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 투자 늘릴 조짐…반도체 장비 기대감 고조
2024.01.04 08:54
수정 : 2024.01.05 17:33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기업들이 갑진년 새해 들어 투자를 늘릴 조짐을 보이면서 반도체 장비기업들 사이에서 실적 개선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4일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는 올해 반도체 장비 매출이 지난해 1009억달러와 비교해 4.4% 늘어난 1053억달러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내년에는 관련 매출이 1240억달러로 증가하면서 종전 최고 기록인 지난 2022년 1074억달러를 뛰어넘을 것으로 내다봤다.
반도체 장비 시장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은 반도체 가격 반등에 기인한다. 실제로 D램 메모리 범용 제품 'DDR4 1Gx8 2133' 고정거래가격은 지난해 10월 기준 1.5달러였다. 이는 한 달 전 1.3달러와 비교해 15.38% 증가한 수치다. D램 고정거래가격이 상승한 건 2021년 7월 이후 무려 2년 3개월 만의 일이었다.
반도체 가격은 올해 지속적으로 상승할 전망이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올해 1·4분기 모바일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18~23%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모바일·정보통신(IT) 시장 회복에 따라 반도체 가격 역시 올라갈 것으로 트렌드포스 측은 예상했다.
반도체 시장이 회복 국면에 접어들면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대기업들이 올해 전년보다 투자를 늘릴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현재 경기 평택 4공장(P4), 미국 텍사스 테일러 공장 등을 건설 중이다. SK하이닉스 역시 충북 청주 공장(M15) 내 고대역폭메모리(HBM) 라인 증설에 한창이다.
장비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HBM 등 반도체 수요 증가로 최근 공장 가동률을 꾸준히 높이고 있다"며 "여기에 증설을 더하면서 올해 전년보다 20% 이상 투자를 늘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올해 반도체 투자를 늘리고 제조공정에 따라 순차적으로 장비 발주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반도체 장비기업들 실적에도 파란불이 켜지는 분위기다.
우선 반도체 전공정과 관련, 반도체 원판(웨이퍼) 위에 필요한 물질을 입히는 증착장비에서 주성엔지니어링과 유진테크, 원익IPS, 테스 등의 수혜가 점쳐진다. 웨이퍼 위에 불순물을 제거하는 세정장비는 삼성전자 자회사인 세메스와 함께 케이씨텍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반도체 클린룸에 들어가는 '팬필터유닛(FFU)' 등 장비는 신성이엔지가 전 세계 시장 1위 자리를 이어가고 있다. 에스에프에이, 로체시스템즈 등은 클린룸 안에서 반도체 웨이퍼를 이송·저장하는 공정자동화 장비에 주력중이다.
반도체 후공정에서는 웨이퍼를 절단·분류하는 비전플레이스먼트 장비에서는 한미반도체가 업계 선두 자리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한미반도체는 HBM 필수 장비인 TC본더에서도 두각을 보인다. 제조 과정을 모두 마친 반도체를 최종 검사하는 번인장비는 유니테스트, 디아이 등이 생산하고 있다.
반도체 장비에 별도로 들어가는 장치에서는 엘오티베큠이 진공펌프에서 강세다. 장비 안에 화학약품을 공급하는 장치(CCSS)는 에스티아이, 장비에서 나온 가스를 정화한 뒤 외부로 배출하는 스크러버는 글로벌스탠다드테크놀로지(GST) 등이 만든다.
김정웅 서플러스글로벌 대표는 "위탁생산(파운드리)을 포함해 지난해 50∼70%에 불과했던 반도체 공장 가동률이 올해 상반기 중 80% 수준으로 올라갈 것"이라며 "이에 따라 반도체 장비 실적도 지난해 바닥을 치고 올해 개선되고 내년까지 긍정적인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butter@fnnews.com 강경래 기자