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억 한강뷰 아파트가 15억, 실화냐?...“원수면 권하세요”
2023.12.02 14:00
수정 : 2023.12.02 14:24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00 MBC’ 아파트가 있었다. 지금은 단지명이 바뀌었다. 명칭에 ‘MBC’가 들어간 이유는 오래전에 MBC 직원들이 ‘직장주택조합’을 결성해 지은 단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합 비리, 인허가 지연 등 각종 문제가 불거지면서 직장주택조합은 거의 사라졌다. 그런데 아직도 남아 있는 것이 지역주택조합이다. 앞서 서울시 등 지자체들이 수차례 폐지나 대대적인 제도 개선을 건의했지만 정부는 부분적인 제도 개선만 하고 있다. 지주택 피해는 더욱 커지고 있는데 설상가상으로 지주택과 흡사한 사업방식도 등장했다.
"원수에게 권하라"...지주택 파산도 속출
지역주택조합은 말 그대로 지역 조합원들이 함께 모여 토지를 구입해 아파트를 짓는 것을 말한다. 일종의 ‘아파트 공동구매’이다. 30억원 아파트를 15억원, 아파트를 반값에 구매할 수 있다는 것이 키 포인트다.
원래 조합원들이 모여 추진하는 사업이지만 실제로는 업무대행사가 주도한다. 지역주택조합만 전문으로 하는 업무대행사가 적지 않다. ‘반값 아파트 구매 가능’ 등 달콤한 문구를 내걸고 조합원을 모집하지만 실제 사업 성공률은 극히 저조하다,
지역주택조합은 조합원들이 '무한책임'을 진다. 탈퇴도 거의 불가능하고, 사업 무산 및 지연에 따른 피해는 모두 조합원이 진다.
성수동 서울숲 인근에 들어선 ‘트리마제’가 대표적 사례다. 한강변 고급 아파트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트리마제'의 경우 과거 지역주택조합이 파산하고 땅은 경매에 부쳐져 조합원들이 땅과 조합원 지위를 상실한 단지다. 당시 조합원은 투자금과 토지 권리 등을 모두 날렸다.
지역주택조합 파산도 올해 들어 잇따르고 있다.
법원에 따르면 최근 동작구 상도동 장승배기 ‘지역주택조합’과 관악구 당곡역 지역주택조합 추진위원회에 대해서도 파산을 선고했다. 파산하게 되면 조합원들은 한 푼도 보전받지 못할 가능성이 다분하다. 한 전문가는 “원수에게도 지주택을 권하지 말라는 말이 있었는데 요즘은 ‘원수에 권하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이다”고 말했다.
제2의 지주택... ‘협동조합형 민간임대주택’
지주택 피해를 막기 위해 사실 서울시 등 일선 지자체들은 국토부에 제도 폐지를 예전부터 건의해 왔다. 하지만 정부나 정치권은 부분적인 제도 개선만 진행해 오면서 피해를 키우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국회에서 ‘주택법 일부개정안’을 통해 지주택 가입자의 계약 철회 가능 기간을 기존 30일에서 60일로 늘리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60일로 늘리는 것이 지역주택조합 피해를 막는 것에 무슨 도움이 되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건설사 관계자는 “폐지해야 한다. 예전처럼 주택공급 절대량이 부족하지도 않다”며 “지역주택조합 제도를 유지하면 수 많은 피해자가 계속 생겨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사실상 지주택과 같은 유형의 사업이 등장해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서울은 물론 수도권, 지방 등 지자체들은 이른바 ‘협동조합형 민간임대주택’에 주의를 당부하고 나섰다. ‘협동조합형 민간임대주택’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지난 2011년 시장 후보 시절 공약으로 발표하면서 등장했다.
‘협동조합기본법’과 ‘민간임대특례법’에 따라 진행되는 사업이다. 5인 이상의 조합원으로 구성된 협동조합에서 조합을 설립해 임대사업을 목적으로 아파트를 건설하고, 조합원에게는 8~10년 동안 임대로 공급한 뒤 기간이 끝나면 분양권을 주는 방식이다. 먼저 임대한 뒤 분양하는 구조만 다를 뿐 지주택과 흡사하다.
지주택보다 더 큰 대형사고가 터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조합원 50%, 토지 80% 이상을 확보해야 조합 설립이 가능한 지주택과 달리 협동조합은 발기인 요건만 구성되면 조합 설립 요건을 충족하게 된다.
부동산 신탁사 관계자는 "조합설립만 봐도 지주택보다 더 쉽게 할 수 있는 등 규제가 덜 까다롭다"며 "대형 주택사고로 이어질까 우려스럽다"라고 말했다.
ljb@fnnews.com 이종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