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땅에 공장 지으라" 美 산업정책에 韓 수출 호조..한은 "내년까지 투자의 봄"
2023.12.04 05:59
수정 : 2023.12.04 05:59기사원문
4일 한국은행의 11월 경제전망보고서 '미국 산업정책의 현황과 우리경제 영향' 연구내용에 따르면 미국 투자의 봄이 내년까지 높은 수준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팬데믹 이후 주요국에서는 산업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하고 경제안보를 강화하기 위해 산업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반도체및과학법(CHIPS, 칩스법),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및 대중 반도체 수출규제를 통해 첨단산업 주도권을 되찾으려 한다.
한국은행은 미국이 산업정책을 통해 △공급망 복원력 강화△첨단부문 주도권 확보 △제조업 부흥을 도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정부가 차량용 반도체 부족, 와이어링하네스 공급차질 사례를 거치며 핵심품목의 공급망 안정성을 제고하려 한다는 것이다. 동아시아 국가들이 주도권을 가지던 첨단반도체 생산 주도권을 되찾겠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한은은 "미국은 금융위기 이후 제조업 증강법 등을 통해 자동차, 재생에너지, IT 등 첨단산업 리쇼어링을 장려한 결과 1970년대부터 구조적으로 감소하던 제조업 취업자수가 2010년을 기점으로 상승전환했다"고 짚었다.
미국 내 제조업 공장건설 투자가 확대되면서 미국 경제성장률에도 기여하고 있다. 그간 성장기여도가 미미했던 제조업 구축물투자가 작년부터 늘었다. 올해에는 9월까지 성장기여도가 0.4%p에 이렀다는 분석이다. 제조업 건설지출이 늘어난 데다 관련 고용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기계류와 전기설비 등 자본재 수입도 2020년 이후 증가했다. 한은에서는 이런 '투자의 봄'이 내년까지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하반기 이후에는 생산 및 고용 확대 효과가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은은 고용이 약 32만명(전체 취업자수의 0.2%) 증가하고 연간 국내총생산(GDP)은 약 0.2% 확대될 것으로 추산했다. 첨단공장의 노동생산성 제고, 기술발전에 따른 파급효과도 예상된다.
다만 이 과정에서 숙련노동자가 원활히 공급되지 않거나 대규모 보조금 및 세액공제로 재정적자가 이어질 수 있다. 보조금 위주 산업정책이 기업간 경쟁을 저해해 시장 효율성을 낮추는 위험성도 없지 않다.
미국 투자의 봄 효과는 우리나라의 대미수출 호조로 이어지고 있다. 한은은 "상반기 전반적인 글로벌 제조업 경기 부진에도 대미 수출이 양호한 모습을 보인 데는 미국의 견조한 소비와 함께 산업정책 관련 자본수요가 중요하게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미국 내 공장건설과 설비확충 영향으로 건설기계가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약 27% 증가했다. 기계류 수출이 16% 늘었고 전기차(74%), 배터리(14%) 등 산업정책 관련 품목도 호조를 보였다. 우리기업들이 미국 반도체 및 전기차 생산기지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식품 등 생활 관련 기업들도 동반 진출했다.
다만 한은은 "내년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불확실성이 있다"면서 "중장기적으로 반도체, 전기차 등 핵심산업 생산기지가 미국으로 이전되면서 우리경제 고용기반이 위축될 리스크도 있다"고 말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