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수혈만이 '실낱 희망'… 분양된 2만가구 공사는 계속
2023.12.28 18:51
수정 : 2023.12.28 18:51기사원문
■워크아웃, '제때 자금수혈' 관건
28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 초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책을 포함한 '건설업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매서운 한파가 예고되고 있는 셈이다. 부실 징후 건설사를 다수 추려내고, 워크아웃을 통해 정상화시키는 것이 유력시된다. 다만 워크아웃이 장점도 있지만 건설사에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워크아웃은 '기업구조정촉진법(기촉법)'에 따라 채권단 주도로 신속한 구조조정을 통해 기업의 회생을 도모하는 제도다. 경영권을 유지하면서 채무 유예·감면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인원감축, 사업장 매각 등 자구노력은 필수이지만 기업이나 건설사들의 구조조정 방안 1순위가 워크아웃이다.
워크아웃을 통해 다시 회생한 건설사는 신동아건설이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2010년 워크아웃에 들어간 후 9년 만인 2019년에 졸업을 했다. 동문건설도 11년 동안 워크아웃 고통을 감내한 결과 정상화됐다. 옛 고려개발(현 DL건설)도 2011년 워크아웃에 들어가 2019년 졸업한 경우다.
하지만 워크아웃에 실패하면서 법정관리(통합도산법)로 넘어간 건설사가 적지 않다. 법정관리는 모든 채무가 동결되지만, 경영권이 법원으로 넘어간다. 또 회생방법이 사실상 인수합병(M&A) 외에는 마땅히 없다. 실제 벽산건설, 풍림산업, 남광토건, 우림건설, 중앙건설, 한일건설, 진흥기업, 월드건설, 대우차판매 등이 워크아웃 후 법정관리를 받았다.
주된 이유는 워크아웃 과정에서 제때 자금을 수혈받지 못하고, 몇 안 남은 자산마저 팔려 '빈껍데기'로 전락해서다. 건설협회 한 관계자는 "제조업은 주채권은행이 주도할 수 있지만, 건설사는 특성상 주채권은행이 있고 PF마다 별도의 대주단이 있다"며 "주채권은행과 대주단의 합의가 늦어져 제때 도움을 받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고 말했다.
또 공장·토지·설비 등이 있는 제조업과 달리 건설업은 보유한 부동산과 동산이 적다. 건설장비도 임차로 활용하는 게 일반적이다. 개발 프로젝트도 100% 지분 보유보다는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해 자산이 제조업보다 극히 적다.
건설업 자구노력은 인력·사업 구조조정 및 신규 수주 축소가 핵심이고, 일부 핵심자산 매각이 주를 이룬다. 이 과정에서 건설사 본연의 경쟁력이 추락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건설업계 고위 관계자는 "건설사 입장에서는 워크아웃이 은행 좋은 일만 시킬 수 있다"며 "건설업 특성에 맞는 워크아웃 제도를 운영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분양 2만가구, 대부분 보증보험 가입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에도 이미 분양된 약 2만가구 규모 주택사업장 공사는 정상적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워크아웃으로 당장 공사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고, 정부도 분양계약자 보호조치를 시행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태영건설이 공사 중인 주택사업장 가운데 분양계약자가 있는 사업장은 총 22곳 1만9896가구에 이른다. 이 중 14개 사업장(1만2395가구)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보증에 가입돼 시공사 교체 등으로 입주차질은 최소화될 전망이다. 사업 진행이 어려운 경우 HUG 주택분양보증을 통해 분양계약자에게 기존에 납부한 분양대금(계약금 및 중도금)을 환급할 수 있다.
협력사의 피해는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태영건설 협력사는 581개사로 하도급 계약이 1096건에 이른다. 이 중 1057건(96%)이 건설공제조합의 하도급대금 지급보증 가입 또는 발주자 직불 합의가 돼 있어 보증기관 등을 통해 하도급 대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 태영건설 관계자는 "워크아웃에 들어가도 공사는 계속 진행되며, 현재 현장도 아무 문제없이 돌아가고 있다"고 전했다.
ljb@fnnews.com 이종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