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수능 성적에 시어머니가 내 탓"..우울·탈모 시달리는 엄마

      2023.12.12 08:56   수정 : 2023.12.12 15:36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고등학교 3학년 수험생 어머니들도 수험생 못지않게 자녀의 입시 준비 과정에서 극심한 불안과 긴장에 시달리며 신체적 고통까지 호소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12일 학계에 따르면 남경미 청소년정신건강연구소 연구원 등은 최근 학술지 교육문화연구에 게재한 논문 '고3 수험생 어머니의 자녀 대학입시 경험에 관한 현상학적 연구'에서 이러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저자는 2023학년도 대학입시를 치른 고3 수험생 어머니 10명을 약 7주간 심층 면접해 자녀가 고3이 되면서부터 대입 결과 발표 후까지의 시간 경과에 따른 경험을 분석했다.



조사 결과 연구 참여자들의 정서적 불안 강도는 자녀가 고3이 되면서부터 높아진다. 불안은 수능 이후부터 최초 대입 결과 발표 때까지 지속되다가 최초 합격자 발표 후 추가 합격자 발표 때까지 최고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어머니는 "결국 우리 애가 대학에 가기는 했는데 처음 점수를 받고 나서는 심장이 땅바닥에 떨어지는 것 같았다. 그때는 정말 울고 싶은데 울지도 못하겠더라"라고 했다.

또 다른 어머니는 "최초 불합격 후 추가 합격자 발표 때까지 기다리는 순간순간이 거의 지옥이었다"라고 돌아봤다. 아이에게 참을 수 없는 화와 짜증이 일어나 폭언·폭력을 행사했다고 고백한 참여자도 있다.

연구 참여자들 상당수는 자녀의 대입 준비 과정에서 가벼운 두통부터 허리 통증, 소화불량, 눈 건조증, 탈모, 이명현상 등 신체적 증상을 겪었다.

이들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소화도 안 되고 없던 당뇨도 생기더라", "누구에게도 연락 못하고 집에만 계속 있으면서 그간 없었던 증상을 겪었다", "아무 일도 하지 못하고 주체할 수 없는 마음에 병원 치료를 받기도 했다" 등의 경험을 전했다.

'자녀의 성취가 곧 어머니의 성공'이라는 사회적 인식으로 인해 불안감과 긴장감, 압박감을 느낀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연구 참여자들은 "남편과 시어머니는 본인들이 기대한 대학과 전공에 (아이가) 못 가는 것에 대한 모든 책임이 나한테 있다고 노골적으로 말했다", "내가 직장 생활을 해서 아이를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고 말해 정말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라고 밝혔다.

저자는 연구 결과를 토대로 "수험생 어머니가 겪고 있는 정서적·신체적 고통이 상당한 수준이지만 막상 이들은 '상담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었다"라며 "수험생 어머니에 대한 전문적 상담 지원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하다"라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자녀의 대학 진학에 대한 모든 책임을 어머니한테 돌리는 인식이 상당히 지배적"이라며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yuhyun12@fnnews.com 조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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