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눔의 기적' 900억 모은 포스코의 희망 스토리
2023.12.08 06:00
수정 : 2023.12.08 13:11기사원문
"내게 선물 같은 하루하루였습니다"
장애인 코딩 전문가 양성 프로그램 '디지털 아카데미'에 참여한 이강용 씨는 IT(정보기술) 분야에서 개발자로 일하고 있다. 이 씨는 "청각장애인인 제가 세상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했다. 이 씨는 6개월 과정의 디지털 아카데미를 지난해 이수했다.
"행복한 변화가 찾아왔어요"
20대 청년으로 훌쩍 커버린 발달장애인 딸을 둔 양희경 씨의 일상에서 희망공간 나린센터는 소중한 공간이다. 이 곳은 학교를 졸업한 미취업 청년 발달장애인들이 낮에 머물 수 있는 돌봄센터다. 노후화된 이 곳을 장애인들이 안전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개선하는 사업을 포스코1%나눔재단이 지원했다. 장애인 가정과 아동·청소년시설을 리모델링하는 '희망공간' 사업이다. 이 사업에 응모해 선정된 양 씨의 부탁은 두 가지였다. 자폐성 장애인이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색감으로 신경 써 달라는 것과 자해 위험이 있는 이용자를 보호할 수 있도록 바닥·벽에 충격 완화 제품을 사용해달라는 것이었다. 양 씨는 "지금은 동화 속처럼 따뜻하고 안전한 공간이 됐다"며 1%나눔재단의 세심한 배려를 떠올렸다.
"제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됐어요"
자립준비청년 지원 사업 '두드림(Do Dream)'에 참여한 김권석 씨는 재취업의 어려운 시기에 포스코그룹의 멘토를 만난 인연이 각별하다. 김씨는 "전혀 다른 IT 분야로 진로를 바꾼 저의 도전을 응원하고 조언해 준 멘토를 잊지 못할 것"이라며 "자기 일처럼 생각하며 함께 고민해 주는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 주었다"고 고마워했다. 포스코1%나눔재단이 진행하는 두드림 사업은 자립준비청년들이 원하는 진로를 찾아 사회에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 취·창업 프로그램이다. 김 씨는 "묵묵하게 아낌없이 나누는 사람이 되겠다"고 했다.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는 용기를 얻었어요"
근무 중에 부상을 입은 소방사 김규빈 씨는 최근 다기능 휠체어를 갖게 됐다. 포스코1%나눔재단이 상이 유공자와 군·소방관들에게 로봇 의수·의족, 다기능 휠체어 등 첨단보조기구를 지원하는 사업 덕분이다. 김 씨는 "이제는 다른 사람과 같은 눈높이에서 서고 움직일 수 있어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는 용기를 얻었다"고 했다. 경남 창원의 소방서에서 근무하던 김 씨는 지난해 태풍으로 도로에 쓰러진 가로수를 제거하던 중 다른 나무에 깔려 경추 골절상을 입는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다. 휠체어에 오른 김 씨는 "재활에 더욱 노력해 일상으로 복귀하고 싶다"고 했다.
1%나눔 10년의 시간, 30만 이웃과 함께 해
8일 포스코그룹은 포스코1%나눔재단이 지난 10년간 우리 사회 곳곳을 살피며 30여만명의 이웃과 나눔, 동행을 실천했다고 밝혔다.
포스코1%나눔재단은 지난 2013년 '더 나은 세상을 향한 1%의 나눔'이라는 비전을 갖고 설립됐다.
시작의 마음은 단순했다. 임직원의 따뜻한 마음을 모아 우리 주변의 소외된 이웃부터 돌보자는 다짐이었다. 10년이 지난 현재, 1%의 나눔은 국내외 어려운 이웃을 돕고 미래세대를 육성하는 장대한 여정으로 이어지고 있다.
슬픔과 기쁨을 함께 나눈 10년, 포스코1%나눔재단은 크게 성장했다. 누적 기부금은 898억원, 기부자는 3만5000명을 넘었다. 재단의 도움을 받은 수혜자도 30여만명에 달한다.
규모도 임직원들이 참여하는 국내기업 비영리 공익법인 중 가장 크다.
재단 규모가 커지면서 사업 투명성은 강화됐다.
기부 내용은 물론, 사용처도 투명하게 공개한다. 기부 직원들이 프로그램 선정 등에 직접 참여한다. 수혜자 선정, 프로그램 모니터링 등은 기부 직원으로 구성된 사업선정위원회가 전담하고 있다. 재단 대표사업 중 하나인 1%마리채(My little Charity)의 경우 임직원들이 평소 돕고자 하는 기관·단체를 선정, 기부처로 등록할 수 있다.
