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기에 선 국가 R&D, 성공의 공식이란

      2023.12.02 09:00   수정 : 2023.12.02 09: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우리 사회는 '혁신'이라는 단어에 유난히 호감도가 높다. 또 다시 강대국들에게 국가적 수모를 당할지 모른다는 우리 내부의 생존본능이 내재돼 있는 말인지 모르겠다.

개발도상국의 지위에서 선진국의 문턱에 이르기까지 모든 국가적 역량은 선진국의 기술을 따라잡는데 집중됐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R&D) 투자규모는 세계 1위의 수준까지 급성장했다.



이는 그간 양적으로 확대돼 온 국가 R&D가 앞으로는 질적 성과 중심으로 전환돼야 하는 시점에 와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국가 R&D 투자의 적정성에 대한 논의가 곧 혁신을 위해 거쳐야 할 관문인 셈이다.


국민의 세금을 통해 진행되는 국가 R&D는 연구실에서만 통하는 기술이 아닌, 시장에서 실제 제품화 될 수 있는 기술을 창출해야 한다. 선진국을 따라하는 개발이 아닌, 세계를 선도할 수 있는 기술이어야 하고, 좋은 일자리가 많이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이런 기술만이 진정한 혁신을 이끌어 낼 수 있다고 본다. 과연 어느 국민이 응원하지 않겠는가.

R&D 질적 평가에 대한 새로운 평가시스템 보완이 필요한 이유다. 국가 R&D의 성공률을 높이는 가장 현실적 방안 중 하나는 지식재산권 전문가, 변리사를 연구 전 과정에 걸쳐 공동 참여하게 하는 것이다. 규모가 큰 국가 R&D의 경우에는 더욱 그 필요성이 크다고 할 것이다.

이미 해외 기업들이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해당 기술을 개발하겠다고 뛰어드는 국내 기업, 연구자들이 많다. 전 세계 공개 특허자료에 대한 철저한 분석 없이 진행되는 경우들이다. 지식재산권에 대해 국제적으로 강력한 보호기제가 작동되고 있는 상황에서, 돈 낭비, 시간 낭비일 뿐이다. 이를 위해선 정부가 우선적으로, 전 세계 특허데이터베이스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해줘야 한다.

변리사의 연구 프로젝트 참여와 평가 권한 역시, 더욱 강화될 필요가 있다. 올해 대한변리사회의 정부출연연구기관의 특허경쟁력 지표를 보면 질적인 지표에 있어서 아쉬운 점이 너무나 많다. 연구 성과물 그 자체에 대한 평가는 제처두고라도, 해당 연구 성과물이 시장에서 제품화될 때 어떤 보호가 필요한지에 대한 검토가 너무도 미흡한 것이 원인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연구 성과물에 대한 평가시스템에서는 특허가 부가가치 창출의 대상이 아니라 단순히 연구 완료보고적 측면이 더 강하기 때문이다. 지금과 같이 '사업적 성공의 관점'이 평가지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면 연구 성과물에 대한 특허는 절대로 질 좋은 특허로 연결될 없다. 사업적 성공으로도 이어질 수 없다는 점은 자명하다.

회계법인이 기업의 회계를 감사하듯이, 특허법인이 국가 연구개발(R&D)의 연구 프로젝트를 감사하는 시스템 구축은 우리 연구환경을 더욱 투명하고 경쟁력 있게 만들 것이다.

연구 성과물에 대한 사후 추적조사 역시, 강화돼야 한다. 시장에서 제품으로 성공하지 못한 연구 성과물은 최종적으로 실패나 다름없다는 기본인식이 바탕이 돼야 정부 R&D이 질적으로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단지, 연구자금을 획득하기 위한 형식적 연구는 철저히 배제시키고, 비록 성공한 연구이나, 시장에서 사장될 위험에 처한 수많은 기술들에 생명의 기운을 불어넣을 수 있는 기회가 된다.

투자는 이익으로 되돌아와야 성공이다.
국가 연구개발(R&D)도 예외가 될 수 없다. 국민 세금을 기초로 투자가 되었으면 당연히 부가가치를 창출해서 되돌아와야 한다.


전종학 WIPA 세계한인지식재산전문가협회 회장


※이 글은 필자의 주관적인 견해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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