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중 정상회의, 내년 상반기도 어렵다..“中, '韓 총선·日 실각' 관망”

      2023.12.19 16:15   수정 : 2023.12.19 16:19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당초 이르면 연내로 예상됐던 한일중 정상회의가 해를 넘기게 됐다. 윤석열 정부가 일본의 지지와 중국의 호응을 끌어냈지만, 결국 개최일 합의에 다다르지 못해서다.

내년에도 3국 각자의 국내 정치상황 탓에 상반기 내에 열기도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는 올 초부터 한일중 정상회의 개최에 힘썼다.
한일관계를 개선해 일본의 지지를 얻고 중국과도 지속 접촉하며 연내 개최를 목표로 협의를 해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방한을 언급하고, 왕이 외교부장이 한일중 협력을 강조하면서 분위기가 무르익는 듯했다.

그러나 3국 정상회의 직전 단계인 외교장관회담이 지난달 열렸지만, 끝내 날짜를 정하지 못했다. 오히려 중국 정부는 3국 정상회의 개최를 위한 ‘조건’을 언급하며 소극적인 태도를 드러냈다.

이에 우리 정부도 불투명한 전망을 감추지 않았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지난 17일 기자들과 만나 “우리도 정치 일정이 있고, 일본도 국내에 복잡한 현안이 있으며, 중국도 경제·사회적 현안들이 있어 내년 상반기에 열리면 좋겠지만 장담할 순 없다”고 밝혔다.

외교장관회담 참석 당사자인 박진 외교부 장관도 같은 날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늦어도 내년 상반기 중 3국 정상회의를 열 것이라 생각한다”면서도 “왕이 외교부장이 무슨 조건을 이야기한 건 없지만 3국 정상회의를 열 수 있는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고 언급했다.

정부가 자신감을 잃은 건 한일중의 빽빽한 정치일정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내년 4월 예정된 총선에 온 신경이 쏠려있고, 일본은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비자금 스캔들로 정권이 위태로운 상황이다. 중국은 통상 연초에는 2월 말에서 3월 초에 열리는 양회(兩會,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준비에 매진한다.

단순히 물리적 시간이 부족하다는 건 아니다. 중국으로선 내년에 권력이 약해지거나 잃을 수 있는 한일 정상과 구태여 급하게 만날 필요가 없다는 게 문제다. 한일이 미국과 밀착하는 것을 견제하려 한일중 정상회의에 호응했지만, 미국조차도 내년 11월 대선이 예정돼있어 한미일 모두 변동성이 큰 상황인 것이다.

국가안보실 정책자문위원인 강준영 한국외대 교수는 본지와 통화에서 “김 차장이 언급한 건 우리 총선과 일본의 기시다 총리 실각 가능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중국은 이를 지켜보려는 것 같다”며 “한일이 미 기조를 따르는 양상이니 미중관계와 경기회복에 일단 집중하면서 한일 권력의 향방을 관망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통화에서 “일본은 기시다 총리 3월 조기퇴진설까지 나올 만큼 정권의 존속이 걸린 상황이라 외교적으로 무얼 하는 게 무리한 상황”이라며 “총선이나 중국의 소극적 태도는 둘째 치고 일본의 정치상황이 정리돼야 3국 정상회의 이야기를 다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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