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렷자세에 통증, 팔을 들면 괜찮네”…‘이 병’ 맞습니다
2023.12.31 07:00
수정 : 2023.12.31 10:44기사원문
(서울=뉴스1) 김기성 기자 = 기자가 업인 나의 하루 일과는 휴대전화로 조간 기사를 훑는 것으로 시작한다. 하루 8시간씩 노트북으로 기사를 쓰다 보면 퇴근할 때쯤이면 목덜미가 저리기 일쑤다. 고개를 좌우로 꺾으면 '우두둑' 소리와 함께 탄식이 절로 나온다.
목디스크의 원래 이름은 '경추 추간판 탈출증'이다. 7개의 목뼈(경추) 사이마다 젤리처럼 말랑한 '추간판'(디스크)이 볼링공만 한 무게의 머리가 짓누르는 압력을 받아낸다. 추간판의 탄력은 나이가 들면서 점차 떨어진다. 교통사고나 바르지 못한 자세로 목의 한 곳에 무게가 집중되면 추간판 속을 채우고 있는 수핵이 추간판 밖으로 밀려나와 척추 신경을 압박해 통증이 나타난다.
목디스크 환자는 20대부터 급격히 증가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18~2022년 국민관심질환통계를 보면 목디스크로 병원을 찾은 20대 미만 환자 수는 연평균 6000명일 때 20대는 4만2000명 수준을 보이며 약 7배 많았다.
눈에 띄는 것은 29세 이하 젊은 목디스크 환자수가 꾸준히 증가했다는 점이다. 2018년 4만6000명대였던 젊은 목디스크 환자는 2021년 5만1135명으로 10% 넘게 늘었다. 연령이 높아질수록 목디스크 환자 수는 크게 늘어, 40대에 들면서 연평균 20만명대에 진입해 60대를 전후해 가장 많다.
이와 관련해 최호용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스마트폰 보급으로 인해 평소 좋지 않은 자세를 유지한 탓이 주원인으로 생각된다"면서 "어린 나이의 좋지 않은 자세가 습관이 되면 목에 하중 부담이 증가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상적인 목뼈는 옆에서 봤을 때 목덜미가 파인 'C'자 모양을 그린다. 독서, 컴퓨터 작업, 스마트폰을 오래 하는 습관 등 고개를 오래 숙이고 있는 것이 목 건강에 가장 치명적이다. 정상적인 곡선과 반대 방향으로 무게가 쏠리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목이 그리는 곡선은 일자로 변하면서 '거북목' 현상이 나타난다.
최 교수는 "자연스러운 C자형 커브를 그리고 있어야 하는 목의 인대나 근육에 스트레스가 가해지면 머리 하중이 많게는 6~8배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면서 "장시간 고개를 숙이고 있으면 당연히 통증이 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보통 목에서 시작된 통증은 어깨와 날개뼈로 퍼지고 심하면 손끝까지 저릴 수 있다. 수핵이 중추신경인 척수까지 누를 경우 다리의 힘이 빠지면서 걸을 때 균형을 잡기 힘든 운동실조를 유발할 수도 있다.
성사현 이대서울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목부터 한쪽 팔을 타고 내려오는 통증이 있을 때 목디스크를 의심하라"면서 "특히 차렷 자세에서 통증이 심하고, 팔을 들어 올리면 통증이 줄어드는 것을 경험한다면 목디스크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목디스크 진단을 위해 영상 검사와 진료를 같이 진행한다. 엑스레이 검사로 거북목 정도와 추간판 간격 등을 확인하고 척수 압박 관련 통증 유무를 확인한다. 경증일 경우 운동치료와 약물치료를 하지만 이상소견이 있을 경우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등 정밀 검사를 진행한다. 간혹 추간판 탈출이 보이거나 목뼈 협착이 있으면 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다.
목디스크는 약으로 통증을 조절할 수는 있지만 근본적인 치료는 불가능하다. 평소 고개를 바로 하고 생활 습관을 교정해 관리하는 것이 유일한 답이다.
휴대전화와 컴퓨터를 볼 때는 눈높이까지 높여서 보는 습관을 지니는 게 중요하다. 책을 보거나 노트북을 사용할 경우 받침대를 이용해 눈높이보다 조금 높이 두는 것이 좋다.
장시간 고개를 숙이고 작업을 할 경우 고개를 자주 뒤로 젖혀 스트레칭해주는 것도 목디스크를 예방·관리하는 데 효과적이다. 다만 과도하게 목을 꺾어 소리를 내거나 크게 돌리는 것은 목을 감싸고 있는 인대와 근육, 디스크에 손상을 일으킬 수 있어 피하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