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준위 특별법, 조속히 처리돼야
2023.11.29 15:08
수정 : 2023.11.29 16:28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지난 1978년 고리 1호기가 처음으로 상업운전을 시작한 이래로 우리나라 산업에서 원자력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커져왔다. 원자력발전은 연중무휴로 발전할 수 있으며, 기상이나 계절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발전단가도 다른 어떤 전원보다 저렴하다.
하지만 원전을 사용하는 나라는 반드시 대가를 치뤄야 한다. '사용후 핵연료'라고 불리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의 처리이다. 사용후 핵연료는 말 그대로 원자력 발전소에서 사용을 마친 폐연료봉이다. 폐연료봉은 원전 내 수조에 보관하는 임시저장-말려서 저장하는 중간저장-지하 깊숙한 곳에 방폐장을 짓고 매장하는 영구처분의 과정을 거친다.
현재의 과학 기술로는 사용후 핵연료는 방폐장 건설 외에 대안이 없다. 문제는 우리나라는 사용후 핵연료의 처리를 놓고 수 십년째 제자리 걸음을 걷고 있다는 점이다. 방폐장 건설 추진은 지난 1983년부터 시작됐고, 지금까지 9차례의 부지선정에 실패했다. 무려 40년간 논의됐으나 진척이 없었다는 뜻이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임시저장고의 저장 용량은 한계치에 임박했다. 올 3분기 기준 저장률이 78.7%에 달하는 한빛원자력본부가 2030년, 한울원자력본부는 2031년 포화할 것으로 예측된다.
사용후 핵연료 처리를 위해 우선적으로 진행할 부지 내 저장시설의 건설 기간을 감안하면 앞으로 남은 7년이라는 시간도 촉박한 상황이다. 특히 주요 원전 운용 국가 들 중 영구 처분장 부지선정 작업에도 착수하지 못한 나라는 우리나라 뿐이다.
원전을 좋아하던 싫어하던 양질의 값싼 전기를 공급해온 원전이 우리나라 경제발전에서 '빛'과 같은 역할을 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원전 가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용후 핵연료는 '빚'이라는 점에서 후세대에 결정을 떠넘겨서도 안될 일이다.
현재 사용후 핵연료 처리 방안을 담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특별법' 통과 여부는 미궁 속에 빠져 있다. 이 법안은 21대 국회에 상정돼 있지만 여야 이견에 한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하는게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이번 국회에서 처리하지 않으면 원전의 순차적 가동 중지를 부를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40년 묵은 사용후 핵연료의 처리를 위한 첫걸음, 그것을 위한 양당의 대승적 판단이 이뤄지길 기대해본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