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체감경기 회복 더뎌… 투자 이끌 금융·세제 지원 절실"
2023.12.31 19:23
수정 : 2023.12.31 22:17기사원문
2023년은 기업들에 그야말로 시련의 해였다.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삼중고가 덮치며 경기침체 늪에 빠진 가운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분쟁 등 예상치 못한 대형 악재까지 겹치며 실적은 곤두박질쳤다. 여전히 대내외 경기상황은 녹록지 않다.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제인협회, 한국무역협회,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4대 경제단체 고위급 전문가들은 새해 한국 경제가 2%대 초반의 저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입을 모았다. 미국 등 주요국의 금리인하 시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분쟁 등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 개선 등은 경기회복의 주요 변수로 꼽혔다.
■美 금리인하·중동분쟁 변수
12월 31일 이상호 한국경제인협회 경제산업본부장은 "새해 한국 경제는 지난해 초저성장에 따른 기저효과에도 2%대 초반의 저성장을 예상한다"며 "고금리·고물가 장기화로 인한 부채 부담이 커지며 가계의 소비 펀더멘털이 취약해 소비지출 부진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강석구 대한상공회의소 조사본부장은 "기업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실물지표만큼 회복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경기회복이 하반기로 몰리면서 회복속도에 대한 체감이 떨어질 것이며, 높은 부채 수준과 이에 따른 고금리 부담 여파는 좀 더 길게 갈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글로벌 경기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요 변수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조상현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글로벌 기술투자 및 정보기술(IT) 경기의 회복속도, 주요국의 금리인하 시기,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무역·통상정책 변화 등이 변수"라고 전했다.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총괄전무는 "중동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 고금리·고물가 등 대내외 불안요인들이 지속되는 점은 경기회복세를 제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국의 최대 교역 파트너인 중국에 대한 수출 감소,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에 한국도 수출전략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작더라도 성장잠재력이 높은 시장을 발굴해 선점하는 노력을 하고 인도, 중동, 아프리카 등 그동안 교류가 적었던 국가들까지 교역규모를 넓히는 수출다변화가 시급하다는 것이다.
조 원장은 "대중국 수출부진 장기화에 대비해 시장다변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미국, 인도, 호주 등 최근 우리 수출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시장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추 본부장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 주도권 확보를 위한 미중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으며, 양국 의존도가 모두 높은 한국은 경제·수출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이어 "민관 협력을 통해 공급망 협력 네트워크 구축 및 수출시장 다변화를 추진하는 한편, 연구개발 세액공제 확대를 통한 수출상품 고부가가치화를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세제 지원으로 투자부담 완화
기업들의 발목을 잡는 기업규제의 개선 없이는 한국 경제의 본격적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위기감도 높았다. 이에 정부·국회가 기업들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한편, 투자를 이끌어낼 수 있는 지원책 마련에 정책 우선순위를 설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강 본부장은 "첨단산업에 대한 장기적 인내자본 확충을 위해 한국판 '테마섹'인 국부펀드를 설립하고, 정부가 선투자로 생산시설을 짓고 운영권을 기업에 대여하는 '리버스(역) 임대형 민자사업(BTL)' 방식과 같은 혁신적인 제도를 통해 대규모 투자에 대한 기업들의 부담을 덜어줄 필요가 있다"면서 "임시투자세액공제 제도도 정책적 효과를 고려해 연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경기침체에 따른 판매부진·재고 증가로 기업 자금사정이 크게 악화된 상황이므로 투자여력 제고를 위한 금융·세제 지원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노조에 확연히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기 위한 노동개혁도 시급히 추진해야 하는 정책 과제로 꼽혔다.
류 전무는 "사업장 점거 금지, 대체근로 허용, 부당노동행위제도 개선 등 노사 간 힘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제도개선이 동반돼야 한다"며 "사내 하도급에 대한 불법파견 판단 확대 등 노동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법·제도 환경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김동호 기자 mkchang@fnnews.com 장민권 김동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