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진단때 ‘위험도’ 대신 ‘노후성’ 본다… 정비사업 탄력 기대
2023.12.21 17:53
수정 : 2023.12.21 20:56기사원문
정부는 앞으로 30년 이상 된 노후주택은 안전진단을 거치지 않고 바로 재건축 절차에 착수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르면 다음달 발표 예정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중랑구 중화2동 모아타운(소규모주택정비 관리지역) 현장에서 열린 주민 간담회에서 "사업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도록 재건축과 재개발 사업 절차를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윤 대통령은 안전 진단 기준 전환을 꼽했다. 기존 '위험성'에서 '노후성'으로 전면 개편을 시사했다.
재건축 안전진단은 재건축의 첫 관문에 해당하는 절차다. 정부는 안전진단 기준을 재건축 규제수단으로 운영하고 있다.
현재 안전진단은 구조안전·주거환경 등 4개 평가 항목별로 점수비중을 적용해 합산한 총 점수에 따라 30점~45이하 '재건축', 45점~55이하 '조건부재건축', 55점 초과는 '유지보수'로 판단한다. 안전진단 평가항목의 구조안전성 비중, 주거환경 점수 비중, 설비노후도 비중은 각각 30%다.
즉, 기존 정비 사업은 단지의 '위험도'에 따라 재건축 추진 여부가 결정되는 셈이다. 이를 '노후성' 중심으로 바꿔 정비사업에 속도를 낸다는 것이다. 재개발·재건축 기준을 채우지 못해 방치된 노후 주택을 새롭게 정비해야 한다는 취지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도 이날 열린 '도심 내 주택공급 활성화를 위한 지원 확대 토론회'에서 "재개발·재건축을 비롯한 여러 정비사업의 체계나 방식을 점검해 도심 공급을 촉진할 수 있는 다양한 사업이 활용되도록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정비사업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서진형 공정주택 포럼 공동대표는 "정비 사업 절차가 간소화되면 비용 절감 등으로 인해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며 "사업에 속도가 붙게 될 경우 부동산 가격 상승 효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호철 단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공공이 과도하게 침범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정비 사업 활성화를 위해 제도 개선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개편안에 나오지 않은 만큼 시장 영향을 가늠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 교수는 "기존에도 안전진단 완화 등 정비사업 규제 완화 기조가 이어져온 만큼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지 않은 이상 당장 유의미한 효과가 있을 지는 지켜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재건축 절차 개선도 좋지만, 우선 걸림돌인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에 대한 실시 유예와 같은 방안이 더욱 중요하다"며 "윤 대통령 발언에서도 방향성만 나온 만큼 향후 구체적인 방안이 제시돼야 시장 효과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재건축 추진을 놓고 주민간 갈등이 심화될 것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서 대표는 "안전진단 기준이 노후성으로 바뀔 경우 주민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채 사업이 추진될 수 있어 주민 간 갈등이 빈번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ssuccu@fnnews.com 김서연 성석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