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만 마셔도 배부르다"...'사실'이라는 연구결과 나왔다
2023.12.12 05:10
수정 : 2023.12.12 10:41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얼마나 빨리 먹고 언제 식사를 멈출지 조절하는 생쥐의 뇌세포가 발견됐다. 이를 바탕으로 인간의 식욕을 조절하는 방법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1일 과학계에 따르면 미국 국립보건원 연구진은 최근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타볼리즘’을 통해 장에 연결돼 있는 미주신경이 섭취한 식사의 양과 영양분을 감지하는 기능이 있다는 걸 생쥐 실험을 통해 발견했다.
또한 음식 뿐 아니라 공기를 위장에 주입해도 ‘배가 부르다’는 신호를 주는 뉴런이 활성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 뉴런이 위장의 부피를 통해 음식 소비량을 파악한다는 걸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연구를 이끈 재커리 나이트 교수는 “뇌간의 세포들이 입에서 나오는 신호와 훨씬 나중에, 장에서 나오는 신호를 사용해 먹는 속도와 양을 조절하는 구조를 발견했다. 이는 식사 조절 메커니즘에 대한 새로운 이해의 틀을 제공한다”며 “이는 위고비 같은 체중 감량 약물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어떻게 하면 더 효과적으로 만들 수 있는지 밝혀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美 연구팀 "음식 맛·포만감 신호 함께 뇌세포 제어…식사 속도·양 조절"
연구진은 유전적으로 변형된 생쥐의 뇌에 광센서를 이식해 식욕과 관련된 뉴런의 활성화를 형광 신호로 확인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연구진이 생쥐의 내장에 지방과 단백질, 설탕, 비타민 등으로 이뤄진 먹이를 10분 동안 주입하자 먹이의 양이 늘어나면서 프로락틴 방출 호르몬 뉴런 역시 점점 활성화됐다. 먹이 주입이 끝난 몇 분 후에 최고조에 달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생쥐에게 먹이를 자유롭게 먹게 하는 실험에서는 생쥐가 먹이를 핥기 시작한 뒤 몇 초 안에 프로락틴 방출 호르몬이 활성화됐다. 생쥐가 먹이 핥기를 멈출 때는 비활성화됐다.
연구진이 레이저로 이 뉴런을 자극하자 다른 생쥐보다 훨씬 적은 양을 먹었다. 연구진은 뉴런이 배가 부르다는 신호를 보냈기 때문으로 여겨진다고 밝혔다.
연구를 이끈 재커리 나이트 교수는 결론적으로 “입안의 미각에서 보내는 신호는 먹는 속도를 조절하고, 위장에서 보내는 신호는 먹는 양을 조절한다”고 말했다.
하버드대 첸 란 교수(신경과학)는 네이처에 “미각이 어떻게 식욕을 조절하는지에 관해 독창적인 통찰력을 담고 있는 연구”라며 “이 신경 회로는 사람한테서도 비슷하게 발견된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 결과는 사람한테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