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P28 '화석연료 단계적 퇴출' 합의문구 놓고 막판 갈등...폐막시한 연장
2023.12.13 03:32
수정 : 2023.12.13 03:32기사원문
- 화석 연료 단계적 퇴출 의무화 놓고 갈등
- "약 200 회의 참여국 가운데 80%가 의무화 요구" EU 대표
- 사모아 대표 "섬나라 사망선고에 서명 안 한다"
- 사우디 반대 속에 합의문 문구 갈등으로 폐막 시한 연장
유엔 기후변화 회의 합의문을 놓고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한 산유국들과 대다수 나라들 간에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에서 12일(이하 현지시간) 폐막 예정인 제28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가 합의문에 '화석연료 단계적 퇴출' 의무화를 포함해야 하는지를 놓고 설전을 벌이고 있다.
막판 갈등 속에 폐막이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일부 회의 참석자들의 말을 인용해 약 200개 회의 참석국 가운데 80%가 모든 화석연료를 점진적으로 퇴출해야 한다는 의무화를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당초 초안에는 이 의무화가 포함돼 있었으나 지난 주말 사우디가 이번 회의 의장국인 UAE를 압박해 의무화 대신 자발적 참여로 수위를 낮추도록 했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11일 공개된 합의문 초안에는 사우디의 입장이 반영됐다.
그러나 바뀐 합의문 초안에 대다수 나라들이 반대하고, 사우디는 강경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어 막판 진통이 뒤따르고 있다.
회의 참석 외교관들은 사우디가 화석연료 단계적 퇴출 의무화에 반대하는 구심점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사우디를 중심으로 이라크, 러시아 같은 석유수출국기구(OPEC)플러스(+) 회원국들이 의무적인 화석연료 퇴출에 반대하고 있다.
봅케 혹스트라 유럽연합(EU) 기후담당 집행위원은 "(합의문이) 더 야심찬 것이 되기를 압도적인 다수 국가들이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혹스트라 집행위원은 이어 "바로 이것이 전세계에서 우리를 지켜보는 이들의 요구에 부응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EU와 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 그리고 기후변화에 취약한 섬나라 국가들이 화석연료 퇴출이 어떤 식으로든 합의문에 담겨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섬나라들을 대표하는 사모아 자연자원부 장관 톨레술루술루 세트릭 슈스터는 "우리 섬들에 대한 사망선고에 서명하지 않겠다"고 단언했다.
지난달 30일 약 2주 일정으로 시작한 COP28을 마무리할 예정이었던 이날 각 협상 대표들은 초반부터 격하게 갈등했다. 갈등이 커지면서 회의는 수시간 정회 뒤 재개돼 밤까지 이어졌다.
미국측 대표인 존 케리 기후특사는 이날 밤 술탄 알-자베르 COP28 의장과 만난 뒤 합의문구 개선을 위해 큰 진전이 있었다고 말했다.
케리 특사는 "진전이 있었고,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서 "밤새 논의를 지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우디를 설득하기 위한 노력도 지속됐다.
각국 대표들은 부지런히 무함마드 빈 살만(MBS) 왕세자 이복형제인 압둘아지즈 빈 살만 사우디 에너지부 장관을 찾아 사우디의 입장 번복을 촉구했다.
각국 장관들은 사우디가 이번 회의 의장인 알-자베르를 압박해 합의문의 초점을 화석연료에서 돌리려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우디는 합의문 초안에서 화석연료 단계적 퇴출 의무를 자발적 참여로 바꿔버렸다.
유엔 회의 베테랑인 셰전화 중국 기후변화 사무특사는 이번 COP28이 자신이 참석한 '역대 가장 힘든 COP'라고 말했다.
중국은 이번 회의에서 이전에 비해 화석연료 퇴출 반대 의사가 무뎌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셰 특사는 중국이 원하는 합의문은 '올바른 방향'이면서 "모든 이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라며 두루뭉술한 원칙론만 강조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