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의사, 환자 5명 살리고 하늘의 별이 되다
2023.12.07 15:06
수정 : 2023.12.07 15:22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생명을 살리는 30대 젊은 의사(醫師)가 뇌사상태에 빠지면서 고귀한 생명나눔을 실천해 감동을 주고 있다. 그 주인공은 가정의학과 전문의로 대학병원 임상조교수인 34세 여의사 이은애 씨(사진).
그는 지난 3일 오후 여의도 근처에서 친구들과 식사 중 머리가 아파 화장실에 갔다. 구토 후 어지러움을 느껴 화장실 밖 의자에 앉아 있던 중 지나가던 행인의 도움으로 근처 응급실로 이송됐다.
구급차 안에서 의식이 있었으나 두통과 구토 증상이 다시 시작됐다. 응급실 내원 후 경련이 일어났고 곧바로 의식이 저하되고, 검사 결과 뇌출혈(지주막하출혈)로 진단을 받았다.
이 씨의 보호자는 수술을 해도 예후가 불량할 수 있다는 전문의 소견을 듣고, 중환자실에서 보존적 치료를 받기로 결정했다.
이 씨는 중환자실 치료 중 경과가 호전되지 않고 자발호흡 및 뇌간반사 소실 등 뇌사소견을 보였다. 이 씨의 상태 설명을 들은 보호자는 여전히 뇌사상태라는게 믿기지 않았지만, 장기이식센터에서 면담 후 뇌사자 장기기증을 어렵게 결정했다.
이 씨는 지난 4일 서울성모병원 외과 중환자실로 이송됐다. 6일 오후 서울성모병원에서 이식 수술이 진행됐다. 심장, 폐장, 간장, 신장(2개)의 뇌사자 장기 기증으로, 총 5명의 환자에게 새 생명을 나눠줬다.
고인은 중앙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삼성서울병원에서 수련 후 순천향대 부천병원 가정의학과 전문의로 임상조교수로 재직하고 있었다. 가족들은 아픈 환자를 돌보기 위한 사명감으로 의사가 된 고인의 뜻을 받들고, 마지막까지 생사에 기로에 있는 이들을 살리기 위해 슬픔 마음에도 어렵게 기증 결정을 내렸다.
고인의 부친은 "결혼 후 7년 만에 어렵게 얻었던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맏딸이 하루아침에 이렇게 됐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며 "생명을 살리는 일을 업으로 살던 딸이 생의 마지막까지 의사의 소임을 다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힘들고 아프지만 장기기증을 어렵게 결정했다"고 말했다.
서울성모병원 장기이식센터장 박순철(혈관이식외과) 교수는 "의사라는 직업으로 최선을 다했던 딸이 끝까지 환자들에게 도움을 주었으면 좋겠다는 고인 가족의 숭고하고 뜻깊은 의지가 헛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다"고 밝혔다.
별을 의미하는 '스텔라'가 가톨릭 세례명인 고인의 빈소는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 21호실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8일 오전 6시 45분, 장지는 천주교 용인공원묘원이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