기부자들의 훈훈한 이야기도 화제다.
포스코에서 일하는 아버지를 따라 두 아들로 이어진 1% 기부 가족 등 작은 나눔을 실천하는 사연들이 각별하다. 기부자들은 "그동안 저희가 나눴던 1%의 가치가 이렇게 많은 기적을 일궈냈다는 사실에 감격스럽다" "나눔을 함께 하고 있다는 사실로 더 행복해지는 것 같다"고 했다.
김재은 포스코 커뮤니케이션실 과장은 "자신의 나눔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변화를 실감하며 자긍심과 용기를 얻고 있다"며 "직원들의 작은 참여가 나눔의 물결로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1% 나눔을 실천하는 포스코의 조직 문화는 해외에서도 기업시민 모범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스틸빌리지, 희망공간, 두드림 등 100가지 나눔
포스코1%나눔재단이 참여하는 사업은 현재 100가지가 넘는다.
지역사회 이웃들에게 철(鐵)로 희망 공간을 조성해 주는 '포스코 스틸빌리지(POSCO Steel Village)'가 그 중 하나다.
지난 2013년부터 △보살핌이 필요한 포항지역 어르신들을 위한 쉼터 해피스틸하우스 △광양지역 시청각장애인을 위한 교육·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해피스틸복지센터 △인천지역 영유아복지시설 동구랑 스틸랜드 △서울시 서대문구 청년 쉐어하우스 △포항시 청림동 무료급식소 청림별관 △광양시 중동 학대피해아동 단기보호쉼터 마음나누리쉼터 등의 복지시설을 조성했다.
이같은 나눔 활동은 장애인들을 위한 리모델링 사업 '희망공간', 상이 국가유공자에 보조기구 지원, 자립준비청년들을 위한 '두드림'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희망공간 사업은 저소득 장애인 가정과 아동·청소년 시설의 화장실 등 공간을 리모델링하는 프로그램이다. 지금까지 포항, 광양지역 84곳이 새롭게 탈바꿈해 3000여명이 이용 중이다.
청장년 장애인의 디지털 인재 육성을 위한 장애인 디지털 아카데미도 대표적인 사업이다. 서울 구로디지털훈련센터와 협업해 27주 과정으로 진행하는 코딩 교육 프로그램이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32명의 코딩 전문가를 육성, 26명의 취업이 확정됐다.
나라와 국민을 위해 헌신하다 장애를 얻은 국가유공자들의 재활에도 힘을 보태고 있다.
포스코1%나눔재단은 2020년부터 올해까지 총 156명의 상이 국가유공자에게 로봇 의족·의수, 다기능 휠체어, 시각 보조기구, 스마트 보청기 등 맞춤형 첨단보조기구를 제공했다. 최근 열린 전달식에선 하반신 마비 유공자 등에게 국산 보행보조기(로봇 의족) 등을 지원했다.
'두드림'은 홀로서기를 하는 자립준비청년들이 원하는 진로를 찾아 사회에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 취·창업 지원 프로그램이다. 포항·광양 지역 보육시설을 퇴소하는 만 18~27세 자립준비청년들이 도움을 받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는 포스코는 물론 포스코인터내셔널, 포스코이앤씨, 포스코DX 등 그룹사도 함께 참여해 해외무역, 건설업, IT 등 청년들이 취업을 희망하는 분야에서 멘토링을 하고 있다.
"1% 나눔의 가치, 더 멀리 더 넓게"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된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웃 곁에서 시작한 작은 나눔이 다문화가정, 장애인 등 우리 사회의 약자를 포용하는 큰 나눔이 되고 있는 것이다.
포스코그룹은 1% 나눔의 가치, 선한 영향력이 더 멀리 넓게 퍼지도록 사업을 체계화, 고도화할 계획이다.
앞으로 취약계층 및 다문화가정 자녀, 자립준비청년 등 미래세대를 육성 지원하는 사업을 체계적으로 다듬어 시그니처 사업으로 키워나간다.
아울러 포스코1%나눔재단은 기부자들이 참여하는 나눔 사업도 늘려나갈 계획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지나온 10년보다 더 나은 10년을 만들고자 기부자의 다양한 의견을 깊이 새기겠다"며 "경영 이념과 연계해 사업 방향을 종합적으로 다듬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