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대표 전격 사퇴,윤재옥 권대체제 유력속 한동훈 비대위 가능성

      2023.12.13 17:54   수정 : 2023.12.13 17:54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13일 전격적으로 대표직을 사퇴했다. 전날 친윤계 핵심인 장제원 의원의 총선 불출마 선언 이후 하룻만이다. 김 대표는 이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저는 오늘부로 국민의힘 당대표직을 내려놓습니다"라며 "지난 9개월 동안 켜켜이 쌓여온 신(新)적폐를 청산하고 대한민국의 정상화와 국민의힘, 나아가 윤석열 정부의 성공이라는 막중한 사명감을 안고 진심을 다해 일했지만 그 사명을 완수하지 못하고 소임을 내려놓게 되어 송구한 마음 뿐"이라고 적었다.



이어 "우리 당이 지금 처한 모든 상황에 대한 책임은 당 대표인 저의 몫이며, 그에 따른 어떤 비판도 오롯이 저의 몫입니다. 더이상 저의 거취 문제로 당이 분열되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 총선이 불과 119일 밖에 남지 않았다. 윤재옥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당을 빠르게 안정시켜 후안무치한 민주당이 다시 의회 권력을 잡는 비극이 재연되지 않도록 저의 견마지로를 다하겠다"며 백의종군 의사를 밝혔다.

김 대표의 대표직 사퇴는 서울 강서구청장 보선 참패 이후 당 안팎에서 대표 책임론이 분출된 상황에서 인요한 혁신위 패싱논란까지 겹치면서 '이대로 가다간 공멸'이라는 위기감이 확산되자 더이상 대표직에 연연할 수 없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대표직 사퇴와 불출마, 험지출마 등 다양한 선택지를 놓고 고심을 거듭해 왔다. 일각에선 대표직 사퇴는 기정사실화한 채 불출마와 험지출마 여부를 놓고 막판 고심을 해왔다는 후문이다. 다만 이날 대표직 사퇴로, 일단 총선 출마 카드는 접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날 사퇴 선언이 하태경 의원 등 일부 의원이 김 대표에게 퇴로를 열어줘야 한다며 '대표직 사퇴-울산 지역구 출마 용인' 구도를 제안한 직후 이뤄졌다는 점에서 불출마보다는, 출마로 대표로서 '총선 승리'라는 막중한 책임을 끝까지 완수하겠다는 결기를 보여준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총선 불출마까지 할 경우 당이 더 극심한 혼란을 겪을 수도 있다는 판단도 깔렸다는 후문이다.

또 김 대표가 신당을 추진중인 이준석 전 대표와 이날 비공개로 만난 자리에서 이 전 대표의 탈당과 자신의 거취 문제 등을 놓고 심도있는 대화가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표는 이달 말 신당 창당을 공식화한 상태다. 일각에선 이날 비공개 만남 이후 김 대표가 대표직을 내려놨다는 점에서 이 전 대표의 '신당 창당 로드맵'에 일정 변화가 불가피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네덜란드를 국빈방문중인 윤석열 대통령 귀국(15일) 이전에 결단을 내림으로써 대통령실의 부담을 덜어준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하지만 여전히 당 내부에선 대표직 사퇴만으로는 현재의 당과 윤석열 정부에 대한 국정 지지율이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는 등 현재의 엄중한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셀프 자구안'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전날 친윤계 핵심인 장제원 의원의 불출마 선언이 던져준 굵직한 메시지를 '에스컬레이터 효과'로 이어지게 하기는 커녕 오히려 '자기희생' 메시지 효과를 반감시켰다는 지적마저 제기된다. 당내 한 관계자는 "장제원 의원에 이어 대표까지 불출마를 선언했다면 매우 큰 정치적 반향을 일으켰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반면 대표직 사퇴와 총선 불출마 선언을 강요하는 건 너무 가혹한 처사라는 '동정론'도 있다. 다른 관계자는 "총선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당을 진두지휘해야 할 선장이 자리를 내려놓는 것 자체가 전체적인 여권 쇄신론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당분간 대표직 사퇴가 여권 쇄신론의 필요·충분조건이 될 수 있느냐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 대표도 대표직 사퇴에 이어 불출마 내지는 험지 출마 요구에 대한 추가적인 거취 고민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어쨌든 김 대표의 대표직 사퇴이후 다른 중진급 인사들의 거취에도 연쇄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친윤계 핵심인 장제원 의원의 불출마 선언과 김 대표의 대표직 사퇴 이후 '하향식 쇄신론' 요구가 확산되면서 당 지도부와 중진그룹의 최종 선택지에도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하향식 쇄신론 배경에는 '고강도 쇄신 움직임 없이는 총선 필패'라는 위기감이 깔려 있다. 인요한 혁신위 패싱 논란이후 김 대표가 쇄신에 미온적이라는 비판론이 형성된 데다 당과 대통령 국정 지지율마저 답보상태에 있어 당 최고 수장인 김 대표를 포함한 당 중진그룹이 무한책임을 지고 선도적으로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당내 여론이 비등한 상황이다.
장 의원과 김 대표의 결단으로 당내 중진그룹의 불출마 압박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향후 비상대책위 전환이냐, 윤재옥 원내대표 대행체제냐를 놓고도 논란이 예상된다.
김 대표는 윤 원내대표 체제 유지를 통한 당 안정화를 강조했지만, 대표 공백이라는 사상 초유의 엄중한 상황인 만큼 최근 존재감이 급부상한 한동훈 법무장관을 앞세운 비대위 체제로의 전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theknight@fnnews.com 정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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