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뜨리고 불지르고"..매일 폭음 견디며 가스안전 외길

      2023.12.11 11:09   수정 : 2023.12.11 15:52기사원문


[영월(강원)=이유범 기자] 지난 8일 방문한 강원도 영월군 소재 가스안전공사 에너지안전실증연구센터(이하 에안센터). 야외시험장에서 진행된 '수소 제트 화염 실증시험'에서 귀청이 떨어질듯한 폭음이 터져나오자 참관단이 깜짝 놀랐다. 이 실험은 수소탱크에 난 구멍에 화재가 발생했을때 피해를 테스트 하는 것이었다. 센터에서는 이런 실험이 매일 반복된다.



이 곳은 지난 2010년 발생한 서울 행당동 압축천연가스(CNG) 버스 폭발사고로 인해 만들어졌다. 18명이 사상을 입었지만 당시에는 원인 못찾았다.
이에 정부는 지난 2016년 가스사고의 원인을 규명하고, 예방법을 찾기 위해 에안센터를 만들었다. 단일규모로 세계 최대의 가스안전 실증 연구시설이다.


에안센터, 세계 최대의 가스안전 실증 시설

에안센터와 유사한 기관은 전세계에 캐나다의 파워테크(Powertech), 일본의 자동차연구원(JARI)과 수소에너지시험연구센터(Hy-TReC), 독일의 연방물질시험연수소(BAM), 스위스의 화생방 방호 시설인증기관 'SPIEZ' 등 5개에 불과하다. 이 중 에너지 안전 관련 다양한 분야의 종합적 시험·인증이 가능한 기관은 에안센터 뿐이다.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가스 화재·폭발에 대한 실제 시험이 추진되는 연소시험동을 찾았다. 돔 형태의 건물의 곳곳에 카메라가 숨겨져 있다. 화재·폭발 시험시 사람이 가까이 있을 수 없는데다 직접 폭발에 카메라가 손상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이날 시험이 없어 내부는 비어있었으나, 관제실에서 지난달 이뤄진 전기차 배터리팩 연소시험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어 야외실험동으로 향했다. 넓은 공터에 가스가 나오는 밸브 몇개가 땅에 박혀 있었다. 이어 관계자에게 귀마개를 받았다. 수소 가스 방출과정에서 발생하는 소음이 크기 때문이다. 수소 가스가 방출됐고 불이 붙었지만 투명에 가까운 아지랑이만 눈으로 볼 수 있었다. 수소화염은 무색이기 때문에 열화상 카메라를 통해서만 정확히 확인할 수 있다.눈에는 보이지 않았으나 1000℃가 넘는 수소 화염이 12~13m까지 뻗어나갔다는 게 관계자 설명이다.

에너지안전실증연구센터 이동훈 실증연구부장은 "시험을 통해 수소자동차 화재 발생 시 다양한 시험 데이터를 확보해 수소자동차 화재 대응 매뉴얼에 활용될 예정"이라며 " 수소 모빌리티 산업 확대에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국가·기업 ·안보 책임지는 방호제품 인증

마지막으로 찾은 방호시설인증시험동은 화생방 방호설비의 제품인증(KAS) 및 성능시험(KOLAS)을 수행하며 우리 군의 TNT 폭발 실증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시험 시설에 방호문 등을 고정해 놓고 TNT 125㎏의 폭발력을 가한 뒤 제품이 방호 기능을 제대로 수행했는지 검증한다.

최근에는 설비안전 및 시설보호를 위해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민간 업체들의 방호시험 의뢰도 잇따르고 있다고 한다.
특히 고가의 장비가 밀집해있는 반도체 업체들을 중심으로 유사 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폭문 등의 실증시험 의뢰가 늘어나는 추세이다. 에안센터는 올 한해에만 초고압·화재폭발 실증시험 22건, 방호 시험인증 12건 등 34건의 실증시험 및 시험인증 실적을 기록 중이다.


장성수 에너지안전실증연구센터장은 "정부 정책에 따라 2040년까지 수소충전소 1200여개가 공급될 예정"이라며 "이에 대한 안전을 확보하고 막연한 국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엄격한 인증을 진행하고, 초고압, 화재, 폭발, 방호 등 분야에 대한 정부와 산업계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연구사업을 충실히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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