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내 자살률 50% 줄인다...2027년까지 국민 100만명에 심리상담 서비스 지원
2023.12.05 16:53
수정 : 2023.12.05 17:35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정부가 오는 2027년까지 국민 100만명에 심리상담 서비스를 지원하고 10년 내 자살률을 50%로 감축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정부는 5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 영빈관에서 '정신건강정책 비전 선포대회'를 열고 예방에서 회복에 이르기까지 전주기를 관리하는 방식으로 정신건강정책을 전환하겠다고 비전을 밝혔다.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지난해 인구 10만명 당 25.2명으로 OECD 평균(10.6명)의 2배 이상을 웃돌며 다년간 OECD 국가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정신과 치료를 받은 중증 정신질환자 수는 2021년 65만명이 넘지만 지역사회에 등록된 정신질환자 수는 16만명 수준이다. 지난 8월에는 서현역 흉기난동 등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정신질환자에 의한 범죄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에 정부는 10년 내 자살률을 12.6명 이하로 약 50% 감축한다는 목표 하에 '정신건강정책 대전환, 예방부터 회복까지'라는 비전을 선포, △일상적 마음 돌봄체계 구축 △정신응급대응 및 치료체계 재정비 △온전한 회복을 위한 복지서비스 혁신 △인식개선 및 정신건강 정책 추진체계 정비 등 4대 전략을 수립했다.
일상적 마음 돌봄 체계 만든다
우선 2027년까지 국민 100만명이 1인당 60분씩 8회에 걸쳐 전문 심리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한다. 내년에는 중·고위험군 8만명부터 시작해 2027년 50만명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이는 영국의 '근거기반 전문 심리상담 서비스(IAPT)'를 벤치마킹 한 것이다.
20~34세 청년의 정신건강검진은 2년마다 시행한다. 검사 질환도 우울증 1종에서 조현병, 조울증 등 3종 이상으로 확대하고 상담·치료 등 후속조치까지 연계한다. 검진 결과는 민감한 개인정보로 보호된다.
내년 정신건강 중·고위험군 8만명을 시작으로 윤 대통령 임기 내 100만명에 심리상담을 제공하는 게 목표다. 자살을 시도한 경험이 있거나 가족의 자살을 경험한 유가족, 의료기관이나 복지센터에서 정신건강에 개입이 필요하다고 판단된 이들부터 제공된다.
이를 통해 2021년 기준 12.1%에 불과한 정신건강 서비스 이용률을 2030년에 24%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내년 7월부터 자살 예방 교육을 의무화해 일반 국민에게는 자살 예방인식개선 교육, 사회복지시설 종사자에게는 생명지킴이 교육을 각각 실시한다.
자살 예방을 위한 신고·상담을 위한 전화번호는 내년부터 '109'로 통합·운영한다.
그동안 자살예방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상담전화 1577-0199, 생명의전화 1588-9191 등으로 나누어져 있던 창구를 단일화해 운영의 효율성을 높인 조치다.
상담원도 현재 80명에서 내년 100명으로 늘리고, 통화보다 메시지를 선호하는 청소년과 청년을 위한 SNS 상담도 도입한다.
카카오톡, 네이버에 정신건강 자가진단 사이트를 연계해 모바일 정신건강 점검을 활성화하는 방안도 내놓는다. 이 사이트에선 누구나 회원 가입 없이 정신건강 검사 등을 받은 뒤 결과에 따른 대응법과 정신건강관련기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직장 내 정신건강 지원 프로그램을 활성화하고 중대산업재해 경험자·감정 노동자를 위한 직업 트라우마센터도 올해 14곳에서 내년 23곳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고용센터에선 실직자·구직자를 대상으로 스트레스 극복 심리상담을 제공한다.
중증 정신질환, 지속 관리받도록 정비
중증 정신질환 환자가 중단 없이 지속해서 치료·관리를 받을 수 있도록 체계를 정비한다.
정부는 24시간 정신응급 현장 출동이 가능하도록 17개 시·도에 정신건강 전문요원과 경찰관 합동대응센터를 설치해 체계를 구축한다. 현재는 서울과 경기에 3개소가 있다. 권역정신응급의료센터는 2025년 전국으로 확대하고 시·군·구마다 적어도 1개의 정신응급병상을 두도록 한다.
정신질환도 신체질환과 대등한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의료기관에 대한 보상도 강화한다. 내년 1월부터 상급종합병원의 폐쇄병동 집중관리료, 격리보호료 등은 95% 인상해 기존의 2배 수준으로 높인다.
사법기관이 중증 정신질환자의 입원 여부를 결정하는 사법입원제 도입을 위한 사회적 논의도 시작하기로 했다.
자·타해 위험이 있는 정신질환자는 지자체장이 외래치료 지원을 결정하고 불응 시 입원 조치할 수 있도록 하는 '외래치료 지원제'도 활성화한다.
정신질환자가 자·타해 위험이 있으면 퇴원 시 본인 동의가 없어도 의료기관에서 정신건강복지센터로 이들의 정보를 넘겨 치료가 중단되지 않도록 관리할 방침이다.
환자들이 퇴원 후에도 방문 진료와 상담 등을 지속해서 받을 수 있게 수가를 정비하고, 비교적 고가였던 장기 지속형 주사제의 본인 부담을 완화해 적극적인 사용을 독려하기로 했다.
정신질환자 '일상 회복' 지원
정신질환자들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복지서비스를 만드는 데에도 역량을 모은다.
정신요양시설의 입소 절차와 인력 기준을 개선하고 장기적으로는 재활시설로 만드는 방안을 모색한다. 입소자 전원에 대한 실태조사를 거쳐 필요 시 적합한 시설로 재배치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정신질환자들이 경제적으로 독립할 수 있도록 일자리를 만들고, 임대주택 등으로 주거를 지원한다.
사회적기업 육성법상 일자리 등을 제공해야 하는 취약계층의 범위에 중증 정신질환자를 포함하고, 정신장애인에 특화한 일자리도 개발해 지원키로 했다. 정신장애인 고용률을 2021년 10.9%에서 2030년 3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정신질환자들이 보험 가입 등에서 차별을 겪는 지 점검하고 이들을 위한 적합한 보험상품도 개발하기로 했다.
정부는 대학 동아리, 정신질환자 홍보대사 등과 함께 '정신질환은 고칠 수 없다', '정신질환자는 위험하다' 등 편견을 해소하는 대국민 캠페인도 추진한다.
이와 함께 정신건강정책 혁신위원회를 구성해 정책 추진상황과 세부사항을 정비하고, 정신건강전문요원 양성과 처우 개선에도 나선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국민 정신건강에 대한 과감한 투자로 모든 국민이 언제 어디서나 정신건강서비스를 이용하고, 정신질환자도 제대로 치료받고 다 함께 어울려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