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윤찬이 임윤찬했다"···뮌헨필 협연 무대, 3000명 기립박수 속 '신드롬 입증'
2023.11.30 08:53
수정 : 2023.12.01 08:05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피아니스트 임윤찬(19)이 지휘자 정명훈(70)이 이끈 뮌헨필하모닉과의 협연 무대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전 세계를 강타한 '임윤찬 신드롬'을 관객들은 눈앞에서 직접 확인하며 뜨겁게 환호했다.
29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뮌헨필의 내한공연을 앞두고 건물 안팎은 인파로 북적였다.
이번 공연은 임윤찬의 세종문화회관 첫 데뷔 무대이기도 하다. 3000석 규모 대극장 티켓은 지난 8월 10일 예매 오픈 직후 1분도 채 안돼 전석 매진됐다. 유료 객석 점유율은 99%에 달한다. 현장에서 판매된 프로그램북도 전량 매진됐다.
올해로 창단 130주년을 맞은 뮌헨필도 약 5년 만에 세종문화회관을 찾았다. 독일 전통 사운드의 계승자이자 투명하고 명료한 음색을 자랑하는 오케스트라의 내한공연인데다 클래식계 거장 정명훈, 신예 스타 임윤찬이 함께하는 무대는 그야말로 국내 클래식 팬들의 기대감을 폭발시켰다.
오후 7시33분, 객석을 가득 채운 관객들의 동경에 찬 눈빛과 함께 드디어 연주가 시작됐다. 임윤찬은 뮌헨필과 함께한 1부 무대에서 피아노 협주곡 제4번 G장조를 선보였다. 알레그로 모데라토, 안단테 콘 모토, 론도:비바체 순으로 약 35분간 이어지는 선율 속에, 관객들은 리듬을 따라 연신 숨을 죽였다. 건반 위를 오가는 임윤찬의 손가락은 힘 있고, 사뿐했으며, 유려했다. 이 협주곡은 1808년 12월 22일 안 데어 빈 극장에서 열린 전설적인 '아카데미'에서 교향곡 5번, 6번과 함께 공식 초연됐다. 이는 베토벤이 협연자로 대중 앞에 나선 마지막 공연이기도 했다.
빠르고 거친 구간에서는 관객들의 눈동자도 함께 커지며 초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공중으로 울려 퍼지는 하나하나의 음표들은 은쟁반 위를 구르는 옥구슬처럼 섬세하면서 또렷하고, 청아했다. 임윤찬의 몸동작에 따라 함께 흩날리는 머리카락도 시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그(임윤찬)는 마치 꿈처럼 연주한다"고 평한 뉴욕타임스의 극찬을 떠올리게 한 순간이었다.
임윤찬의 협연이 끝나자 객석엔 뜨거운 박수갈채가 울려 퍼졌다. 한 두 명이 빠르게 기립박수를 하자 관객들은 도미노처럼 너도나도 일어나 찬사의 환호성과 함께 임윤찬과 뮌헨필, 정명훈 지휘자를 향해 감동의 박수를 보냈다. 객석 앞 열에 자리했던 한 관객은 무대 인사를 하는 임윤찬에게 작은 캐릭터 인형을 건네기도 했다. 이를 임윤찬이 선뜻 받아 가자 객석에서는 부러움의 탄성과 웃음이 크게 터졌다. 관객들은 아쉬움을 남기고 퇴장하는 임윤찬의 뒷모습을 끝까지 지켜보며 기쁨을 누렸다.
임윤찬은 지난 2022년 제16회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역대 최연소(만 18세) 우승했다. 또 신곡 최고연주상과 청중상 수상으로 세계 무대에 돌풍을 일으키며 등장했다. 그의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마린 올솝 지휘) 결선 연주 영상은 유튜브 조회수 1100만을 넘어서며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 공연은 뉴욕타임스의 2022년 '올해의 공연' 10편 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다.
한편, 2부는 뮌헨필의 연주로 교향곡 제3번 '영웅'을 선보였다. 총 4악장으로 구성된 이 곡은 통상 '에로에카(영웅적) 교향곡'으로 불린다. 베토벤의 위대한 역작이자 음악사의 주요 분수령으로 평가받는 곡이다. 정명훈 특유의 힘 있고 섬세한 지휘는 그의 손동작 하나하나만으로도 모든 화음의 전개를 짐작할 수 있을 정도로 음악과 혼연일체를 이뤘다. 또 정명훈이 이끄는 뮌헨필의 수준 높은 연주는 독일 출신인 베토벤의 환영을 보여주듯 강력하고, 독창적이면서 웅장했다. 끝으로 뮌헨필은 앙코르 무대로 '아리랑'을 선사해 한국인 관객들에게 깊고 진한 여운을 안겨줬다.
이번 공연을 기획한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은 "앞으로 임윤찬을 비롯한 한국의 클래식 연주자가 더 많은 관객을 극장으로 유입시킬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다시 한번 강북클래식 전용 공연장의 필요성을 느꼈다"고 말했다. 세종문화회관은 서울 시민들에게 최고 수준의 문화예술 향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내년에도 세계 유수의 오케스트라를 초청할 계획이다.
en1302@fnnews.com 장인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