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응노 화백의 ‘끊임없는 도전’ 재조명
2023.11.30 18:53
수정 : 2023.11.30 18:53기사원문
내년 고암 이응노 화백(1904∼1989)의 탄생 12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국내외 미술관이 소장한 그의 주요 작품을 소개하는 전시 '이응노, 동쪽에서 부는 바람, 서쪽에서 부는 바람'이 대전 이응노미술관에서 개막했다. 주최 측인 국립현대미술관과 이응노미술관에 따르면 60여점의 출품작 중 프랑스 퐁피두센터 소장품 4점을 비롯한 30여점은 이번 전시를 통해 국내에 처음 소개된다.
'충돌과 융합'을 주제로 한 1전시실에서는 54세 나이에 새로운 도전을 위해 유럽으로 건너간 이후 작품 중 주요작들을 모아 보여준다. 종이로 싼 캔버스 위에 종이를 찢어서 붙인 '무제'(1960)와 캔버스에 모래를 붙여 마모된 돌의 질감을 주면서 그 위에 전서체와 예서체를 결합해 그린 '구성'(1963·사진) 등 퐁피두센터 소장품을 볼 수 있다. 1989년 일본 도쿄와 오사카에서 열린 이응노 추모전에 전시된 1964년작 '구성'도 한국에 처음 공개되는 작품이다.
1964년작 '구성'은 '사의적 추상'(뜻을 그린다는 의미)이 가장 무르익은 시기의 작품이다. 바탕을 검게 칠하고 글씨의 필획에 해당하는 부분을 희게 남겨서 마치 네거티브 필름 같은 느낌을 주며 전통 서예와는 상반되는 구성을 보인다.
2전시실은 1989년 이응노가 세상을 떠나기 직전에 그린 '군상'에서 시작해 시간을 거슬러 1959년 이응노가 독일에서 그린 '문자도-산(産)'으로 끝난다. 두 작품 모두 종이와 붓, 먹을 이용한 것으로, 이응노가 오랜 유럽 활동에서도 동아시아 전통을 놓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특히 '군상' 시리즈는 이응노의 마지막 변모이자 백조의 노래처럼 모든 것을 쏟아부은 작품들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 작품을 본 사람들이 저마다가 속한 역사적, 사회적 상황에 따라 여러가지 의미를 연상한다는 점이다. 한국 사람들은 민주화 운동을 떠올리지만 유럽사람들은 반핵운동이나 반전(反戰) 시위를 그린 것으로 이해한다.
3전시실은 이응노가 유럽 이주 전 대나무와 난초, 산수화 등을 즐겨 그린 만큼 그런 면모를 보여주는 작품들로 구성됐다. 1932년 조선총독부가 주관한 조선미술전람회에서 입선한 '대죽'은 초기 대나무 그림 경향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김지윤 학예연구사는 "이전 이응노 전시들은 도불 이후나 이전 등 어느 한쪽에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면 이번 전시는 이전과 이후 작품을 골고루 배치한 것이 특징"이라면서 "또 미공개 작품도 함께 소개해 이응노의 새로운 면을 보여주는 전시"라고 소개했다. 전시는 내년 3월 3일까지.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