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 6조원 규모 ‘레드백’ 납품.. 한화에어로, 이르면 이달초 본계약
2023.12.03 18:38
수정 : 2023.12.04 10:46기사원문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호주에 수출하는 6조원 규모의 보병장갑차 레드백(Redback) 납품 본계약을 이르면 이달 초에 체결한다. 그룹의 방산사업을 이끄는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본계약 체결식에 직접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호주와 레드백 129대 본계약 곧 체결
3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7월말 호주 정부의 보병전투차량(IFV) 도입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레드백 129대에 대한 본계약을 이달 중에 체결한다고 밝혔다.
레드백 129대 납품 및 유지·보수, 후속 지원 사업 등을 포함해 수주액은 6조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오는 2027년 하반기부터 호주군에 배치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호주 정부와 레드백 본계약을 곧 체결할 것"이라며 "최종 계약금액 및 연관 지원 사업, 부품 조달 및 현지 생산 등 여러 이슈에 대해 막바지 협상 중"이라고 말했다.
한화그룹 입장에서 이번 본 계약의 상징성이 큰 만큼 호주 정부와의 계약 체결식에 김동관 부회장이 직접 참석할 가능성이 높다. 김 부회장은 여러 차례 "대한민국 대표 방산기업으로서 우방국의 국가 안보와 세계 평화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아시아 국가 중에 호주 군과 대규모 무기 수출 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한국이 처음이다.
본계약을 체결하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레드백을 호주에서 생산한다. 129대 전량을 현지 생산할 전망이다. 레드백 생산에 필요한 철강 등 원자재, 주요 부품 등도 상당부분 현지에서 조달할 계획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현재 호주 빅토리아주 질롱시에 한화장갑차 첨단센터(H-ACE)를 건설 중이다. 질롱시 아발론공항 내 15만㎡ 부지에 내년 하반기 완공 목표로 공사가 한창이다. 이 공장에서 레드백과 함께 지난 2021년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호주에서 처음 수주한 K9자주포(호주형 헌츠맨 AS9, 30문), 탄약운반차(AS10, 15대)도 생산한다. 모두 호주 군에 특화한 무기다.
K-방산 최초 전략형 무기체계 수출
레드백 본계약은 국가와 기업 측면에서 상징적 의미가 크다.
우선 K-방산 무기 수출의 새 모델을 만들었다는 점이다. 해외 국가를 타깃으로 기획·설계·공급 체계를 최적화한 K-방산 수출시스템의 첫 성공 사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처음부터 도입국이 요구하는 사양을 빠른 시일 내에 맞춰 전략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수출형 시스템을 만든 것"이라고 했다. K-방산이 오커스(AUKUS·미국·영국·호주 안보 동맹) 선진 시장에 처음 진입했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
이같은 수출형 시스템이 가능했던 것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수십년 축적해 온 자주포, 장갑차 등 무기체계 기술력과 경험 덕분이다. 호주 및 이스라엘, 캐나다 등 글로벌 방산기업들도 레드백 개발에 참여했다. 장갑차 이름인 '레드백'도 호주에 서식하는 붉은등 독거미에서 따올 정도로 현지화했다.
레드백은 암 내장식 유기압 현수장치를 탑재, 주행 성능과 기동성이 뛰어나다. 30mm 기관포 및 K9 자주포에 탑재되는 파워팩(엔진·변속기)이 장착됐다. 대전차미사일을 발사하는 하이브리드 포탑도 장착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입장에선 현지 생산·납품 체계를 처음 구축한다는 점에 의미가 크다. 기획·설계는 국내에서 완성하고, 부품 조달 및 생산은 현지에서 하는 체계다. 이는 호주 군의 추가 무기 수요에도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당초 호주 군은 보병장갑차 교체 수요를 이번 계약 물량보다 3배이상 많은 450대로 계획했었다. 현지 생산체계가 가동되면 독일, 영국 등 글로벌 방산 메이저들을 상대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는 "호주를 시작으로 유럽 등 선진 방산시장을 적극 공략하겠다"고 말했다.
한화그룹의 방산사업 시너지도 기대된다. 레드백 사업은 한화그룹 방산 부문 최초의 현지 생산체계인 만큼, 한화오션 등 계열사의 맞춤형 현지생산 전략에 적용할 수 있는 롤모델이다. 한화오션이 캐나다, 폴란드 등 현지에 최적화한 잠수함 및 군함 수출에 총력전을 벌이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방산 수요국들은 무기의 단순 수입만 원하지 않고 현지 생산 및 고용 창출, 기술 이전 등을 요구하는 추세가 강하다. 이같은 현지 대응 전략이 수주 승패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