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살자 전두환 묻힐 자리 없다"..유해 안치 소식에 파주 '발칵'
2023.12.05 04:50
수정 : 2023.12.05 10:45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유족이 경기 파주시에 안장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자, 파주 지역사회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파주시장도 ‘결사반대’ 입장을 밝혔다.
김경일 파주시장은 지난 1일 자신의 SNS에 “12·12 군사쿠데타와 5·18 광주 학살로 대한민국 민주화의 봄을 철저히 짓밟고 국민을 학살한 전두환의 유해를 파주에 안장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며 “개인적으로, 또 정치인으로서 전두환 유해 파주 안장을 결사적으로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2021년 11월23일 전 전 대통령이 사망한 뒤, 그간 장지를 구하지 못한 유족들은 현재 연희동 자택에 2년 넘게 유해를 보관하고 있다. 전 전 대통령은 군사반란죄·내란죄 등으로 실형을 선고받아 국립묘지에 안장될 수 없다.
앞서 전 전 대통령은 생전 회고록에서 자신이 사망하면 화장한 뒤 북녘땅이 보이는 곳에 뿌려달라는 유언을 남긴 바 있다. 이에 현재 그의 유족은 유해를 휴전선과 가까운 파주 장산리 장산전망대 인근 한 사유지에 안장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최근 장산리 인근엔 주민들의 전 전 대통령 유해 안장 반대 현수막이 게재되는 등 지역사회에선 안장 반대 여론이 일고 있다.
지난달 30일 경기 파주지역 11개 시민단체는 “장산리는 각종 평화통일 행사를 열어왔던 남북 화해의 상징적인 장소”라며 “그곳에 쿠데타, 광주학살, 군부독재, 민중 탄압의 상징인 전두환이 묻힐 자리는 없다. 나아가 파주 그 어디에도 학살자 전두환을 편히 잠들게 할 곳은 없다”고 주장했다.
김 시장은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지키는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수많은 국민의 목숨을 앗아간 사람의 유해가 파주시에 오는 걸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1일)까지 파주시에 토지 사용에 대한 어떠한 문의가 오거나 행정절차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면서 “계속 동향을 살피고 과정을 시민과 공유하며 엄정하게 조치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한편 김성수 감독이 연출하고 배우 황정민과 정우성이 주연한 영화 ‘서울의 봄’은 개봉 4일째 100만명, 6일째 200만명, 10일째 300만명을 넘어서는 등 파죽지세로 관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이 영화는 1979년 당시 보안사령관이던 전 전 대통령이 주도한 12·12 쿠데타를 픽션으로 재구성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