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터트리고 불지르고… 사고상황 반복해 안전 지킨다

      2023.12.11 17:56   수정 : 2023.12.11 17:56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영월(강원)=이유범 기자】 지난 8일 방문한 강원 영월 소재 가스안전공사 에너지안전실증연구센터(이하 에안센터). 야외시험장에서 진행된 '수소 제트 화염 실증시험'에서 귀청이 떨어질듯한 폭음이 터져나오자 참관단이 깜짝 놀랐다. 이 실험은 수소탱크에 난 구멍에 화재가 발생했을때 피해를 테스트하는 것이었다. 센터에서는 이런 실험이 매일 반복된다.



이곳은 지난 2010년 발생한 서울 행당동 압축천연가스(CNG) 버스 폭발사고로 인해 만들어졌다. 18명이 사상을 입었지만 당시에는 원인을 못 찾았다.
이에 정부는 지난 2016년 가스사고의 원인을 규명하고 예방법을 찾기 위해 에안센터를 만들었다. 단일 규모로 세계 최대 가스안전 실증연구시설이다.

■세계 최대의 가스안전 실증시설

에안센터와 유사한 기관은 전 세계에 캐나다의 파워테크, 일본의 자동차연구원(JARI)과 수소에너지시험연구센터(Hy-TReC), 독일의 연방물질시험연수소(BAM), 스위스의 화생방 방호시설인증기관 'SPIEZ' 등 5개에 불과하다. 이 중 에너지 안전 관련 다양한 분야의 종합적 시험·인증이 가능한 기관은 에안센터뿐이다.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가스 화재·폭발에 대한 실제 시험이 추진되는 연소시험동을 찾았다. 돔 형태 건물의 곳곳에 카메라가 숨겨져 있다. 화재·폭발 시험 시 사람이 가까이 있을 수 없는 데다 직접 폭발에 카메라가 손상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이날 시험이 없어 내부는 비어 있었으나, 관제실에서 지난달 이뤄진 전기차 배터리팩 연소시험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어 야외실험동으로 향했다. 넓은 공터에 가스가 나오는 밸브 몇개가 땅에 박혀 있었다. 이어 관계자에게 귀마개를 받았다. 수소가스 방출과정에서 발생하는 소음이 크기 때문이다. 수소가스가 방출됐고 불이 붙었지만 투명에 가까운 아지랑이만 눈으로 볼 수 있었다. 수소화염은 무색이기 때문에 열화상카메라를 통해서만 정확히 확인할 수 있다. 눈에는 보이지 않았으나 1000도가 넘는 수소 화염이 12~13m까지 뻗어나갔다는 게 관계자 설명이다.

에너지안전실증연구센터 이동훈 실증연구부장은 "시험을 통해 수소자동차 화재발생 시 다양한 시험 데이터를 확보해 수소자동차 화재대응 매뉴얼에 활용될 예정"이라며 " 수소 모빌리티 산업 확대에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안보 책임지는 방호제품 인증

마지막으로 찾은 방호시설인증시험동은 화생방 방호설비의 제품인증(KAS) 및 성능시험(KOLAS)을 수행하며 우리 군의 TNT 폭발 실증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시험시설에 방호문 등을 고정하고 TNT 125㎏의 폭발력을 가한 뒤 제품이 방호 기능을 제대로 수행했는지 검증한다.

최근에는 설비안전 및 시설보호를 위해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민간 업체들의 방호시험 의뢰도 잇따르고 있다고 한다.
특히 고가의 장비가 밀집해 있는 반도체 업체들을 중심으로 유사 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폭문 등의 실증시험 의뢰가 늘어나는 추세이다.

에안센터는 올 한 해에만 초고압·화재폭발 실증시험 22건, 방호 시험인증 12건 등 34건의 실증시험 및 시험인증 실적을 기록 중이다.


장성수 에너지안전실증연구센터장은 "정부 정책에 따라 2040년까지 수소충전소 1200여개가 공급될 예정"이라며 "이에 대한 안전을 확보하고 막연한 국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엄격한 인증을 진행하고 초고압, 화재, 폭발, 방호 등 분야에 대한 정부와 산업계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연구사업을 충실히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leeyb@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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