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 독자 역량 없었으면 어쩔 뻔?..."현대차 코나, 도요타 라브4 앞섰다"

[파이낸셜뉴스] 현대자동차·기아의 하이브리드카가 올들어 11월까지 국내외 시장에서 77만대(전년동기비 32%증가)가까이 팔리며, 역대 최다를 기록할 전망이다. 특히, 최신 모델을 중심으로 해외시장에서 호평이 이어지고 있어, 세계 하이브리드카 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도요타 하이브리드카의 아성을 넘어설 것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전기차 위축기, 하이브리드카로 대응

27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의 올해 국내외 하이브리드카 판매량은 85만대 안팎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올들어 11월까지 현대차·기아의 국내외 전체 하이브리드카 판매대수는 전년동기비 32%증가한 76만7000대다. 현대차그룹이 올해 2년 연속 전세계 판매 3위 달성이 유력한 것도, 하이브리드카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 세계적 하이브리드카 선호 현상은 전기차 전환과 무관치 않다. 충전 인프라 부족, 신기술에 대한 저항감 등으로 전기차 대신, 일종의 '징검다리 소비'로 하이브리드카를 택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국내의 경우, 하이브리드카 시장은 2016년만 해도 6만2000대에 불과했으나, 7년 새 5배 가까이 늘어나며 연 30만대 시장으로 성장했다. 역대 처음으로 경유차 판매를 앞서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대차·기아는 전 세계적 전기차 수요 조정기에 대응, 당분간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개발하는 등 글로벌 친환경차 경쟁에서 돌파구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한 손으로는 현재 잘 팔리는 차를 팔고, 다른 한 손으로는 미래차에 대응하는 '양손잡이'전략이다.

■하이브리드 독자 시스템 구축

현대차·기아 내부에서는 하이브리드카 호황기에 편승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10년에 걸친 하이브리드카 독자 개발 시스템 구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하고 있다. 하이브리드카는 엔진과 전기모터가 결합된 차량으로, 구조상 내연기관차나 전기차보다 훨씬 복잡하다. 기계적 역량이 뒷받침돼야 한다.

현대차·기아는 2011년 세계 최초로 병렬형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독자 개발, 쏘나타·K5 하이브리드카를 선보였다. 도요타는 '직병렬형 시스템'이다. 병렬형 시스템을 구현해 보려고 시도했지만 결국 포기했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엔진과 변속기 개발을 통해 축적한 우수한 기계공학 역량이 병렬형 하이브리드 시스템 개발의 기반이 됐다"고 설명했다.

2020년에는 180마력을 자랑하는 1.6 터보 엔진을 기반으로 한 하이브리드 모델을 출시했으며, 회생제동 개입 수준을 조절하는 패들 시프트를 적용하기도 했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도 직접 개발했다. 지난 8월 출시한 싼타페 하이브리드에 현대차그룹이 직접 개발한 하이브리드 전용 배터리가 처음으로 탑재됐다.

독일 자동차 전문 매체인 아우토 빌트가 실시한 지난 9월과 10월 비교평가에서 기아 스포티지 하이브리드와 코나 하이브리드는 각각 도요타의 코롤라 크로스 하이브리드, 도요타 라브4 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 기아 니로 하이브리드는 올 초 미국 유력 자동차 전문 평가 웹사이트 '카즈닷컴'이 선정한 '2023 최고의 차 어워즈'에서 1등을 차지했다. 현대차·기아 관계자는 "그간 글로벌 하이브리드카 시장을 주름잡던 도요타 주요 하이브리드 모델에 앞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글로벌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에 따르면 전 세계 하이브리드카 시장은 올해 19.2% 성장한 2718억 달러(약 360조 5400억 원) 규모로 점쳐진다.

이 업체는 오는 2030년까지 하이브리드카 시장의 연 평균 성장률은 7.3%로 4439억 1000만 달러(약 589조 원) 규모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최근 도요타는 5세대 프리우스를 선보였으며, 르노코리아는 내년 출시를 목표로 중형 하이브리드 스포츠유틸리티(SUV)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BMW와 렉서스 등도 하이브리드 신규 모델을 추가로 국내에 들여올 계획이다.

[e-mail] 조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