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기가전에 스마트공장 도입하니…생산성·납기율 '껑충'
2024.01.07 12:58
수정 : 2024.01.07 12:58기사원문
【화성(경기)=장유하 기자】지난 1989년 설립된 힘펠은 환기시스템 및 환풍기를 제조하는 기업이다. '공기, 에너지 기술을 통해 인간 건강에 기여한다'는 미션 아래 약 30년간 환기 분야에서 입지를 다져왔다. 현재 국내 욕실용 환풍기 시장에서 60% 이상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최근 방문한 경기 화성시 힘펠 공장에서는 환기업계 1위 기업답게 작업자들이 끊임없이 환기시스템, 환풍기 부품을 조립하고 있었다. 작업자들은 라인마다 설치된 모니터를 통해 조립 방법, 공정에 필요한 세부 사항, 생산 현황들을 실시간으로 확인했다.
특히 공장 중간 중간에 있는 포장자동제함기, 팔렛타이징(이송로봇) 등의 스마트설비가 눈에 띄었다. 이 설비들은 제품 랩핑을 자동으로 하고, 소포장 된 상자들을 큰 상자 안에 옮기며 본래 작업자들이 일일이 해야 하는 작업을 대신하고 있었다. 단순 작업을 피하고 직원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이런 스마트설비를 도입했다는 게 힘펠 측의 설명이다.
이같은 힘펠 공장이 처음부터 스마트했던 건 아니다. 스마트공장을 도입하기 전까지 환기가전 생산은 드라이버 등을 활용한 수작업에 머물렀다. 수주에서 자재 조달, 생산, 출하로 이어지는 관리 과정도 그때그때 수기로 작성했다. 이 때문에 생산량이 늘면 늘수록 일이 복잡해졌다. 일부러 자재를 많이 구매하는 탓에 재고도 많았고, 수주량이 많으면 납기가 예정보다 늦어지는 일도 허다했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미세먼지 이슈가 심화함에 따라 환기시스템을 향한 수요가 증가하며 힘펠 제품에 대한 수요도 덩달아 증가했다. 이에 김정환 힘펠 대표는 QCD(품질·비용·납기)를 잘 지키며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선 스마트화가 필요하다고 판단, 지난 2019년 중소벤처기업부와 스마트제조혁신추진단으로부터 인력과 자금을 지원받아 전사적자원관리(ERP), 생산관리시스템(MES) 등을 구축하며 스마트공장 도입에 나섰다.
김 대표는 "중기부와 스마트제조혁신추진단의 지원을 받으며 자체적으로 힘필에 맞도록 커스터마이징함으로써 '힘펠화'한 시스템을 구축했다"며 "관리전산화를 통해 데이터를 집계하고 보고서를 만드는 데 소요되던 시간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실제 스마트공장 도입 후 힘펠의 생산성은 눈에 띄게 높아졌다. 일일이 수기로 작성해야 했던 1일 생산실적은 터치 PC ERP로 실시간 입력이 가능해졌고, 월말이 돼야 산출이 가능했던 인당 시간당 생산량은 실시간으로 산출이 가능해진 덕이다. 또한 과거 88%였던 납기준수율은 98%까지 높아졌다. 자재나 제품의 재고 또한 약 9%가 감소했다. 원가 절감과 함께 고용창출도 이뤄냈다.
이에 따라 회사 매출도 가파르게 상승했다. 지난 2019년 644억원이었던 매출은 2020년 737억원, 2021년 916억원, 2022년 1103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지난해 매출 역시 전년 대비 10%가량 높아졌을 것으로 회사는 추정하고 있다. 현재 힘펠은 스마트공장 고도화를 진행 중이다.
중소벤처기업부도 중소기업의 스마트화를 돕기 위해 지난 2014년부터 스마트공장 구축을 꾸준히 지원하고 있다. 지난 9년간 총 2조180억원을 투입해 국내 중소기업 3만144곳에 스마트공장 도입을 지원했다. 중기부에 따르면 구축기업의 평균 생산성은 29%, 품질은 42.1% 향상됐다. 평균 매출액 역시 11.3% 향상된 것으로 조사됐다.
중기부는 지난해 9월 '신디지털 제조혁신 추진전략'을 발표하고 그간 양적 확대 중심으로 추진해왔던 스마트공장 사업을 고도화 중심으로 개편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올해 중소기업 디지털 역량에 따른 맞춤형 지원을 위해 총 2259억원을 투입하고, 오는 2027년까지 고도화된 스마트공장 2만5000개를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권순재 중기부 제조혁신과 과장은 "국내 기업들이 디지털 전환으로 가야 한다는 인식이 있다"며 "기초단계 스마트공장은 민간에서 지원하거나 지자체 재원으로 하는 방향으로 가고, 상대적으로 투자가 많이 필요한 고도화 부분에서 정부 재원을 투입하는 방향으로 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welcome@fnnews.com 장유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