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C 자금줄 마른 스타트업, 핀테크가 살린다

      2023.12.06 06:00   수정 : 2023.12.06 06: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투자 혹한기가 지속되며 VC(벤처캐피탈) 재무구조에도 빨간불이 켜지는 가운데, 핀테크 업계가 스타트업들이 VC의 투자를 받지 않고도 단기·중단기적으로 현금흐름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으로 '법인카드'와 '공급망 금융', '매출 파이낸싱'을 주목하고 있다.

벤처캐피탈의 재무건전성도 위기

6일 한국벤처캐피탈협회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4분기 기준 신규투자 기업은 1101개사로 전년 동기(1423개사) 대비 322곳 줄었으며, 투자액 역시 2조204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조1529억원) 대비 46.9% 감소했다. 올해 모태펀드 예산도 3135억원 규모로 지난해(5200억원) 대비 39.7% 줄었다.

이는 지난 2021년과 비교하면 70% 이상 급감한 수치다.

이렇듯 벤처투자시장이 위축되면서 벤처캐피탈의 재무건전성도 위기를 맞고 있다.
중소기업창업투자회사전자공시(DIVA)에 의하면 올해 '자본잠식' 사유로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은 벤처캐피탈은 7곳으로, 2020년(2곳) 이래 최대 수치를 기록했다.

벤처캐피탈로부터 투자금을 유치할 기회가 막히면서 스타트업의 유동성 확보가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통상 스타트업은 흑자 발생까지 비교적 긴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유동성이 저하될 경우 런웨이(스타트업이 보유한 자금으로 자생할 수 있는 수명)가 줄어 생존에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경기가 둔화된 상황에서는 투자금, 인재와 같은 리소스 역시 엄격한 기준을 갖고 흐르기 때문에 대기업 또는 빅테크 기업과 견줄 수 있는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전했다.

단기 자금 조달, 에쿼티 파이낸싱&뎁 파이낸싱 주목

현재 스타트업의 자금조달 방식으로는 '에쿼티 파이낸싱(Equity Financing)'과 '뎁 파이낸싱(Debt Financing)'이 거론된다. 그러나 주식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에쿼티 파이낸싱의 경우 투자자들에게 회사 지분의 일부를 매각해야 하고, 향후 이자보다 더 큰 비용을 지출할 수 있다는 위험성이 존재한다. 뎁 파이낸싱 역시 담보로 제공할 만한 유형자산이 없고 수익 또한 손익분기점에 도달하지 못해 대출 심사를 통과하기 어려운 스타트업의 특성상 시중 은행에서 대출을 받기 어렵다는 것이 단점이다.

이에 당장 런웨이를 늘리기 위한 단기적 현금흐름 개선 방안으로 꼽히는 것이 '법인카드'다. 법인카드는 45일 단기 무이자 대출 성격으로, 이를 기반으로 45일간 현금 유출을 유보할 수 있으며 확보한 현금을 현재 매출이 발생하는 서비스에 집중 투자해 레버리지를 극대화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기존 금융권의 신용 평가 모델로 높은 평가를 받기 어려웠던 스타트업들의 경우 법인카드 한도가 낮게 설정돼 선결제가 우선적으로 진행되는 광고비 지출 등의 자금 확보 금액이 제한되며 신규 사업 홍보, 마케팅에 차질을 빚어 왔다.

이에 핀테크 업체 '고위드'는 업력이 낮고 매출 발생에 시간이 오래 소요되며 담보가 없는 혁신기업들의 특성에 맞춘 신용 평가 시스템을 개발, 스타트업에 기존 금융권보다 높은 카드 한도를 부여하고 있다.

고위드 관계자는 "자체 기술력을 통해 수집한 매입·매출, 지출, 투자 유치 등 약 20가지 항목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해 종합적으로 기업의 신용을 평가하고 있다"며 "자사 알고리즘을 통해 입출금 상세내역을 실시간 재무제표화하고 있으며, 공헌이익을 바탕으로 적정 한도를 책정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고위드는 법인카드 이용 기반의 지출관리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관리자는 고위드 지출경비관리 웹을 통해 카드 사용에 대해 △카드별 △부서별 △사용자별 △용도별 경비지출 현황을 한눈에 파악해 경비 지출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새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중장기 자금은 공급망 금융&매출 파이낸싱

아울러 스타트업의 중단기적 자금 조달 방안으로 꼽히는 것은 '공급망 금융(Supply Chain Finance)'과 '매출 파이낸싱'이다. 공급망 금융이란 생산자가 제품을 생산하고, 이를 공급하는 전 과정에 걸친 현금흐름을 최적화하는 금융을 의미한다. 공급망 금융을 활용하면 기존 금융권에 대한 접근성이 낮은 스타트업, 중소기업, 소상공인 등을 대상으로 어음할인이나 매출채권을 유동화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제공할 수 있다.

매출 파이낸싱은 미래의 매출을 기반으로 스타트업에 자금을 수혈하는 방식이다. 과거에는 어음이나 확정 매출채권처럼 향후 현금 수취가 확실한 경우에만 매출채권 유동화가 가능했지만, 핀테크 기술의 발달과 기업 영업활동 디지털화로 인해 미래에 매출이 발생할 확률과 금액을 높은 정확도로 예측, 이를 채권화해 유동화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현재 핀테크 기업 '버티카'가 운영하는 온라인 매출 거래 플랫폼 '레베뉴마켓'은 스타트업의 재무·비재무적 실시간 데이터를 활용한 자체 신용분석모델 결과에 따라 거래 한도를 제공하고 있다.

레베뉴마켓 관계자는 "자사 플랫폼에서는 스타트업이 미래에 발생할 매출을 최저 8%의 할인율에 판매하고 즉시 현금화가 가능하며, 지분 희석 없는 자금을 48시간 이내에 지급한다"면서 "지난해 플랫폼 론칭 후 자체적으로 52개 스타트업에 누적 121억원의 자금을 제공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업계는 스타트업의 중장기적 유동성 확보 방안으로 'VC 연계 보증 대출'을 추천했다. 일반적으로 제1금융권은 비교적 낮은 금리를 제공하나 그만큼 심사가 까다로워 대출 승인이 나더라도 충분한 자금을 빌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기술보증기금이 VC와 연계해 스타트업을 보증하고, 제1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VC 연계 보증 대출'의 경우 VC가 보증인으로 나서 스타트업이 필요한 만큼 대출을 받을 수 있다.

yesji@fnnews.com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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