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 숨막히고 고용·주거 불안해요" 청년이 느끼는 '압박' 초저출산으로 이어졌다

      2023.12.03 15:23   수정 : 2023.12.03 18:11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우리나라 초저출산·초고령화가 효과적 정책 대응 없이 계속될 시 2050년대 마이너스(-) 성장할 확률이 68%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청년들이 느끼는 높은 경쟁압력과 고용·주거·양육 불안이 초저출산의 주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경쟁압력 체감도가 높을수록, 주택 마련이 어려운 경우, 자녀지원 의무감이 강할수록 청년들이 아이 낳기를 주저한다는 것이다.

합계출산율 0.78명 원인에는 청년이 느끼는 경쟁 압력+고용·주거·양육 불안
3일 한국은행 경제전망보고서 '초저출산 및 초고령화사회 극단적 인구구조의 원인·영향·대책' 심층연구에 따르면 청년들은 높은 경쟁압력과 불안 때문에 결혼·출산을 늦추거나 포기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세계 최저 수준이다. 한국 합계출산율은 2021년 0.81명에서 2022년 0.78명으로 하락했다.
국별 비교가 가능한 2021년 기준으로 보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최저다. 월드뱅크(World Bank)가 통계를 집계하고 있는 전세계 217개 국가·지역을 통틀어 봐도 홍콩(2021년 0.77명) 다음으로 최저다.

한은 경제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은 우리나라 청년들이 생활비 걱정이 많고 미래에 비관적인 모습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딜로이트의 '글로벌 MZ(밀레니얼+Z)세대 서베이'에 따르면 우리나라 MZ 45%는 생활비를 가장 걱정한다고 응답했다. 글로벌 MZ 평균(32%)을 웃돈다. 재정적으로 안정돼 있다는 응답은 31%로 글로벌 MZ 평균(42%)에 비해 낮았다.

한국은행이 조사업체에 의뢰해 전국 20~39세 청년 2000명을 대상으로 2022년 9월30일부터 10월5일까지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 84.9%는 향후 10년간 우리 사회 불평등이 더 심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응답자 67.8%는 개인 노력에 의한 계층이동 가능성이 적다고 봤고, 61.6%는 자신보다 자녀세대 사회경제적 계층이 높아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갤럽 조사결과 청년들의 경쟁압력 체감도가 높을수록 희망자녀수가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쟁압력 체감도가 높은 그룹의 평균 희망자녀수(0.73명)는 체감도가 낮은 그룹의 평균 희망자녀수(0.87명)보다 0.14명(-16.1%)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주택비용 마련에 대한 부담감도 결혼과 출산을 꺼리게 하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실험결과 주거비를 연상케 한 그룹의 결혼의향이 43.2%로 다른 3개 그룹(48.5%)보다 결혼의향이 5.3%p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성, 연령, 학력, 소득 등 변수를 통제한 후에도 이같은 결과가 유지됐다.

주택 비용에 대한 부담은 희망자녀수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주거비용에 대한 정보를 제공받은 그룹의 희망자녀수는 1.54명으로 다른 그룹 평균(1.64명)에 비해 낮았다.

고용불안과 양육불안도 결혼, 출산 포기 이유로 이어졌다. 미혼자 1000명에게 결혼의향을 물어본 결과 비취업자 결혼의향은 38.4%로 취업자(49.4%)에 비해 낮았다. 비정규직의 결혼의향은 36.6%로 공공기관 근무 및 공무원(58.5%)에 비해 20%p 이상 낮았다.

자녀에 대한 금전적 지원의무감이 강할수록 결혼의향은 낮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자녀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지원해야 한다고 본 그룹에서는 결혼의향이 50.6%이었지만 자녀 결혼 또는 그 이후까지 지원해야 한다는 그룹의 결혼의향은 43.7%로 낮아졌다.

16개 시도별 자료를 분석한 결과 설문조사와 일관된 결과가 나타났다. 특히 인구밀도가 높은 지역에 사는 청년들은 경쟁압력 체감도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합계출산율은 0.69명으로 세종(1.12명)과 약 2배 차이가 났다. 또한 주택가격이 높을수록, 실업률이 높을수록 합계출산율이 유의미하게 낮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결국 청년들의 경쟁압력을 낮추고 고용·주거·양육 불안을 낮추는 정책들이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우리나라 가족 관련 정부지출을 OECD 평균 수준인 2.2%로 높이고, 육아휴직 실제 이용기간은 OECD 평균 61.4주로 높일 경우 출산율이 각각 0.055, 0.096명 높아질 걸로 예상됐다.

청년층 고용률이 OECD 34개국 평균인 66.6% 수준으로 높아지고 인구집중도가 하락할 경우, 혼외출산비중이 43%까지 높아질 경우 출산율이 각 0.119, 0.414, 0.159명 높아진다는 추정이 나왔다.


한은 경제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은 "우리나라 출산 여건이 모두 OECD 34개국 평균 수준으로 개선될 경우 합계출산율이 0.85명만큼 높아질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고용·주거 불안과 경쟁압력을 낮추려면 '구조정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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