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으면 안되는 이유를 찾아라
2023.12.27 19:13
수정 : 2023.12.27 19:13기사원문
언뜻 들으면 쿠팡 관계자나 하는 말인가 싶지만 경쟁 유통업체에서 일하는 지인의 말이었다. 그 말인즉슨 쿠팡을 이용한 이후 육아의 질이 현저하게 달라졌다는 것이다. 몇 년 전만 해도 퇴근하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아이의 기저귀나 분유 등을 사기 위해 대형마트를 가야 했다면 이제는 그런 번거로움 없이 출퇴근길에 쿠팡으로 주문하면 끝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경쟁사 직원까지 팬으로 만들 정도로 영업을 잘한 쿠팡은 올 한 해 유통업계 전체가 소비침체로 인해 고전을 했지만 유일하게 웃은 곳이다. 지난해 3·4분기 이후 연속 흑자경영 기조를 이어가면서 올해 연간 첫 흑자 달성이 예상된다. 국내 유통시장 점유율은 이제 '이마트, 롯데, 쿠팡(이마롯쿠)'에서 '쿠팡, 이마트, 롯데(쿠이마롯)'로 바뀌었다.
유통업계의 지각변동은 비단 국내만의 일은 아니다. 미국 최대 백화점인 메이시스는 최근 부진한 실적을 이어가며 투자회사들의 인수합병(M&A) 타깃이 됐고, 프랑스에서도 100년 넘은 유통기업인 카지노그룹이 파산 위기에 닥쳐 있다.
새로운 변화에 대처하지 못하면 역사 속으로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감은 전 세계 공통인 셈이다. 국내 유통기업들도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흐름은 모두 비슷하다. 이들은 일제히 '오프라인 경쟁력 강화'에 방점을 찍었다. MZ세대를 타깃으로 브랜드를 입점시키고, 유명 맛집으로 매장을 채우기 시작했다. 다양한 콘텐츠로 채운 팝업스토어도 앞다퉈 선보이고 있다. 어쩐지 이 모델로 앞서 성공한 '더 현대 서울'과 많이 닮아 있다.
수년 전 마케팅의 대가인 필립 코틀러는 '리테일 4.0' 서적을 통해 향후 리테일의 생존원칙 중 하나로 '소비자의 경험과 만족도'를 강조한 바 있다. 소비자가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얼마나 편안하게 받아들이고, 또 깊은 관계를 맺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앞서 쿠팡의 팬이 된 지인의 경우가 바로 이에 해당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기술이나 배송 혁신을 쿠팡의 성공요인으로 꼽지만 사실 쿠팡의 성공요인은 궁극적으로는 소비자의 삶을 나아지게 만드는 무언가를 제공하고, 생활에 깊숙이 침투했다는 점이다. 치열하게 미래를 고민하는 전통적 유통강자들도 이제 '소비자의 삶을 어떻게 나아지게 만들 것인지'를 고민하고 해답을 찾길 바라본다. aber@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