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선거개입' 재판 왜 4년 걸렸나…국회의원 임기 끝나고서야 결론
2023.11.29 18:41
수정 : 2023.11.30 09:41기사원문
(서울=뉴스1) 정윤미 기자 = 이른바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하명수사' 의혹이 제기된 지 4년여 만에 일단락됐다.
29일 법원은 문재인 전 정부 당시 청와대가 울산광역시장 선거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송철호 전 울산시장을 당선시키기 위해 조직적으로 개입했음을 인정하고 대다수 피고인들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첫 재판은 10분 만에 끝이 났지만 이 같은 결론이 나오기 까지는 2년이 넘게 걸렸다. 초반부 방대한 수사 분량 등을 이유로 공판 준비에만 1년가량 소요됐다. 이후 재판 받는 일부 피고인들이 선거에 나가야 한다며 재판 연기를 요청하기도 했다.
4년이란 시간이 흐르는 동안 송 전 시장 경우 이미 임기가 만료됐고 유죄가 선고된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 임기 역시 몇개월 남지 않았다. 피의자들은 일제히 법원 판단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항소를 예고했다. 결국 황 의원 임기 이후에야 최종 판결이 내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법조계에서는 또 하나의 '지연된 정의' 사례라는 비판이 나온다.
◇겉잡을 수 없이 커지는 의혹…7개 사건·피고인만 15명
재판 내용을 요약하면 사건 발단은 2018년 6·13 지방선거를 앞둔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문 전 대통령 친구인 송 전 시장은 경쟁 후보였던 김기현 전 시장(현 국민의힘 대표)을 상대하기 위해 2017년 9월 울산경찰청장이었던 황 의원에게 김 대표 수사를 청탁했다. 한 달 뒤 송 전 시장 측근 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은 문모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행정관에게 김 대표에 대한 비위를 직접 제보하기도 했다.
결정적으로 2018년 3월 경찰이 김 대표의 울산시장 후보 공천이 확정된 당일 시청 비서실과 건축 관련 부서 압수수색에 나서면서 '정치 수사' 비판이 일었다. 울산지검은 이듬해 김 대표 측근 관련 수사 3건 중 2건을 혐의 없음으로 종결했다.
2019년 11월 서울중앙지검은 울산지검으로부터 사건을 넘겨 받아 김 대표 비리 수사에 대해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개입한 정황을 포착하면서 본격 수사에 돌입했다.
같은 해 12월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은 '김 대표 첩보 의혹'에 강하게 반발하며 송 전 시장과 송 전 부시장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김 대표 주변인들 비리 수사를 지휘한 황 의원도 고발했다.
수사가 진행되면서 임동호 전 민주당 최고위원이 2018년 울산시장 선거 당시 후보 공천 피해자였다는 새로운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청와대가 임 전 위원에게 송 전 시장을 위해 경선을 포기하면 높은 자리를 내주겠다 제안했다는 내용이다.
일파만파 커지는 의혹에 대해 검찰은 수차례 관련자 압수수색과 소환조사 등을 거쳐 2020년 1월29일 마침내 송 전 시장 등 13명을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우선 기소했다.
기소 대상에는 범죄 첩보 형식으로 사실상 하명 수사를 지시한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이광철 민정비서관, 문 전 행정관 등도 포함됐다.
아울러 검찰은 송 시장 측 선거 공약인 공공병원 공약 수립을 불법 지원한 혐의를 받는 장환석 전 청와대 균형발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과 송 시장의 민주당 후보 단수 공천을 위해 후보자 매수 혐의로 기소된 한병도 전 청와대 정무수석(현 민주당 의원)을 재판에 넘겼다.
◇檢 '방대한 수사 분량' 호소…피고인들 '선거 출마'로 연기 요청
첫 재판은 2020년 4월23일 열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김미리)가 심리한 첫 공판준비기일은 10분 만에 종료됐다. 피고인들이 아직 사건기록 사본을 검찰로부터 받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검찰은 방대한 수사 기록과 코로나19 여파로 수사를 마무리하지 못했다고 호소했다.
준비만 1년 넘게 걸렸다. 재판부는 3명의 부장판사가 번갈아 재판장과 주심을 맡는 대등재판부로 변경됐다.
이 과정에서 형사합의21부 재판장이던 김미리 부장판사가 한 법원에서 3년 넘게 근무하지 못한다는 관례를 어기고 4년째 서울중앙지법에 재직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김 부장판사가 일신상 이유로 휴직하면서 재판부는 전면 재구성됐고 논란은 일축됐다.
그렇게 2021년 3월31일 6차에 걸친 준비 기일이 마무리됐다. 이후 이진석 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과 공무원 윤모씨 등이 추가 기소돼 피고인은 15명으로 늘었다.
2021년 5월10일 본격 재판이 시작됐다. 기소된 지 1년4개월 만이다. 첫 공판에서 피고인들은 "소수 정치검찰이 억지로 끼워 맞춘 삼류 정치 기소"라며 "부정 청탁을 한 적이 없다"고 혐의 일체를 전면 부인했다.
같은 해 11월 김 대표는 재판 증인으로 출석해 "역대 최악의 선거 범죄 사건"이라고 일갈했다. 이듬해 4월 송 전 시장은 6·1 지방선거를 준비해야 한다며 재판 연기를 요청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2년여 간의 공방 끝에 2023년 9월11일 결심을 맞이했다. 검찰은 형사합의21-3부(부장판사 김미경 허경무 김정곤)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송 전 시장에게 징역 6년을 구형했다.
황 의원에게는 선거법 위반 혐의 4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에 대해 1년을 구형했다. 송 전 부시장에 대해선 선거법 위반 혐의 2년6개월,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 1년을 각각 요청했다.
재판부는 이날 송 전 시장과 황 의원 그리고 송 전 부시장에게 각 징역 3년을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백 전 비서관 징역 2년, 박 전 비서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문 전 행정관은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내렸다.
공공병원 공약 불법 지원한 혐의를 받는 장 전 비서관과 이 전 실장 그리고 경쟁 후보자 매수 혐의를 받는 한 의원은 무죄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