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볶이 먹방·소주 한잔... 꼭 잡은 두 손에 '민심 꽃' 피우다
2023.12.31 20:06
수정 : 2023.12.31 20:06기사원문
오늘날에도 전통시장은 선거철이면 후보자들의 필수 방문코스가 되고, 유력 정치인들이 자주 찾아 민심을 듣는 장소다.
■총수들과 떡볶이 먹은 윤석열
윤석열 대통령은 2023년 12월 6일 부산 중 국제시장 인근 깡통시장을 방문해 재계 총수들과 떡볶이를 나눠 먹으며 화제를 모았다. 대통령의 전통시장 방문만으로 시장 전체가 떠들썩할 일인데, 삼성과 LG 같은 대기업 총수들이 동행을 하면서 이목이 쏠렸다.
윤 대통령은 "부산을 키우겠습니다. 부산을 더 발전시키겠습니다"라고 상인들에게 약속하며 훈훈한 소통의 시간을 가졌다. 2030세계엑스포 유치에 실패해 낙심한 부산시민들을 위로한 것이다.
이어 윤 대통령은 시장 내 분식집에 들러 동행한 박형준 부산시장, 이재용 삼성 회장, 구광모 LG 회장,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최재원 SK 수석부회장 등과 함께 떡볶이와 어묵 등을 먹었다. 대통령과 재계총수들이 길거리 음식을 함께 먹는 보기 드문 진풍경을 국민들에게 여과 없이 보여줬다. 윤 대통령은 시장 방문 후 인근 식당에서 기업인들을 포함한 간담회 참석자들과 오찬도 함께했다. 오찬 메뉴는 부산의 대표 음식인 돼지국밥이었다.
■코로나19 확산 때 시장 찾은 문재인
문재인 전 대통령은 지난 2020년 2월 12일 서울 남대문시장을 찾아 코로나19 여파로 신음하는 상인들을 위로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기 전이었기에 상인들과 오찬 간담회를 갖고 소상공인 지원대책을 소개했다.
당시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과 동행해 남대문시장 상인회대표들을 만나고 어묵, 떡, 고려인삼 등을 온누리상품권으로 구매했다. 오찬 간담회에서는 참석한 시장 상인 대표 7명으로부터 애로사항을 듣고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약속했다. 이후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세가 가파르게 치솟자 비공개로 전통시장을 찾은 뒤 SNS에 공개하기도 했다. 문 전 대통령은 김정숙 여사와 2020년 9월 서울 홍은동 전통시장을 찾아 추석 명절 준비를 하기도 했다.
그는 당시 페이스북을 통해 '오늘 아내와 함께 재래시장을 다녀왔습니다. 청와대 들어오기 전에 다녔던 시장입니다. (중략) 방역과 경제를 함께 지켜내면서 새롭게 시작하는 추석이 되길 기대합니다'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박근혜, 중요 순간 서문시장 찾아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12월 1일 화재로 고통을 겪은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했다. 당시 서문시장은 하루 전 화재가 발생해 점포 600여곳이 잿더미가 된 상태였다. 대구가 정치적 고향인 박 전 대통령은 화재 현장을 살피고 상인회장에게 피해 상황을 들었다.
서문시장은 박 전 대통령이 정치적 고비 때마다 방문한 곳이다. 2012년 대선 직전에도 찾아 지지세를 과시했다. 2016년 당시에도 시민들은 "박근혜"를 외치고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앞서 2014년 7월 박 전 대통령 정치인생 최대 위기였던 세월호 참사 직후에는 충북 청주에 있는 서문시장을 방문했다. 같은 이름의 다른 시장이다. 참사 직후 첫 민생경제 챙기기 행보로 지역 전통시장을 선택다. 삼겹살 특화거리가 있는 청주 서문시장을 찾아 상인들과 대화하고 시장을 둘러봤다. 박 전 대통령은 상인회 사무실에서 상인회장 등과 환담시간을 갖고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지원을 힘쓰겠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퇴임 이후 외부활동을 재개하는 첫 장소도 전통시장이었다. 박 전 대통령은 2023년 9월 25일 대구 달성군 현풍시장을 찾아 상인들과 만남을 가졌다. 박 전 대통령은 "오래전에 오려고 했는데 늦어졌다. 추석이 가까워서 장도 보고 주민들도 볼 겸 찾았다"고 말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 도입한 이명박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재임기인 지난 2012년 대형마트 의무휴업 제도를 도입했다. 당시 골목상권과 전통시장을 보호하기 위한 강력한 조치로 대형마트 영업이 제한됐다. 이 전 대통령이 기업인 출신이고 시장친화적 대통령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정책이었다.
그만큼 이 전 대통령은 전통시장 보호를 오래도록 강조했다. 대선후보 시절 TV 광고물에 전통시장에서 국밥을 먹는 장면을 넣어 이목을 끌기도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설 연휴 직전인 지난 2010년 2월 12일 서울 광장시장을 찾아 상인들을 격려했다. 그는 전통시장 상품권으로 조기와 물건을 직접 구입하고 한복가게도 찾았다. 또 분식집에 들러 떡볶이를 먹던 대학생들과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상인들과 소주잔 기울인 노무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지난 2004년 3월 5일 취임 이후 처음 방문한 전통시장에서 소주잔을 들었다.
노 전 대통령 이날 서울 성북구 길음시장을 방문해 상인들과 간담회를 가졌는데, 자신 앞 테이블에 놓인 주스를 보고는 "이것 말고 소주 한잔 주세요. 반잔만 받겠습니다"라고 청한 뒤 상인들과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눴다. 그는 "건의사항은 나중에 글로 하고 오늘은 한잔 합시다"라며 격식을 내려놨다.
노 전 대통령은 환경개선 사업 과정에서 건축법 기준과 민간 부담 등에 대한 건의를 듣고 융통성 있는 방향으로 할 것이라며 행정법규를 하나하나 점검, 현실에 맞게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소상공인들과 자영업자들이 새로운 물결에 동참해 혜택을 받게 해야 하며 소상공인들이 인터넷 상거래에 편입할 수 있도록 정부가 노력할 것"이라고 전자상거래 시대가 열린 것에 대한 정확한 진단을 내렸다.
■IMF로 침울한 상인 위로한 김대중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지난 1999년 9월 9일 서울 남대문시장을 찾아 상인들을 만났다. 김 전 대통령은 시장 곳곳을 누비며 상인들에게 연신 "경기가 좋아졌느냐"고 묻고 "경기가 많이 좋아질 것이다. 정부도 열심히 노력할 테니 여러분도 열심히 장사를 하라"며 격려와 위로를 아끼지 않았다. 당시 1997년 시작된 외환위기로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 뒤 국가부도 사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고금리 등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고통스러운 경제 상황을 겪는 때였다.
김 전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 상인들의 고통을 위로하기 위해 연신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외환위기 사태는 2001년에야 공식 종료됐다.
kang1231@fnnews.com 강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