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기술 中유출 또 적발, 엄벌 없인 재발 못 막아
2023.12.17 18:58
수정 : 2023.12.17 18:58기사원문
삼성 기술이 흘러간 곳은 중국 신생 반도체 업체 창신메모리(CXMT)다. 검찰에 따르면 전직 간부 김씨는 지난 2016년 퇴사한 뒤 이 업체로 이직하면서 기술을 빼돌렸다. 18나노 D램은 연산처리, 메모리 저장 등 고성능 전자기기에 쓰인다. 웨이퍼 표면에 얇은 막을 입혀 전기적 특성을 갖도록 하는 증착기술도 유출됐다. 반도체 소형화를 결정하는 핵심기술이다. 검찰은 유출 사건에 삼성전자 하청업체 출신 등 수십명이 가담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도둑질당한 기술은 막대한 개발비를 들여 수많은 연구자들이 밤을 새우며 일궈낸 기업 자산이다. 기술을 훔쳐낸 창신메모리는 2016년 설립 후 중국 최초로 D램 양산에 성공한 중국 최대 D램 제조사다. 중국 국부펀드 자금을 지원받으며 초고속 성장에 성공했다. 지난달엔 5세대 초저전력 D램을 개발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돌아보면 결국 남의 나라 기술을 탈취해 성장의 발판으로 삼아 부를 쌓았다는 이야기다. 이를 도운 공범자들의 행위는 용서할 수 없는 매국범죄라 할 것이다.
기술패권 시대에 기술유출의 심각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한번 유출되면 되돌릴 수 없고, 기업은 막대한 피해를 본다. 2018년 이후 5년간 국가정보원이 적발한 국내 산업기술 유출은 90건이 넘는다. 피해 추산액이 25조원에 이른다. 미중 글로벌 공급망 쟁탈전이 가속화하면서 중국의 기술탈취 시도는 심화될 것이라는 경고도 계속 나왔다. 반도체뿐 아니라 2차전지, 디스플레이 등 미래 핵심기술 전체에 유출을 막을 수 있는 보호망 구축이 절실하다.
솜방망이 처벌 관행부터 뜯어고쳐야 한다. 현행법에는 국가 핵심기술 해외유출 시 3년 이상 징역과 15억원 이하 벌금, 산업기술 유출 시 15년 이하 징역 또는 15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양형기준이 낮아 5년을 넘는 경우가 거의 없다. 기술유출 범죄 중 기소비율은 20%, 이 가운데 실형은 10%에 불과하다. 삼성 반도체공장 설계도면을 통째로 중국에 빼돌려 수조원대 피해를 입힌 삼성 전 임원은 지난달 보증금 5000만원에 보석으로 석방됐다.
처벌 수위를 확 높여 효과를 본 대만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대만은 징역 형량을 높이는 한편 벌금은 범죄수익의 10배까지 선고하고 있다. 지식재산 수사조직도 대폭 강화했다. 처벌이 무서워 기술유출을 엄두도 못 낼 일로 생각하게끔 만들어야 한다. 기술을 지키는 일이 기술을 개발하는 것만큼이나 중대하다. 유출을 방치하면 국가안보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경각심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