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 장기 휴전 추진, 남은 인질 숫자가 관건
2023.11.29 14:38
수정 : 2023.11.29 14:38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5일 동안 휴전을 이어가는 가운데 협상 관계자들이 다음달까지 휴전을 연장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국제 사회 및 관계자들은 보다 장기적인 휴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나 이스라엘 내부에서 반발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장기 휴전 논의, 다음달 2일 넘길 수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8일(이하 현지시간) 휴전 협상을 중재하고 있는 카타르와 이집트 관계자를 인용해 중재국들이 장기 휴전을 논의중이라고 전했다.
관계자들은 지금까지 6일 동안 임시 휴전이 양측의 신뢰 구축을 위한 과정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 관계자는 미국 워싱턴포스트(WP)를 통해 "29일 이후 우리는 또 다른 2∼3일의 인질 석방과 인도주의적 (교전) 중지 기간을 거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 후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작전을 재개하거나 후속 합의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양측이 휴전을 이틀 더 연장한다면 12월 2일 오전까지, 8일 동안 교전이 멈추는 셈이다.
카타르 외무부의 마지드 알 안사리 대변인은 28일 "우리는 휴전, 그 다음으로 영구적 휴전에 이르기 위한 카타르의 중재 역할을 강화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의 희망은 지속 가능한 휴전에 이르는 것"이라며 "국제사회 전체가 이를 밀어붙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날 주요 7개국(G7) 외무장관들은 공동 성명을 내고 가자지구에 대한 지원 확대 및 인질 석방에 필요한 교전 중지 추가 연장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날 윌리엄 번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다비드 바르니아 이스라엘 모사드 국장, 카타르의 셰이크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 사니 총리 겸 외무장관과 만나 휴전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카타르로 향했다.
WSJ는 이번 협상에서 미국과 이집트, 기타 아랍 국가들의 정보 수장들이 각자 외교적인 역할을 맡았다고 설명했다. 번스와 다른 정보 수장들은 알 사니와 회동에서 현재 합의를 더욱 진전시켜 장기적인 휴전 단계를 논의할 예정이다.
이집트 관계자는 "우리는 장기적 평화의 문을 열기 위해 신뢰와 선의를 구축하고자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지금까지 휴전 기간에 군사상 이익 추구를 자제한 덕분에 (휴전) 가능성에 대한 희망을 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앞서 이스라엘 정부는 22일 내각 회의를 통해 임시 휴전을 승인하면서 24일부터 4일 동안 최소 50명 석방 이후 인질이 10명씩 추가로 석방될 때 마다 휴전이 1일씩 연장된다고 밝혔다. 당시 이스라엘은 휴전을 최장 10일로 제한했으며 인질 석방의 대가로 풀어주는 팔레스타인 수감자 숫자 역시 최대 300명으로 못을 박았다. 알 사니는 26일 인터뷰에서 "하마스가 휴전을 연장하려면 일단 (풀어줄) 인질을 확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휴전 오래가기 힘들어...이스라엘 반발
하마스는 지난달 7일 이스라엘을 공격할 당시 239명의 이스라엘인을 납치했다고 알려졌으나 최근 휴전 과정에서 여성과 어린이 인질만 석방했다. 알 사니는 이스라엘이 휴전 조건으로 여성과 어린이 인질 석방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의하면 이스라엘 정부는 가자지구로 끌려간 민간인 여성과 어린이가 93명이라고 보고 있다. 이는 5명의 여군을 제외한 숫자다. 알 사니는 지난달 7일 공격 과정에서 하마스 외 다른 조직들도 인질을 납치했다며 하마스가 여성과 어린이 인질을 먼저 확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가지지구의 또 다른 무장 조직인 팔레스타인이슬라믹지하드(PIJ)는 28일 텔레그램 계정에서 억류했던 인질 몇 명을 협상을 위해 인계했다고 밝혔다. PIJ가 억류중인 인질은 최소 40명으로 추정된다. 하마스는 28일까지 이스라엘 여성·어린이 60명을 비롯해 휴전 합의와 관계없이 21명의 외국인을 석방했다.
이스라엘은 28일 기준으로 사망자 등을 제외하고 가자지구에 남은 인질이 미성년자 6명을 포함하여 173명이라고 집계했다. 협상 관계자들은 여성·어린이 인질이 모두 풀려난 다음에도 휴전을 이어가기 위해 고령 남성이나 군인 인질 석방 혹은 전사한 군인의 시신 반환을 휴전 조건으로 걸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장기 휴전에 대한 비관론도 있다.
미 정부 관계자는 "지금 상황에서 휴전 연장은 협상 카드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하마스는 지난 25일 이스라엘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며 인질 석방을 몇 시간 동안 거부했다. 양측은 28일 휴전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가자지구 북부에서 충돌하기도 했다.
이스라엘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 우파 야당인 오츠마 예후디트(이스라엘의 힘)를 이끄는 이타마르 벤 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은 28일 성명을 내고 "전쟁 중단은 곧 정부 붕괴"라고 경고했다. 지난해 11월 총선에서 과반 확보에 실패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현재 여러 야당들과 연정으로 정부를 꾸리고 있다.
이스라엘의 베니 간츠 국방장관은 27일 발표에서 휴전이 끝나면 즉각 가자지구 작전을 재개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각이 모두 같은 생각이라며 "우리는 전쟁의 다음 단계를 준비 중이며 가자지구 전체로 작전을 확대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은 가자지구 북부를 통제중인 이스라엘군이 남쪽으로 작전을 확대할 경우 대규모 난민 발생을 걱정하고 있다.
미 정부 관계자는 28일 WSJ를 통해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이스라엘에 분명히 경고했다"며 이스라엘이 "남부에서 작전을 이어간다면 주민들의 추가 및 대규모 이주를 최대한 막을 수 있는 방식을 써야한다"고 강조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