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는' K방산..정작 윤활유 시장은 외국産이 '점령'

      2023.12.18 17:28   수정 : 2023.12.18 18:5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정부가 수출 효자 품목인 K-방산에 힘을 싣고 있지만 정작 방산 제품의 성능을 결정하는 핵심 부품인 윤활유의 경우 국내 시장에서 60% 이상이 외국산에 점령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윤활유 국산화에 대한 별도의 지침이 없기 때문이다. 이는 윤석열 정부가 방산과 반도체 등 핵심전략기술에 있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국산화를 추진하는 정책 기조에도 어긋난다.

이에 고품질의 국내산 윤활유가 K-방산 제품에 폭넓게 사용될 수 있도록 관련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로부터 파이낸셜뉴스가 단독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육해공군 정비창에 사용되는 윤활유 총 153개 중 97개(약 63.4%)는 외국산인 것으로 파악됐다.

육군은 국산 제품 사용량이 절반 정도(61개 중 32개)로 확인됐으며, 공군 정비창에서 사용되는 윤활유 74개 중 국내산은 단 12개에 불과하다. 해군은 국산 사용량(18개 중 12개)이 외국산에 비해 두 배 정도 높았다. 정비창은 각 군에서 무기 및 장비의 수급·저장·정비에 관한 일을 하는 부대를 말한다.



이는 방위산업청을 위주로 소부장 국산화에 대해 정부 차원의 많은 지원이 이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완성된 무기 부품을 생산 및 유지·보수하는 윤활유에 대해선 별도의 국산화 적용 메뉴얼이 없기 때문이다.

군수품 소부장 수요량은 K-방산이 최근 수출 효자로 떠오르면서 급증 추세에 있다. 방위산업 수출액은 최근 10년간 20억~30억달러 수준에 머물다가 2022년 역대 최대인 173억 달러로 폭풍 성장했으며 특히 지난 7월에는 폴란드와 약 145억달러(약 19조원)에 규모의 수출계약을 맺은 바 있다.

특히 윤활유의 경우 제품의 유지·보수 뿐 아니라 부품 가공 시 정밀 치수를 위해 필요한 것으로 부품의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재료다. 그러나 국내 방산업계 윤활유 시장의 상당부분이 외국산에 잠식당하면서 '잘 나가는' K-방산과는 별개로 국산 윤활유에 대한 관심도는 저조한 편이다.

국산 제품이 홀대받는 원인 중 하나는 외국 수입 군수 장비의 경우 보증 조건으로 초기에 외국산 윤활유를 지정해 사용할 것을 옵션으로 제시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부분 시간이 지나도 국산 제품으로 교체하지 않고 외국산 제품을 관성적으로 사용하게 된다.

이에 윤활유의 품질, 성능, 기준 등을 메뉴얼화하고 국산화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외국산 제품 의존도가 높아질 경우 대외적 환경 변화로 인해 수입이 중단될 경우 각종 방산제품의 생산과 유지, 보수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만큼 공급망 안정화 차원에서 국산 윤활유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7일 '제2차 방산수출전략회의'에서 "우리 방위산업이 더욱 도약하기 위해선 소부장의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게다가 국내 윤활유 업체는 대부분 중소기업으로, 부품을 가공하는 대기업과의 동반성장을 위해서도 관련 시장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내 윤활유 업계 관계자는 "외국산 윤활유를 국산으로 대체하는 기술력 측면에서 국내 윤활유 산업이 세계 수준으로 높아져 있다"며 "가격 또한 외국산에 비해 20~30% 원가절감이 가능하기 때문에 충분히 대체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군수장비 유지와 보수에 사용하는 윤활유에 대해 국산화에 대한 지침을 마련해 진정한 자주국방의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tand@fnnews.com 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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