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잔자키스 깊이 읽기.. 23일 '카잔자키스 이야기 잔치' 열린다
2023.12.20 11:35
수정 : 2023.12.20 11:35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폭력을 외쳤으나 정작 자신의 내면에는 어떤 폭력성도 없었던 사람, 다른 사람에게는 관대했으나 자신에게는 무자비할 정도로 가혹했던 사람, 늘 보이지 않고 손에 잡히지도 않는 세상을 잡기 위해 미래의 전망을 헤매던 사람. 이것이 내가 니코스 카잔자키스에게 받았던 인상이다." (카잔자키스의 부인 엘레니 카잔자키스)
그리스의 대문호 니코스 카잔자키스(1883~1957)의 작품을 해마다 되새기는 '카잔자키스 이야기 잔치'가 오는 23일 서울 대학로 '예술가의 집'에서 열린다.
국제문학단체 '한국 카잔자키스의 친구들'이 주최하는 행사로 올해 13회째를 맞았다.
'토다 라바'는 '감사합니다'라는 뜻의 히브리어이자 이 소설의 주인공 이름이다. 카잔자키스는 세 번의 러시아 여행을 다녀왔는데, 앞선 두 번의 여행 이야기를 '러시아 기행'에 담았고, 마지막 여행을 다녀온 이후 '토다 라바'를 집필했다.
낭만적인 시선과 현실적인 시선을 겸비한 채로 러시아를 여행하면서 품었던 물음과 화두를 풀어낸 이 책은 다가올 문명의 정초를 놓을 새로운 인간형을 모색하고 형상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토다 라바'를 둘러싼 '이야기 잔치'는 유경숙 소설가가 사회를 맡고 3명의 발표자가 나선다.
첫번째 발표자로 나서는 홍기돈 카톨릭대 교수는 '토다 라바'를 비롯해 '신을 구하는 자', '러시아 기행'을 카잔자키스의 '러시아 탐색 3부작'으로 묶어 살핀다.
3부작을 통해 카잔자키스는 1920년대 러시아 현실에 좌절하고 분노하면서도 현실을 지양하는 세계를 모색했다. 이는 그가 주창했던 '후기 공산주의'라는 단어로 집약된다는 게 홍 교수의 분석이다.
두번째 발표자인 심아진 소설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바리시(동지들)……'란 제목으로 카잔자키스가 이념적 대립을 넘어서서 지향하고자 했던 근원적인 힘을 조명한다.
'토다 라바'가 갈등과 번뇌를 해결하기 보다는 갈등과 번뇌가 본질인 세상을 받아들이며 사투를 벌이는 인간 군상을 흥미롭게 펼쳐 보인 점에 주목했다.
또 마지막 발표자는 러시아 문학을 전공한 로쟈 이현우 서평가다. 카잔자키스에게 러시아라는 나라와 '러시아 혁명'의 의의가 무엇이었는가를, '토다 라바'를 통해 그리스와 러시아 사이에서 카잔자키스가 얻은 경험과 통찰이 무엇인지 알려준다.
한편, 종합토론 진행은 카잔자키스의 대표작 '그리스인 조르바'를 최초 번역·출간한 유재원 한국외대 명예교수가 맡는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