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태우고 음주운전한 엄마… 감기약 해명에도 '면허정지'

      2023.12.10 18:08   수정 : 2023.12.10 18:08기사원문
"한 병 먹었는데 그렇게 나와요?"

9일 오후 10시15분께 서울 마포구 합정역 인근에서 음주 단속에 걸린 60대 여성 A씨가 항변했다. A씨는 알코올 농도가 면허 정지 수준인 0.031%로 측정됐다. A씨는 "오후 5시께 맥주 한병(500ml)을 먹고 이후 노래방에 있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경찰은 "사람에 따라 알코올 분해효소가 다르다"고 답했다. A씨가 자택인 충북 음성까지 운전해 갈 계획이었음을 알게 되자 경찰은 "사고 나면, 사람이라도 치면 큰일난다"고 경고했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이날 오후 10시부터 2시간동안 서울 마포구 합정역에서 강변북로로 진입하는 램프 앞에서 음주단속을 진행했다. 이날 단속에 걸린 인원은 총 5명으로, 면허 취소 1명, 면허 정지 2명, 처벌기준에 못 미치는 수치로 훈방 조치된 2명 등이었다.

■면허취소자, '청량리까지 운전하려 해'

10일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2월~11월 월평균 1.5건 발생하던 음주운전 교통사고는 지난해 12월~올해 1월 월평균 2.5건으로, 66.7% 증가했다.

이날 오후 A씨를 시작으로 만취한 운전자가 잇따라 적발됐다. 오후 10시 51분께 K5차량을 몰다 붙잡힌 30대 남성 B씨는 그의 근처에 가기만 해도 술 냄새가 물씬 날 정도로 만취 상태였다. 그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0.170%. 면허 취소 수준이었다. B씨는 "1시간 전 모임에서 소주 1병을 마셨다"면서 "청량리역에 있는 집까지 귀가중이었다"고 진술했다. 단속에 걸리지 않았다면 그가 20여분간 20여㎞를 만취 상태로 운전하는 아찔한 상황이 이어질 뻔했다.

취재진이 "운전대를 잡아야 하는 이유가 있었나", "음주운전은 처음인가" 등으로 질문했지만 B씨는 답하지 않았다.

이후 40대 여성 C씨가 적발됐다. 혈중 알코올 농도는 0.04%로 면허 정지 수준이었다. C씨는 "오후 6시쯤 마포구 도화동 자택에서 반주로 맥주 2잔을 마셨을 뿐"이라며 "음주 전 먹은 감기약이 문제인거 같다"고 주장했다.경찰은 "감기약을 먹었는지 여부와 음주 측정 결과는 크게 상관 없다"고 답했다. C씨는 합정역 인근에서 아르바이트 하던 딸을 태워 자택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며 "충분히 갈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경찰이 '처벌이 가능한 수치가 나와 무조건 대리운전을 통해 가야 한다'며 대리운전예약을 직접 잡아줬다.

■"가글했는데 잡으면 어떡하냐" 불만도

입 냄새만으로 감지기가 작동해 음주측정을 하고 풀려난 사람들도 있었다.

D씨와 E씨는 각각 가글을 하고 목캔디를 먹은 뒤 운전을 하다가 단속에서 음주운전 감지기가 작동돼 음주측정까지 받았다. 이들 모두 측정 결과 혈중 알코올농도는 0.00%로 측정 후 바로 풀려났다. 단속에 걸리기 20분 전 가글을 했다는 D씨는 "술을 먹지도 못한다. 먹으면 바로 기절한다"고 말했다. E씨는 독일산 캔디를 먹었는데 화한 성분 때문에 감지기에 걸린 것 같다는 취지로 말했다. D씨의 지인이 "기계를 잘 좀 (작동되도록) 해야 한다"고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경찰이 운전자를 상대로 검사하는 음주운전 감지기는 차안의 공기를 감지한다. 감지기에 걸린 운전자를 내리게 한 뒤 음주운전 측정기로 혈중 알코올 농도를 정밀 측정해 정확도를 높이는 식으로 단속한다.

경찰은 "가글은 알코올 성분이 있어 감지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며 "다만 정밀 측정을 하면 어차피 수치가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경찰청에서는 지난달 27일~오는 2024년 2월 4일까지 단속을 진행하고 있다. 각 경찰서에서도 매일 오전 0시까지는 자체적으로 음주단속을 실시해왔고 특히 주말에는 서울경찰청에서 보다 강하게 단속한다.


지상배 마포경찰서 교통과 교통안전1팀장은 "연말 음주자리가 많아져 오늘 단속현장에서만 봐도 평상시보다 음주운전 적발 차량이 다소 늘었다"며 "음주는 해선 안되고 꼭 회식자리가 있으면 차를 가져가지 않는 게 좋은 방안"이라고 말했다.

yesyj@fnnews.com 노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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