다. 사우디 아라비아는 첫 연사로 외교장관 직을 맡고 있는 파이잘 빈 파란 왕자를 내세운 뒤 연이어 두 명의 여성 연사를 연단에 올렸다. 리야드 엑스포팀의 지다 알 쉬블과 하이파 알 모그린 사우디아라비아 유네스코 상임대표가 연설을 맡았다.
이탈리아는 로마의 문화·예술 기반을 바탕으로 슬로건인 '마마 로마'(Mama Rome), '홈 이즈 로마'(Home is Rome)를 강조했다.
연사로는 배우·감독·인권운동가인 트루디 스타일러를 시작으로 국제적 배우로 활동하는 사브리나 임파치아토레가 차례로 연단에 섰다. 테니스 세계 랭킹 4위 선수인 재닉 시너와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영상을 통해 로마 지지를 요청해왔다. 마지막으로 패럴림픽 펜싱 선수인 베아트리체 베베가 나와 로마에 대한 아름다운 기억을 공유하며 연설을 마무리 지었다.
유치 노력 소기 성과...외교 지평 확대
유치 석패에도 한국의 통상외교 지평은 한층 넓어지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에 맞서 내놓은 민관 경제사절단의 '맞춤형 경협 패키지'가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의 마음을 여는 계기가 됐다. 우리나라의 공적개발원조(ODA) 규모도 당장 내년부터 43% 늘어났다.
농림축산식품부를 비롯한 범부처적 지원도 이어졌다.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인구 60만명의 아프리카 서부 섬나라 카보베르데까지 통일벼 모종을 담은 모판을 날랐다. 우리 종자를 아프리카에 전파하는 'K 라이스벨트'는 식량 위기의 해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통가, 피지 등 태평양도서국을 대상으로는 한국의 해양수산 국제협력 비전인 '코리아-오션 이코노미 이니셔티브'가 발족했다. 상대적으로 교류가 적었던 18개 도서국가는 우리나라의 중요한 파트너로 그 위치를 옮겼다.
민관 합동으로 유치활동을 전개했던 만큼 민간에서도 소기의 성과를 얻었다는 평가다. 특히 직접 유치전을 이끈 최태원 SK 회장은 전세계적으로 막대한 홍보 효과를 거뒀다. 엑스포 유치를 위한 정부 대표의 자격으로 세계 각국의 정상·고위 관료들과 접촉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린 셈이다. chlee1@fnnews.com 이창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